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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CoC] 들불 속의 연약 - 마나벨라 플레이 로그






:: CoC 7th ::

:: Writer - 헤르츠 ::

:: KP - 비슬 ::

:: KPC - 벨라 블랑시에 ::

:: PC - 마나 레이닝데이 ::

:: 플레이 일자 - 2020.02.01 ::






늦은 밤, 풀벌레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황궁입니다.
모두 잠든 시각이라 드문드문 순찰하는 근위병들, 늦게까지 일하는 주방 하인 등을 제외하면 사람이라곤 찾아보기 어렵죠.
벨라와 당신은 궁내 성당 근처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최근 황후는 잠들었다가도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고, 종일토록 불안해하거나 공식 석상에 나가기를 거절하는 등 굉장히 날카로운 상태였습니다.
그럴 법도 하죠.
이 구중에 갇혀 무시당한 것도 벌써 몇 년, 황후로서 무도회 등에 나서더라도 벽의 꽃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지 오래입니다.
황제조차 그녀를 무시하며 폭언하기 일쑤죠. 누구라도 쉽게 견디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마나 레이닝데이:...... 황후 폐하, 날이 차갑습니다. 로브를 두르시겠습니까?
벨라 블랑시에:그래... 고마워, 마나.
단지 이것뿐만이 아니라, 항상 네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마나 레이닝데이:과한 말씀이십니다. 황후 폐하를 보필하는 게 제 일인걸요. ...그리고 조금은, 제 마음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보지 않았습니까.
벨라 블랑시에:그래, 내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7년이 되어가. 네가 아니었더라면 이만큼 버티지도 못했겠지.
마나 레이닝데이:7년만에 이토록 쉬이 말을 하실 수 있으신 걸 보면, 분명 제가 아닌 누가 있었더라도 잘 해내셨을 겁니다. ...그러셨을 테지요.
......그렇지만......
(마나는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당신의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가끔은, ......참으로 이 모든 게 야속하기도 하고.
...실언입니다. (뒤늦게 눈을 꼭 감으며)
벨라 블랑시에:...아니, 마나. 너였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야. 여기엔 다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어.
네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미 죽고 없겠지.
마나 레이닝데이:......왜 그런 말씀을.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눈빛 속에 보일듯 말듯, 희미한 기대가 담긴다)
벨라 블랑시에:...이제 버티는 것도 오래 가지 못할거야.
마나 레이닝데이:......황후 폐하.
벨라 블랑시에:어쩔 수 없지. 건강을 되돌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오랜 옛날에 지나버렸는걸.
마나 레이닝데이:더 좋은 약재들을 찾길 명하겠습니다. 저는, 오래도록...... 살아계셨으면...... 해서......
(물론 그것이, 이처럼 비참하게 살아있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나, 감히 뱉을 수 없는 말을 되삼킬 뿐이었다.)
벨라 블랑시에:하하, 마나. 너는 네가 그 쓰디 쓴 약들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구나.
약을 찾아오려면, 달콤한 것도 함께 구해와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마나 레이닝데이:살아계신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살아있다면 어떤 희망이라도 바라볼 수가 있으니까요.
...물론입니다, 황후 폐하.
벨라 블랑시에:그래...
나는 본래 아무런 걱정이 없었고 아무런 미련도 없었지만
이번 만큼은, 네가 너무나 미련으로 남네.
마나 레이닝데이:말씀이 너무 두렵습니다.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곧 떠날 사람 같습니다.
벨라 블랑시에:그야,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걸. 그만큼 나는 약해져버렸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떠나기 전에 네게 말해줘야할테니까.
마나 레이닝데이:......폐하께 제 목숨이라도 반을 내어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벨라 블랑시에:그런 무서운 말 말아.
내 목숨을 네게 빚져가면서 살고 싶진 않으니까.
마나 레이닝데이:폐하는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모시고 싶은 분이신걸요.
벨라 블랑시에:나도 그래. 너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야.
마나 레이닝데이:......그러니 폐하, 감히 올리는 말씀입니다.
외국에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걸릴지는 알 수가 없지만,
......폐하를 꼭, 모시고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 국경을 밟기 전까지, 아니, 그 곳에서 다시 초원을 거닐며 달을 보는 날까지, 그리하여 매의 다섯 세대가 숨을 거둘 때까지... 부디 건강히 살아주셨으면 합니다.
벨라 블랑시에:마나, 그 돈은... 잘 모아두었다가, 너를 위해 쓰도록 해. 네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얼마나 더 오래걸릴지 모를 시간동안 내가 네 곁에 있을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으니까.
마나 레이닝데이:폐하...
벨라 블랑시에:그래, 이것도 보태는게 어때? (자신이 하고있던 사파이어 보석 장식의 목걸이를 당신에게 건낸다.)
마나 레이닝데이:(떨리는 눈빛으로 당신의 얼굴과 목걸이를 번갈아 보다가, 꾹 입술을 깨문다)
어찌 그러십니까.
벨라 블랑시에:...날이 춥구나.
이만 들어갈까?
마나 레이닝데이:......예, 폐하.
벨라 블랑시에:따뜻한 물에 몸을 좀 녹이고, 잠이나 자야겠어. 침실로 데려다주겠어?
마나 레이닝데이:모셔드리겠습니다. (느리고 따스한 손길로 당신을 부축하고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천천히, 황후를 부축하고 황후궁의 침실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하녀를 불러 목욕을 하실 것이니 시중들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아쉽게도, 황후의 목욕시중은 당신의 일이 아니었기에 당신은 침실 문 앞에서 벨라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평안한 밤 보내십시오, 폐하. 신은 물러나겠습니다.
벨라 블랑시에:...고마워, 마나.
마나 레이닝데이:......아닙니다. 내일 이른 아침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벨라 블랑시에:하하, 내일 아침엔 황제궁에서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니?
나는 괜찮으니까. 황제의 말에 따르도록 해.
...어쨌든 여긴 그의 세상이니까.
마나 레이닝데이:......잠깐 들러 기침하시는 걸 모실 시간은...... (단호한 당신의 말에 잠깐 머뭇하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알겠습니다, 폐하. 일이 끝나는대로 돌아오겠습니다.
벨라 블랑시에:그래. 다음에 다시 보자, 마나.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마나 레이닝데이:예, 폐하. (문 앞에서 몸을 숙여 인사하고 당신이 떠나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다, 걸음을 돌린다.)
당신은 황후가 침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돌려 당신의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밤입니다. 도저히 평안한 밤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마나 레이닝데이:......하아......
내일 아침, 당신은 황제의 통역을 돕기 위해 황제궁으로 가야합니다. 아마, 밤 늦게까지 일은 계속될테지요.
황후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그를 만나러 갈 시간도, 그를 도울 수 있는 힘도, 모두 부족하기만 합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왜 이리 태어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까.
도망가자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그마저도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일이라. ......참으로 초라하구나.
어쩌자고 그리 애닳게 웃는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렸을까.
어쩌자고... 황제의 손에 쥐인 당신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을까.
......세상은 당신의 걱정은 조금도 모른채로 평소와 같은 하루를 반복하기 시작합니다.
시종: 황후 전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
첫머리부터 ‘폭풍우 치는 밤 비에 젖은 시종이 달려들어와 외치는’ 희곡을 보면 누구나 웃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극의 성질은 본래 뻔한 것이어서, 벼락이 궁성 그늘을 날카롭게 밝히던 밤, 꼭 무슨 사건이라도 터질 것 같다는 하녀들의 수군거림 속에 기어코 그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시종이 즉시 황제에게로 달려왔고, 시간이 시간인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찬 회의실 같은 곳을 혼란에 빠트리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붐비는 저녁 무도회장으로 이 소식을 가져왔다고 달라질 것이 있었을까요?
마나 레이닝데이:......아......
황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읽고 있었고, 당신은 그가 읽고 있는 책의 번역을 돕기 위해 곁에 있던 차였습니다.
황후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바로 어젯밤인데요. 갑자기 승하라니요?
마나 레이닝데이:(폐하. 황후 폐하. 이게 무슨 일입니까.)
황제: ...하아...(짧게 탄식한다.)
이 경악할 소식에 황제는 짧게 탄식했을 뿐입니다.
귀찮은 일을 맞닥뜨린 사람 같은 태도였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이 빌어먹을 새끼가...)
황후의 안위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이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죽는 것은 조금 곤란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전부 파악하진 못했어도 황후의 친정에서 끌어온 자금으로 새로운 일들을 벌이려 한다는 소문 역시 이미 퍼진 내용이었고요.
어쨌든, 사람이 죽었다니 어떻게 된 것인지 가서 보기는 해야 할 것입니다.
황제가 몸을 일으켰고, 마나도 급히 그를 따라 황후궁으로 움직였습니다.
들어설 때부터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제국의 안주인이 기거하는 곳이라기엔 수가 적은 사용인들이 저마다 공포에 질려 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황제가 도착하자 모두 황급히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는 가로막는 사람 하나 없이 황후의 침실로 직행합니다.
당신도 마음이 급하겠지만 황제보다 앞서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 뒤로 그나마 침착한 시녀장 백작 부인과 하녀들이 뒤따릅니다.
침실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제발......)
들어서던 황제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끔찍한, 아주 끔찍한…….
그 여자, 남국 바다를 그대로 떼어 가둔 유리 온실에서 자라난 듯한 여자, 숨죽여 아름다운 그 아가씨…
찐득찐득한 피가 엉겨 붙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그것이 도저히 생전의 황후라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제 드레스를 꽉 쥐며 울음을 참는다.)
팔과 다리는 기이한 각도로 꺾으며, 눈, 코, 입, 귀, 부위를 가리지 않고 온몸의 구멍에서 혈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혼탁한 눈을 홉뜬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얼굴은 역할 정도로 희게 질려 비위가 약한 사용인 몇은 입을 틀어막으며 뒤로 물러날 지경이었습니다.
목욕 직후에 변이 발생했는지 젖은 머리카락이 정돈되지 않은 채 풀어 헤쳐졌고, 차림새 역시 가벼운 나이트가운이었습니다.
벗겨진 슬리퍼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마나, <이성 판정 1/1D4>
마나 레이닝데이: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1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마나 레이닝데이:......(정신 차리자. 아니야, 갑자기 이런 모습으로 승하하신 게 평소의 건강 때문일 수는 없어.)
...탄식 속에서 황제와 시녀장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황제: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시녀장: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목욕하신 직후 앉아서 시중을 받으시다 갑작스레… 갑작스럽게 피를 토하며 쓰러지셨습니다. 자작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자작이라면 황궁 전담 의사인 월도프 자작을 이르는 것입니다.
과연 시체 곁에 시립한 그가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황제가 찌푸린 표정으로 몇 가지를 더 물어봅니다.
황제: 목욕 중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단 말이냐?
시녀장: 예. 저와 시녀 하나, 하녀 둘. 모두 네 명이서 목욕 시중을 들었습니다만,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으셨습니다. 황후께서 물에 몸을 담근 채로 잠시 잠드시는 일은 있으셨지만 큰 이상은 없으셨습니다.
황제: 그럼 잘만 살아있던 사람이 어찌 목욕이 끝나고 이리 되었단 말이냐!
시녀장: 그것이... 황후께서는 한 시간 정도 목욕을 하시고는 침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으셨고, 머리카락을 말리기 위해 타올을 들었는데... 갑자기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셨습니다. 저희도 몹시 놀라고 당황스러워 급히 하녀 하나가 월포드 자작을 부르러 갔고, 월포드 자작께서도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하셨지만...
월포드: ...제가 도착했을 때엔 이미 황후께서 숨을 거두신 상태였습니다.
황제: 자작, 황후에게 특별한 질병은 없었나?
월포드: 예, 폐하. 다소 건강이 우려되는 상태이긴 했사오나 큰 질병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으셨습니다.
동석했던 시녀들과 하녀들은 겁에 질려 떨면서도 시녀장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대답합니다.
황제는 짜증스럽게 침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새벽 동안 철저히 조사하여 진상을 가려내라 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조는 갑작스럽게 횡액을 당한 반려의 사망을 밝혀내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에 가까웠죠.
이 급사急死가 황실의 책임이 아님을 밝혀라.
신 앞에서 평생 함께 걸을 것을 맹세한 아내가 비참하게 죽은 사건을 두고 지시할 만한 일은 아니죠.
마나 레이닝데이:(끝까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 따윈 없다 이거지.)
그녀의 취급이 늘 이랬습니다.
딱히 가지고 싶진 않지만 내버려두기엔 그녀를 둘러싼 배경이 아까운,
그래서 못난 취급을 하며 도망치지 못하도록 가두고 필요할 때에 데려다 쓰기는 해야 하는.
애초에 황제가 그녀를 ‘고른’ 이유부터가 그러했으니 이제와 놀랄 까닭도 없지요.
황제는 비탄도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잠시 후 시신을 수습할 의사와 보조인이 두 명 더 왔고, 시녀장은 휘하 사람들의 입단속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신은 침실을 둘러보며 간단한 면담과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하.......
월포드 자작, 황후 폐하의 시신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월포드: 이상한 점이 없느냐 물었소?

왜 없겠소.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요.
마나 레이닝데이:단지 몸이 약하다 이리 돌아가실 수는 없지 않다는 걸 압니다. 꺾인 부분에 혹여 다른 이의 손이 닿지는 않았는지, 그런 것을 묻고 싶습니다.

월포드: 그렇소. 의사인 나조차도 저와 같은 모습으로 죽는 병은 본적도 들은 바도 없는 일이외다.

저렇게 칠공에서 피를 쏟으실 정도라면, 갑자기 외부에서 큰 충격, 그러니까 공격 같은 것을 받아 내장이 크게 손상되는 급의 상처는 입어야 하오.
그런데, 황후께서는 그런 외상이 전혀 보이질 않으니...
도무지 이해되지가 않는 일이외다.
마나 레이닝데이:외상이 없는데... 이리 되셨다고요.
월포드: 더 자세히 검시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 보이는 바로는 그렇소.
쉽게 원인이 무어라 말하기가 어렵단 말이오.
마나 레이닝데이:그렇군요. ...독극물 검사 같은 것도 해보실 것이지요?
월포드: ...그 입을 조심하시오.
이곳은 황후궁이니까
월포드 자작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어디에든 두더지는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비단 황실의 책임이 아니라도, 가능성은 있을 테지요. 답변 감사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꽤 힘든 설득이 되겠지요
마나 레이닝데이:......그래도 더 이야기해주신다면, 내 입밖으로 한 마디도 내지 않겠습니다.
<설득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설득
기준치:40/20/8
굴림:74
판정결과:실패
다른 다양한 기능들을 통해 설득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하지만 마나는 아름다우니 매혹으로 윌도프 자작의 입을 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매혹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매혹
기준치:75/37/15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월포드: ...으음....(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그래,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맹독에 중독되면 이런 증상으로 죽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 듣기는 하였소.
하지만 황궁까지 반입하려면 반드시 극소량이었어야 했을 테요.
마나 레이닝데이:(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맹독이요. 극소량으로도 효과를 보는 맹독이 있단 말입니까.
월포드: ...그렇소. 하지만 한두 방울로도 사람을 해치는 독이 반입과 기미 단계에서 걸리지 않았을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소
...당장은 잘 모르겠으니 내 검시를 하며 확인해보리다.
마나 레이닝데이:알겠습니다. 그대의 노고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은은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월포드 자작은 손부채질을 하며 더운 얼굴을 식힙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시녀장, 계속 황후 폐하와 함께 있었습니까?
시녀장: (시녀장은 익숙한 목소리에 당신을 바라보고 그제야 당신이 황후가 가장 아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 어젯밤 산책에서 돌아오시고 잠에 드신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셔서 오늘은 하루 종일 침실에서 내가 시중을 들었다네.
마나 레이닝데이:목욕을 마치시기 전까진 별다른 이상이 없으셨고요.
시녀장: 늘 앓으시던 두통이나 체기 같은 걸 제외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네. 잔병치레가 잦으신 것도 문제는 문제지만 그건 만성적인 일이었으니까.
마나 레이닝데이: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달리 황후 폐하께서 저리 쓰러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까?
시녀장: (잠시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는 듯이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군.
마나 레이닝데이:그게 무엇인지요.
시녀장: 그러니까 목욕하실 때부터 차근차근 말해 보겠네.
마나 레이닝데이:(고개를 끄덕이며 시녀장을 바라본다)
시녀장: 저기 테이블에 있는 마들렌을 드시다 남기시고, 주무시기 전에 반신욕을 하고 싶으시다 하셔서 물을 준비했네.
욕실에는 1시간 반 정도 계셨던 것 같군. 자네도 알겠지만 원래 길게 목욕하시는 습관이 있지 않으신가.
마나 레이닝데이:그렇지요.
시녀장: 욕실이라 해도 혼자 들어가시는 건 아니고, 곁에서 나와 시녀 아이들이 쭉 시중을 들었고.
중간에 와인을 한 잔 드시고 잠이 드셨는데, 손발이 좀 차신 듯해 물을 더 데우고 내가 마사지를 해드렸다네.
그러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듯해 깨워 드려 침실로 모셨는데…
내 기억엔 잠드셨다 깨신 후부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군.
그리고 저기에……. (목이 메는 것을 참았다.) 화장대 앞에 앉혀 드리고, 하녀가 수건을 가져왔지. 막내 시녀 아이가 머리카락을 말려 드리려고 다가가는데 갑자기…… 일이 벌어졌다네.
시녀장: 그리고 저기에……. (목이 메는 것을 참았다.) 화장대 앞에 앉혀 드리고, 하녀가 수건을 가져왔지. 막내 시녀 아이가 머리카락을 말려 드리려고 다가가는데 갑자기…… 일이 벌어졌다네.
그때에는 너무 놀라서 무엇이 이상한 줄도 몰랐는데...
비명을…… 안 지르셨군. 숨소리 하나 안 내셨어.
마나 레이닝데이:그리... 되셨는데도... 소리 하나 없이 돌아가셨단 말입니까?
......정말 이상하군요.
시녀장: 그래. ...나도 혼란스러워 내 기억이 완전히 맞다고 하기 꺼림칙하나,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러했네.
마나 레이닝데이:그렇다면... 혹시 잠들었다 깨신 뒤로 저렇게 되시기까지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시녀장: 너무 오래 주무시는 듯 하여 내가 깨우고 바로 침실로 모셨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걸세.
마나 레이닝데이: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시녀장: 그래... 최근들어 황후께서 이상한 모습을 보이셔서 나도 늘 마음을 졸였으나...이리 돌아가시게될줄은...
마나 레이닝데이:저도... 참으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데에 늘 선득하니 놀라기는 하였으나... 설마 이리 되실 줄은...
시녀장: 전하께서 자네에게도 그러셨나?
마나 레이닝데이:시녀장께도 그리하셨습니까?
시녀장: 전하께서 최근 급격히 용태가 나빠지시기는 했었다네. 몸이 아프신 게 아니라 마음이…… 큰 소리가 나면 지나치게 놀라시거나… 사람 앞에 나서야 하는 행사를 피하시거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식사도 자주 거르시고…갑작스럽게 나빠지셨다기보단 쭉 좋지 않으셨던 거지만……
내게도 그리 말하셨어.
그 뿐만이 아니지...요즘… 모시는 아랫사람들에게 자꾸 선물 같은 걸 주고 그러지 않으셨는가. 갓 들어온 시녀 아이가 갖기엔 과한 귀품을 내리시거나, 하녀에게 금화를 쥐여 주시거나…….
마나 레이닝데이:아... (심장이 내려앉고, 피가 싸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이 분은 이미 계속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까지 떠날 날을 기다리시는 것처럼 굴고 계셨다.)
시녀장: 그러면서 이런 상태로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며 언제고 나쁜 일이 생기면 황후께서 친정에 추천서를 부탁해 좋은 곳으로 옮겨 가도록 할 수 있게 하시겠다며...그리 말하곤 하셨지.
마나 레이닝데이:......그리......하셧었단 말입니까.
시녀장: 그래...오, 그때부터 주의를 했어야 했는데…….
마나 레이닝데이:......(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시녀장을 바라보며) 모쪼록, 시녀장께서도 마음을 추스리십시오. 어떻게든 무슨 일인지를 밝혀 황후 폐하께서 떠나시는 마지막 길이라도 훤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시녀장: 자네도 마음이 좋지 않을텐데, 내가 추태를 부렸어. 내가 이리 흔들려서는 안되지....
마나 레이닝데이:아닙니다. 저도 더 알아보고, 혹시라도 더 찾는 것이 있거든 말씀드리러 오겠습니다.
시녀장: 그래. 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도록 하겠네.
마나 레이닝데이:감사합니다. (흐리게 웃어보인다)
(화장대에 앉아계시다 그리 되셨다. 그러니 화장대를 살펴보자. 마지막 흔적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른다.)
황후가 앉았다 쓰러진 화장대입니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워 가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앉아 있다 피를 토했다는 증언이 사실인지 거울과 서랍 등에도 피가 튀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제외한다면 화장대와 의자 자체에는 크게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피... (보석함과 그 옆 황후의 시신도 살펴본다)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역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이성 체크 0/1>
마나 레이닝데이: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윽......
(......어찌......)
(정신 차리자. 여기서 어린애처럼 엉엉 넋 놓고 울 수는 없지 않은가.)
시신이기에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차갑고 어딘가 무기질적인 느낌을 줍니다.
죽은 사람의 시체라기보단…
지독하게 잘 만든 나머지 도리어 불쾌한 도자기 인형 같다는 인상입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 형태인 나이트 가운을 입었고, 머리카락은 아직 덜 말라 젖은 상태입니다.
눈과 코, 귀, 입가에서 모두 피가 흐른 듯합니다. 특히 토해낸 피가 많은지 가슴팍에 검붉게 뭉친 핏덩이가 튄 흔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눈은 아직도 부릅뜬 상태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인형......같은......
발은 화장대 의자 방향, 머리는 벽 방향입니다. 천장을 바라본 자세로 쓰러졌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황후 폐하의 눈을 감겨드릴 수 있을까.)
당신은 천장을 바라본 채 눈을 감지 못하고 쓰러진 황후의 눈을 감겨주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당신은 황후의 눈을 감겨주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폐하... 부디 그 곳에서는 평온하시기를.
...화장대 근처를 살피던 시녀장이 무언가를 찾는 듯한 낌새로 중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시녀장: 이상하네...이게 어디로 갔지?
마나 레이닝데이:......?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시녀장: 으음...아무것도 아닐세...
시녀장은 무언가 말하길 꺼리는 듯해보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통역관은 외교를 겸하기도 한다. 말재간이 아주 훌륭하다.)
<말재주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말재주
기준치:85/42/17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시녀장: ...보석함에 보석이 몇 없어서 그렇다네.
마나 레이닝데이:보석이요...? 값이 많이 나가는 것들이 사라졌습니까?
시녀장: 액세서리들도 몇 개가 부족해보이고... 목걸이나 반지 같은 것을 장식하는 비싸고 화려한 장식들도 마치 그것만을 뚝 떼어간듯 사라지고 없어.
혹 황후께서 쓰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찾을 수가 없으니...
마나 레이닝데이:...혹시 사라진 보석들에 공통점이 있습니까? ...색이나, 종류... 같은 것에...
시녀장: 별 다른 공통점은 없다네. 그저 하나같이 값비싼 것들 뿐이라는 정도지.
마나 레이닝데이:그렇군요...
어떤 보석이 없어졌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시라도 찾았을 때 그것인지 곧바로 알아볼 수 있게요.
시녀장: 그것이 한 두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나 레이닝데이: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보석이 보이면 가져와보겠습니다.
시녀장: 그래주면 고맙겠네.
마나 레이닝데이:(벽시계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을까?)
묵직한 디자인의 벽시계입니다. 낡고 오래된 것이지만 운치는 있어 보입니다. 시간이 멈춰 있네요.
자세히 보니 이 벽시계는 유리문을 열 수 있는 장식장과 같은 구조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흠......(시계를 열어보자)
겉면을 열어보니 시계의 분침과 시침이 조금 이상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나사를 자주 조였다 푼 듯이 헐겁고 긁힌 자국도 났네요.
조금만 힘을 주면 분침이나 시침을 따로 분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둘을 분리해보자.)
하지만 지금 그러한 행동을 하기엔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마나 레이닝데이:아.
(벽시계는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고, 명화 쪽을 보도록 하자.)
개국 황제 부처의 유명한 일화를 담은 초상화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명화의 액자나 뒷면... 별다른 것은 없나..?)
자세히 볼 경우엔 관찰 판정 선언을 해주시면 됩니다.
<관찰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73
판정결과:실패
잘 보이질 않는데...
조금 더... 살펴봐도 되려나.
다시, <관찰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89
판정결과:실패
(빌어먹을...)
아무래도 당신도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특별히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여긴 나중에 다시. 티테이블과 의자를 보러 가자.)
찻주전자와 티세트 한 벌, 먹다 남긴 마들렌 한 접시가 놓인 테이블입니다.
티세트는 깨끗하게 닦인 상태입니다.
황후가 목욕 전 간식으로 먹던 것이고, 차와 곁들여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마들렌 역시 수상하지 않은 평범한 마들렌으로 황실 주방장이 만든 간식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별다른 점은 없는 건가...)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그럼 욕실로 가보자. 마지막으로 들르셨던 곳이니.)
욕실 문 앞에 발을 닦는 깔개가 놓여 있습니다.
목욕을 끝내고 침실로 돌아오자마자 일이 생겼다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욕실에는 아직도 훈기와 습기가 있고, 욕조의 목욕물과 목욕 중 마신 듯한 와인마저 그대로입니다
별 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와인에 독을 탔을 수도 있지. ...와인을 살펴보자)
와인은 황후가 즐겨 마시던 것입니다.
와인 잔에는 황후가 입을 댄 흔적이 남아있고, 와인 병에는 와인이 반 정도 남아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별다른 점은 없는 모양인가. ...하긴, 독을 탔다 해도 내가 지금 알 길은 없지.)
(......도망치고 나서, 와인 한 잔 서로 맞대며 웃을 수 있길 바랐는데.)
(...그래, 드레스룸까지 살펴보자.)
황후의 옷과 보석 등을 보관하는 방으로 가는 문입니다.
닫혀 있습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별 건 없나.
아.
(침대. 그걸 생각을 못하고 있었군.)
황후가 평상시 취침하는 원형 침대입니다.
호사스러운 금사가 수놓였고 장정 서넛이 동시에 누워도 될 정도로 넓지만,
전후사정을 아는 사람의 눈에는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궁내부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침구도 모두 낡은 것이고요.
황후가 눕기도 전에 변을 당했기 때문에 침대 자체에는 그다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몸이 약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침구 하나 주질 않고.)
(이불을 들춰보는 건 많이 눈에 띌 것 같고. 베개 밑이나, 침대 밑은... 괜찮을까?)
침대 밑을 살펴보자 작은 궤짝 상자 같은 것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주변에 사람이 많은 지금 그 궤짝을 함부로 꺼내 열어 보아도 좋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벽시계 쪽과 같이, 사람이 좀 물러나면 살펴봐야겠군.)
(아까 미처 보지 못했던 명화를 다시 살펴보고 싶은데.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영 보이질 않으니. ...조금 걸었으니 이번엔 무언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관찰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37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 액자... 가장자리 끝부분이 벽으로부터 약간 들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더듬어보니… 우측 변에서 작은 구멍 같은 것이 언뜻 손끝에 느껴집니다.
마나 레이닝데이:......? (이런 게...?
크진 않습니다. 얇은 펜이나 머리 장식 끝부분의 핀 따위가 들어갈 정도인 것 같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안에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가?)
글쎄요... 그것을 지금 확인해보기엔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 ... 살펴봐야할 것 같군.)
시간은 어느덧 자정이 넘었습니다.
의사들은 1차적인 검사를 마무리했고, 흐느껴 울던 황후궁 일원들 역시 우선은 자리를 정리하려는 뜻을 내비칩니다.
오늘은 우선 돌아가 잠들어야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잠이 올까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지만 이 밤을 수놓은 은하수의 물길 중 어느 줄기에도 그녀처럼 가늘고 깊은 우울로 빛나는 항성은 없습니다.
천덕꾸러기 황후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이 그저 곤란하고 귀찮은 일인 듯이 새벽의 황궁도 묵묵히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 기이한 사건이 황제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요.
마나 레이닝데이:(......나는 결국...... 그 분께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한 채로. ......당신을 대신해 복수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주제 넘는 신분이지만.)
(그래도, 당신의 영혼에 일말의 짐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리할 겁니다, 황후 폐하.)
[사건 이튿날]
이윽고 아침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반짝인다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날씨가 좋은 오전이었습니다.
당신은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어제 갑작스러운 황후의 승하로 황궁 안이 온통 어수선합니다.
근무지인 황후궁까지 가는 동안 몇 사람인가를 마주칩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근위병 하나가 당신에게 인사를 하네요. 붙잡아 간밤의 소식을 물을 수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근위병: 오.. 너도 간밤에 황후께서 승하하셨다는 소식은 들었겠지?
그래... 너도 마음 고생이 심하겠지.
마나 레이닝데이:......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위병: 황후의 시신이 수습되어 관으로 들어갔다고 들었어.
마나 레이닝데이:관으로......
근위병: 피를 토하신 것 말고는 상한 부분이 없어서 빠르게 처리되었다나봐.
마나 레이닝데이:곧장 장례를 치른다고 했습니까?
근위병: 국장은 일주일 뒤라고 하더군! 평소 그렇게 천시하더니, 최소한 황후로서의 예우는 해줄 모양이야.
마나 레이닝데이:그렇군요. 일주일 뒤...
근위병: 그러면 뭐해.
이건 정말 비밀인데
마나 레이닝데이:......?
근위병: 황제 폐하께서는 오늘 오전에도 업무에 들기 전에 정부와 만나셨다고 들었어. 어찌 이럴수가!
마나 레이닝데이:정부와.
근위병: 새벽부터 연락을 받고 달려온 황후의 아버지인 왕국 후작이 와서 엎드려 읍소했는데도 그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더니 말이야!
마나 레이닝데이:(기이할 정도로 차가운 분노가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하하.......
(당신에겐 참으로 모든 게 쉬운 모양이다. 제국의 태양! 모든 이들의 광영! 그래! 당신은 그 모든 것들이 우습고 쉬운 모양이지!)
근위병: 그렇지. 검시도 끝났다고 들었는데 의사들도 밤을 새서 살폈지만 음독인지 중병인지 확언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우리들 사이에선 독살이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어.
마나 레이닝데이:그렇겠지요. 그리 피를 쏟으며 돌아가셨으니......
근위병: 하지만 독살로 밝혀지는 경우가 더 골치아프긴 하지.
마나 레이닝데이:(어젯밤, 황제의 목소리를 다시 떠올린다. 그래, 황실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라는 듯이 그렇게 외쳤었지.)
근위병: 의사들은 모르겠다고 하지, 황제는 책임을 피하고 싶어하지, 게다가 다음 타깃이 황제일 가능성도 없지 않을테니 누구든 잡아 처벌하려고 할거야.
마나 레이닝데이:(......이리도 약삭 빠르게 굴 줄, 모르지야 않았다.)
근위병: 아! 그래! 그 얘기를 빼먹었네! 검시한 의사가 헛소리를 하던데...?
마나 레이닝데이:밉보이는 자들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이겠군요.
...헛소리?
근위병: 뭐라고 했더라...
황후의 가슴에…….
바로 이 타이밍에, 멀리서 사색이 되어 달려온 다른 근위병 동료 하나가 고함을 칩니다.
근위병2: 백작님께서 시체로 발견되셨습니다! 지금 난리가 났어요!
근위병: 뭐?! 살해? 백작? 어디의 백작을 말하는 건데?
마나 레이닝데이:......?
동료는 발을 구르며 그 어마어마한 말을 차마 쏟아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동쪽을 가리켰습니다. 여기서 동쪽.
황제의 시종장 휴베르트 백작 이야기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시종장... 황제의 시종장이?)
이 나라에서 황제가 앉는 왕좌는 ‘여섯 길 위에 앉은 백금 옥좌’라고 불립니다.
정말 백금으로 만들었다는 까닭도 있고, 건국 설화에 여섯 개의 순례길과 관련된 일화가 나오는 고로 황제궁에도 여섯 순례길을 본따 중앙 홀로 다다르는 여섯 복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 여섯 복도가 모이는 둥그런 방을 거치면 비로소 중앙 홀 출입문이 등장하고, 다시 문을 넘어서야 백금 옥좌에서 천하를 오시하는 황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식적인 행사날 황제를 알현하는 자들은 이 방에서 무기를 맡기고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백여 년을 내려온 위엄이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을 목도하게 됩니다.
평생 황제를 모셔온 노백작이,
그 깐깐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궁전을 호령하던 또 다른 우두머리가………
바지가 벗겨진 채 죽어 있었습니다.
<이성 체크 1/1D2>
마나 레이닝데이:......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바지는 왜 벗은...?)
무려 ‘황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중앙 홀 앞에’ ‘목을 매달아 공중에서 덜렁거리는’ ‘시종장의’ 시체인데도,
허리 아래 사정이란 본래 단두대에 매달린 사형수의 눈마저 돌아가게 하는 성질을 지니는지라 사람들은 아주 본능적으로 그자의 낡고 주름진 국부를 먼저 바라보게 되고 맙니다.
... 그 볼품없고 초라한 위용은 황제의 아낌없는 신임을 받는 충신으로서 여느 공작 못지않은 명예를 자랑하던 남자의 최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작게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사정을 모르고 얼결에 섞여 들어온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지만, 남성들이라고 해서 탄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스울 법도 한 상황인데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 역겨운…….
마나 레이닝데이:(......역겨워.)
하필 오늘은 중앙 홀을 사용하는 공식 행사가 있는 날이었기에 몰려든 사람의 숫자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상황을 살피고 싶은데 이대로 있다간 군중에 파묻히게 생겼군요.
마나 레이닝데이:(진짜 싫다. 아.)
관찰/듣기/은밀행동/도약 등 상황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기능치를 사용해 사람들에 둘러싸인 시종장의 시신을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빌어먹을 놈들... 한 놈씩 들어오든지... 하...)
(그래도 내가 황실에서 통역관으로 지내면서 기른 눈설미가 있다.)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98
판정결과:실패
(눈설미가 사라졌다.)
(아니야.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걸 거다.)
(한 번 더 보면...)
여러 번 시도해도 괜찮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
관찰력
기준치:65/32/13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노인의 시신 상태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선 가슴께가 피로 젖어 있네요.
교살당한 시체에 혈흔이 있을 까닭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목 부분이 그다지 훼손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졸려 죽은 시체라면 벗어나고자 격렬히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상처 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 시신은 마치……
이미 죽은 시체를 뒤늦게 고리 줄에 꿰어놓은 듯한 꼴이 아닌가요?
마나 레이닝데이:(피를... 끼얹기라도 한 건가?)
이때 군중이 급히 갈라집니다.
황제가 도달한 것입니다.
노기에 찬 그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시종장의 시신 앞에 섰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빌어먹을 새끼가 도착했군.)
노인의 비참한 꼴을 보고 주먹을 말아쥔 황제는 분노를 감추지 않으며 씹어 뱉듯 말했습니다.
황제: 반드시 찾아내 엄정히 단죄하리라!
마나 레이닝데이:(하.)
하하, 이거 웃기네요.
피를 토하며 죽은 황후의 시신을 내려다볼 땐 어땠었죠?
마나 레이닝데이:(네 놈의 눈엔, 그래, 그렇게밖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겠구나.)
(내 뼈가 부러지고 혼이 찢겨 구천을 떠돌아도 네 놈은 죽이고 가겠다.)
......
그리고 다시 나흘이 지났습니다.
황후의 서거로부터 엿새째, 그녀의 죽음까지 살인으로 친다면 6일간 황궁에 연쇄살인이 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황제가 아끼던 시종, 황제가 아끼던 요리사, 황제와 친분이 두텁던 대귀족……
모두가 황제와 친밀한 연관이 있던 사람들입니다.
비슬 (GM):
(To GM)rolling 4*1d4
4*
(
2
)
=
8
비슬 (GM):
(To GM)rolling 1d10
(
3
)
=
3
마나 레이닝데이:(...하하... 이러다 정말 황제 주변엔 아무도 남질 않겠군.)
(누군진 모르겠지만......)
(대단해. 한 번도 잡히지도 않고.)
황궁은 스산하리만치 조용하고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연히 황제파라고 알려진 대귀족 인사들은 아예 황궁으로의 발걸음마저 끊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제 목숨이 더 아까운 것이야 당연하겠지.)
국장 기간과 겹쳐 모든 무도회며 행사가 취소되고 연일 경비를 강화하니 구역을 막론하고 모든 곳이 사람 사는 공간 같지 않게 적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험흉한 것들이 돌았습니다.
그것은 발이 없으되 평소에는 높으신 분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장 낮은 곳까지 무엇보다도 쉬이 건너갈 줄 아는 힘을 지닙니다.
세상에 말보다도 빠른 것은 없기에 평생을 황족의 옷자락 하나 밟아보지 못할 이들까지도 쉬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로 떠나 보내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황후가 궁을 저주하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황후가 원혼이 되어 궁을 떠돌고 있다!
그런데 황제와 정부만은 살아 있습니다.
어째서?
마나 레이닝데이:(그 모두를 죽이고서,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 가장 마지막에야 죽이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정말로 당신의 원한이라면, 저주라면.)
[국장 전날]
황제는 신경이 극도로 쇠약해진 채 황제궁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단둘이 심처에 몸을 숨기고 근위병들로 황제궁을 겹겹이 둘러싸 쥐새끼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비를 단단히 했다지요.
순찰을 지독하게 강화했고, 근위대 업무는 평소보다 배로 늘어났으며 수도 경시청까지 협조를 시작했습니다.
며칠간 수사를 거듭하면서 근위대에서도 나름대로 알아낸 정보가 있습니다.
시신은 대체로 '이미 사망한 후' '시체인 상태로' 목이 매달렸다.
범행 장소는 반드시 황제의 위엄과 관련된 공간이다.
알현실에서 죽은 시종장도 그렇고, 박물관의 황가 전시실에서 죽은 요리사도 그렇고.
사망한 자들은 전원 황제의 특별한 총애를 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범행 시각, 근처에서 몸집이 작고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두어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증언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습니다.
첫 번째 항목처럼 시신의 목숨을 깔끔하게 끊고 목까지 매달아 두려면 적어도 건장한 성인 남성 정도는 되어야 할 테니까요.
마나 레이닝데이:(그러니 저주라는 말이 도는 거겠지.)
황궁의 모든 인력이 경비를 돌기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자에겐 정말로 모든 게 쉽군.)
당신은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중심으로 순찰 임무를 배정받게 되었습니다(지도에서 빨간 점이 찍힌 곳들이 사건 장소입니다).
오늘의 담당 구역은 우측 별관과 성당. 두 장소를 방문해볼 수 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이젠 힘없는 통역관에게까지 순찰을 시킨다, 라.
우리 황제 폐하께서 또 얼마나 살뜰하신지. 국고를 허투루 쓰시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별관을 먼저 들러보자.
별관으로 이동합니다. 스산한 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시신 자체는 이미 치워졌고, 범행이 벌어진 공간만 보존해둔 터라 당신은 특별히 추가로 조사할 것이 없습니다.
황제가 눈을 뒤집고 인력을 충원했거든요.
근무 목적 자체는 단순한 경계이니 한 바퀴 순찰만 돌아 보면 될 것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국고나 탕진하고 신경쇠약에 말라 죽어라. 빌어먹을 황제.)
...별관 뒤쪽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들이 눈에 띄네요.
마나 레이닝데이:......(누구지?)
저들은… 황후를 수습한 장의사들이군요?
듣기/은밀행동/기타 판정이 가능합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끼어들었다간 이야기도 못 듣겠고, 이곳에서도 들리겠지?)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73
판정결과:실패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잘 안들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서 다시 들어봅시다.
마나 레이닝데이:(조금 더...)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1:장의사1” 그러니까… 잘못 본 거 아니지?
장의사2: 그랬다니까. 자작이 요청해서 가슴을 갈랐는데, 심장에 다이아몬드가 꽂혀 있었다고. 아주 주먹만한 게.
장의사1: 그게 어떻게 거기 박혀 있어? 뭐, 드셨거나 하면 위 같은 데에 있을 수는 있어도. 심장을 보석이 찌르고 있다는 게…….
장의사2: 수상한 건 그게 전부가 아니야. 왜 있잖은가, 그 별관에서 죽은 하녀. 그 여자 주변에도 보석 가루 같은 게 있었어.
마나 레이닝데이:(다이아몬드?)
(보석가루...?)
장의사1: 아, 그 얘기라면 나도 들었다네. 박물관이고 성당이고 다 검출됐다던데. 에메랄드나 루비 같은 게.
그 이후의 대화는 그들이 자리를 이동한 탓에 들리지 않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커다랗고... 값비싼...)
(......설마, ......설마?)
(황후 폐하를 누군가가 죽였고, 보석함에서 훔쳐낸 보석을...)
(마치... 자신인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
(얼른 순찰 임무를 끝내자. 방에서 정리해야겠어.)
마나 레이닝데이:(성당으로 가자.)
성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문득 심장을 저미는 듯한 추억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그 목걸이를 받던 날 황후를 이곳에서 마주쳤었죠.
그런데…
어, 뭔가 본 것 같습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모퉁이를 돌아 급히 사라지는 검은 형체 같은 것을요.
마나 레이닝데이:......?
저 방향은 도서관으로 꺾는 방향인데요.
마나 레이닝데이:(쫓아가보자.)
인기척을 쫓아 도서관으로 달려가니, 어느새 검은 인영은 사라지고 난 후입니다.
확실히 본 건 맞을까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나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복도엔 개미 한 마리 없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이게 무슨......
하지만 여기가 도서관 1층이라면 바로 저쪽에 열람실이 있죠. 들어가면 사서 노인이 있을 거예요.
마나 레이닝데이: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군.
......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보자.)
사서: 오, 자네군 그래. 오랜만에 보는 것 같으이.
마나 레이닝데이:오랜만입니다, 어르신.
사서: 그래... 요즘 같은 때에 한가롭게 책을 읽으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으니.... 무슨 일로 이 늙은 이를 보러 오셨나? (허허실실 웃으며)
마나 레이닝데이:황명으로 동쪽을 순찰하던 중이었습니다. 성당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수상한 검은 로브를 쓴 자가 이쪽으로 달려가기에 쫓아와보았습니다. 갑자기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혹여 무언가를 보신 것이 있나 하여 여쭤봅니다.
사서: 글쎄다... 누가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는 못들었고...흐음... 그래 누가 지나가는 것 같기는 했다만, 늙어서 그런가. 잘 모르겠구나.
그치만 어젯밤에 황후 전하를 뵙기는 했지...
마나 레이닝데이:.......?
황후 전하께선,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사서: 나도 황후 전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들어 알고있네.
그래서 꿈인가 생신가...아직도 잘 모르겠어
아마 늙어서 헛 것을 본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꿈결이든 환각이든 어제 잠결에 뵌 기억이 있어.
가신는 길도 잘 못 챙겨 드려서 귀신으로라도 한 번 더 뵈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어쩌면 정말 꿈속에서의 일이었을지 모르지.
마나 레이닝데이:......아아.
(나 역시 꿈에서라도 한 번 뵈었으면 하였건만.)
사서: ...생각해보니 전하께서 책을 몇 권 빌려가셨는데 그게 아직 안 돌아왔군 그래. 자네는 황후궁에 출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좀 전해주겠나?
마나 레이닝데이:아, 책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셨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꿈에서 뵌 황후 폐하께서, ...건강하신 모습이셨습니까.
사서: 글쎄다... 그리 좋아보이는 모습은 아니셨어. 황후께서 좋지 못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지...?
그래서 그런가...온 몸이 상처 투성이셨지...
마나 레이닝데이:......(드레스 뒤로 주먹을 꽉 쥐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죽어서도 편치 못한 이유가 무엇일지.)
(.......이젠 정말 어떻게 되어도 좋다. 폐하의 복수를 하고, 나도 그 뒤를 따르든 할 것이다.)
(우선 책을 찾으러 황후궁으로 돌아가자.)
[다시 황후궁]
들어오고 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군요?
황후가 사망한 날 석연찮았던 부분이 떠오릅니다.
재조사가 가능합니다.
마나 레이닝데이:......그래, 맞아.
벽시계에, 분침하고 시침이.
(벽시계에서 분침과 시침을 분리해낼 수 있을 것 같았었지. 벽시계로 다가간다.)
<손놀림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손놀림
기준치:10/5/2
굴림:96
판정결과:대실패
아......
(부...러지진... 않았...겠지...)
벽시계는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ㅎ..)
(폐하 유품이나 다름없는 걸 박살을 내다니...)
<행운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행운
기준치:20/10/4
굴림:42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분침만은 무사하길 바랐으나, 운이 안따라줘서 일까요? 그것은 이상한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습니다.
이걸 사용하기는...힘들 거 같은데... 어떻게 고칠 수 없을까요?
마나 레이닝데이:역사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뭔가 ... 이런 비슷한 ... 상황을...
타개한...
역사는 반복되니까. 있지 않을까.
당신은 선조들의 지식을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역사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역사
기준치:45/22/9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지식은 올바른 길을 가리키는 길잡이이다.
그러고보니, 역사 속 3대 황제가 적의 습격을 받아 창고에 숨었을 때에 지니고 있던 열쇠가 손상되어 갇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황제가 지혜를 발휘하여 그것을 고친 방법이 그대로 나와있었죠!
마나 레이닝데이:(3대 황제 감사합니다)
역시 선조들의 지혜는 틀리는 법이 없습니다. 당신은 조금 힘들긴 했지만 구부러진 분침을 같은 방법으로 고쳐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좋아. 분침을 돌려놨다.
이제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마나 레이닝데이:역시 배워놓으면 다 쓸 데가 있지.
...그럼... 침대에,
그래.
침대 밑에 상자 같은 게 있었는데.
(침대 밑을 본다)
침대 아래에는 작은 궤짝이 놓여있습니다. 상자 윗 면에는 작은 구멍이 있네요
마나 레이닝데이:구멍...?
(그냥 안 열리나?)
그냥 열기는 힘들어 보이는데...구멍에 넣을 만한 것을 갖고 있지는 않나요?
마나 레이닝데이:분침...? 설마? 설마????
(넣어보자...)
분침을 꽂아 넣자 상자가 열립니다.
안에는 굉장히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잿가루와 뼈를 태운 듯한 흔적, 복잡하고 불쾌한 수식을 갈겨 쓴 종이 조각, 반쯤 녹은 다이아몬드 조각, 사람 모양을 본 딴 천 인형이 있습니다.
이게 다 뭐죠? 대체 황후궁에 왜 이런 게 있나요?
마나 레이닝데이:(어떤 놈이 황후 폐하 저주한 거 아냐?)
......모르겠군. 일단 전부 살펴보고, 증거를 한 데 모아야겠어..
저번에 명화 뒤에 웬 구멍이 있었지.
저... 큰 걸... 뜯어야하나?
(힘이 없지는 않은데)
(명화를 다시 살펴보자)
기억을 더듬어 명화의 우측 변을 살펴보자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 방금 본 것 같은 사이즈네요!
...!
(분침 효자. 구부러뜨려서 미안했다)
(분침을 끼워보자.)
시계 분침을 꽂아 넣으니 뭔가 딱 맞물리는 느낌이 들고, 달칵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됩니다.
문처럼 잡아당겨 열어보는 형식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열어본다)
......도대체 여기 누가 이런 장치를 해놓은 거야>
액자 금고 안에는 다양하고 기묘한 물건들이 난잡하게 널려 있었습니다.
아주 낡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고, 왠지 뭔가 액체로 잔뜩 젖은 듯이 날강날강한 책 서너 권,
문장이 되지 않는 단어들을 마구 흘려 쓴 종이 몇 장, 보석 조각 등이 보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보석 조각....
그래, 책은 분명 이거...
이거인가...?
(도서관 책은 파손되면 돌려주기도 애매한데)
그 책이 뭔지 물어나 보고 올 걸 그랬다. ...뭐, 표식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책을 훑어보자)
책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불쾌한 느낌을 줍니다. 제목이 쓰여 있지는 않습니다.
<오컬트 기능+2 상승, 이성 체크 0/1>
마나 레이닝데이:
정신
기준치:70/35/14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슬쩍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울 정도로 불쾌하고, 소지하는 것을 걸렸다면 당장 파문당할 정도로 악마적인 지식들이 담긴 책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뭔. ...뭔???)
(이런 게 왜 여기에...?)
누군가를 저주해 죽이는 방법, 원석이나 귀금속을 이용해 사람에게 깃들었다는 마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사람을 인신공양해 복잡한 마법진을 만들고 모독적인 존재를 불러들이는 방법…….
마나 레이닝데이:(미치겠군.)
(왜 이런 게... 여기에 있는 거지...? 그렇다면 종이도... 이런 종류의 것인가?)
(종이를 살펴보자)
첫 장엔 몇 가지 복잡한 수학 공식, 그리고 반복해 그린 오망성 모양이 눈에 띕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아까도, 수학 공식이.
둘째장은 뭔가를 옮겨 적은 듯한 내용인데, 전부 알아볼 수는 없지만 귀금속을 매개로 추악한 마법을 부리거나 저주 의식을 치르는 법, 사람을 본딴 인형을 만드는 법 등에 관한 메모입니다.
<아이디어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귀금속...?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계속해서 신경쓰였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내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다섯 살 때부터 난 외국어를 했지. 천재였어.)
이 글자들....모두, 제국어가 아니군요?
그러나 당신에겐 아주 익숙한 언어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
이건......
당신은 통역관이니까요.
마나 레이닝데이:(아.)
(제발.)
종이의 마지막 장에는 다시 오망성 그림, 그리고 넓은 장소에서 별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위치마다 제물을 희생시켜 끔찍한 일을 벌이는 마법진 술식에 대한 번역이 적혀 있습니다.
그 뒷 면에는… 오늘 날짜만이 써있군요.
<아이디어 판정>
마나 레이닝데이:......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자, 황궁의 전체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시다.
알현실, 성당, 박물관, 별관. 오망성 모양을 이루려면 남은 장소는 어딜까요?
마나 레이닝데이:오망성. 꼭짓점. 제물...
황제궁.
마지막이 황제였구나.
아, 마지막이.
젠장!
(황제궁으로 가야한다.)
마나 레이닝데이:(오늘, 황제궁에.)
(분명... 분명 그 사람은... 분명, 황제 앞에 서있을 사람은...)
......
당신은 급히 황제궁으로 향했습니다.
불안감이 심장을 파먹고 목까지 옥죄는 것 같습니다.
다시, 비가, 비가 내립니다.
동토를 할퀴는 날씨, 음산하게 번쩍거리며 발걸음을 잡아채는 뇌우…….
어디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황제궁은 너무 넓습니다. 기이하게 사람이 없습니다.
수많은 근위병들은 다 어디로 갔죠? 시종들은요?
황제는?
비 내리는 밤에 황제가 있을 법한 곳이라면 어딜까요?
...침실?
마나 레이닝데이:빌어먹을 새끼! 당신이 죽은 이후로 그 새끼가 죽길 바랐지만, 그랬지만, 그게 당신 손을 더럽히길 바라서는 아니었어!
어디든 생각나는 대로 뛰어가 봅시다.
마나 레이닝데이:침실에 있겠지! 그 망할 정부를 끼고서!
당신이 침실까지 뛰어가자 바로 문 앞에서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립니다.
. 당장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 비가, 비가… 질리도록, 비가…….
마나 레이닝데이:(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
황제의 침전입니다.
전부 열어젖힌 창문에서 비가 들이치고 있었습니다.
멀리 황궁을 둘러싼 산으로 낙뢰가 꽂히는 것이 보입니다.
번쩍, 하고… 물방울 같은 게, 튀는데,
이토록, 뜨거운 것이, 비일 수는 없지 않겠어요…….
마나 레이닝데이:(빌어먹게도 어울리는 날씨인데, 그런데...)
낙뢰를 걸머지고 반쯤 어둠 속에 갇힌 조그만 인영이 있습니다.
아래 쓰러진 남자는 이제 왕홀도 보주도 쥘 수 없는 어떤 것.
마나 레이닝데이:......아아.
국새나 보관도 더는 그의 영광을 보장하지 아니할 테지요.
심장을 크게 꿰뚫어 꽂힌 칼을 타고 황족의 피가 흐릅니다.
저토록 고결한 것인데도 도무지 가장 천한 자들의 붉음과 다를 바가 없는……
......
눈이, 눈이 마주칩니다.
공중에서 불꽃이 튑니다.
상대가 당신을 알아봅니다.
평소처럼 파랗게 질려 가라앉은 시선이 아니라, 심지를 가져다 대면 당장에라도 발화점을 폭발시킬 것 같은 안광입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아.......
음울하지 않은, 진득하지 않은, 차갑지 않은, 황후 같지 않은, 미쳤으되 건강하고 생경하며 살아 날뛰는 격노.
어쩌면 그녀가 너무나 기다렸을 문장,
마나 레이닝데이:나의, .......나의 주인이시여.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죽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할지 모를 문장.
꼿꼿이 편 등허리를 벼락처럼 훑어 내리는 작열감에 몸을 떨면서,
그녀가 말합니다.
벨라 블랑시에:그래, 바로 나야.
눈을 마주치는 행위가 촛불과 촛불을 마주 대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서느런 눈초리에 일순 불티가 튀었습니다.
거운 빛깔로 갈무리된 성노가 넘실거립니다.
그녀는 숨을 죽입니다.
그토록 오래 준비해온 말인데도 목이 메어서 제대로 발음할 수가 없었습니다.
벨라 블랑시에:내가 황제를 죽였어.
숫제 속삭이는 어조였습니다.
튀어 오른 불티가 그녀의 안구를 잡아먹고 혈관을 불사르며 시퍼렇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회광반조라도 상관없었습니다.
이 낯설고 자유로운 불의 홍수를 그녀는 몇 년이나 기다려 왔으니까요.
방식도 색채도 달라진 화火가,
희열처럼 여기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마나 레이닝데이:(울음이 쏟아질 것 같아, 몇 번이고 숨을 헐떡이며 그 앞까지 다다른다. 내가, 그 이후로 몇 번이고 꿈에라도 만나뵙길 바라며, 그토록이나 그리던, ...그 사람이.)
(떨리는 발걸음이 뒤엉켜 금세라도 무너져 넘어질 것 같았다. 작고 여린 당신의 어깨를, 팔을, 손을, 차게 질린 손으로 붙잡으며, 아, 몇 번이고, 현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붙잡으며.)
......나의, 나의 주인이시여, 나의...... 나의......
벨라 블랑시에:그래, 나야. 마나. 너의 주인인 벨라가 여기 있어. (피가 잔뜩 튄 얼굴, 그 위로 섬짓해 보일만큼 선연한 미소가 당신을 향한다.)
(타인의 피를 뒤집어 붉어진 드레스, 그 아래로 내비치는 상처투성이의 가녀린 몸,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뒤집을 만큼 성난, 불길처럼 뜨거운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나 레이닝데이:꿈에라도 뵙길 바랐습니다. ...단 찰나라도 좋으니, 당신의 음성을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다고, 아니라면 그 눈동자라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다고, 그조차도 아니 허락된다면 그 향기라도, 아니, 그 옷자락 끝이라도 다시 보고 싶다고, 그리 바랐습니다. 그토록 홀로 울며 당신을 그렸습니다. 죽은 줄로 알면서도, 헛된 꿈인 줄로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기어이 참지 못한 울음이 뚝, 뚝, 볼썽사납게 쏟아졌다. 당신의 매 순간, 당신의 모든 외로움과 고독, 그 모든 음울을 껴안지 못한다는 것에 진저리날 정도로 죄책감을 느껴오던 통역 시녀는, 그 모든 것들을 죄 내려놓기라도 한 듯, 타는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감히 손이라도 대면 망가질까, 부서질까, 재가 되어 날리기라도 할까 차마 손끝에 입조차 맞추지 못하였던 그는, 꽉 당신을 끌어안으며, 한없이 울음을 쏟았다.) 당신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 그 순간, 그 무엇보다도 먼저 떠오른 것은, 아, 이젠 정말로, 그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살아있기만 하다면, 이 천 년은 더 공고할 것 같았던 제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도, 저 백금의 황좌가 썩어 문드러져 길바닥의 쇳덩이가 되어도, 내 가문이 부서지고 내 영혼이 재가 되어 날려도, 다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를 그리 만들었어요.
벨라 블랑시에:(저를 끌어안는 당신을 조용히 마주 앉아 당신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리고 서늘한 웃음을 품은 목소리로, 방금 전 그런 일을 벌인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나의 마나. 너는 참 울음이 많구나. 이리도 울음이 많아서야 앞으로 어찌 살아가려 그러니. (그녀는 잠시 투명한 눈물을 진창 흘리고 있는 당신의 보랏빛 눈을 들여다 보고 언제나처럼, 그러나 그 어느때보다도 생기있게 웃어보였다.) 그래.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마나, 나는 그 책임을 져 줄 수 없어. 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제물로 바쳐, 이 곳에... 이 끔찍한 곳에, 악마를 부를거야. 그리고 그것이 나의 화를 완성해주겠지. 이 부질없는 백금의 황좌도, 덧없는 내 7년도 모두. 그러니 마나. 너는 그 전에 이 곳을 벗어나. 너는 내가 그 모든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니까. (흐르는 눈물이, 얼굴을 뒤덮은 붉은 핏자국과 섞여 선홍색으로 떨어져 내린다.)
마나 레이닝데이:나는, 나는...... (어느 음절도 쉬이 떨어지지를 않아서, 마나는 조금 오래 숨을 삼키며 어깨를 떨었다. 무감하고 무정하였던 그 눈빛이 왜 당신을 볼 때에만 그토록이나 깊고 다정하였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멸시와 경멸을 딛고 뛰어올라 도달한 곳에서, 그 자신의 목적마저 잊을 정도로 황홀하게 빛나던 당신을 보았던 그 날도, 그리하여 황제의 좌천이나 다름 없는 명령에 말을 덧대지 않고 받아들인 것도, 죄 당신을 향해 느꼈던 알 수 없는 생각들 때문인 것을, 당신은 진실로 몰랐을 것이다. 마나는 발갛게 번지는, 증오의 죽음을 덮어쓴 당신의 울음을 닦아내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나의 주인이시여, 내가 영원토록 바라고 그릴 나의 주인이시여. 종이 감히 그대에게 나를 안아달라 청할 수 없음을 압니다. 감히 그대에게 바라던 것을 멈추라 올릴 수 없음을 압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 신분이 이제 다 무어가 소용일까. 저 고깃덩이가 마련한 길 위에서 만났으나, 이제, 그것이 다 무어가 소용이란 말인가. 마나는 천천히 당신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벨라. 벨라 블랑시에. 내 인생에서 보았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찬란한 사람. 나의 주인, 나의 폐하. 언제나 그대를 보면서 황제에게서 그대를 빼앗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하다못해, 당신의 발목에 얽힌 황제라는 족쇄를 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흐린 숨을 타고 울음기가 번졌다.) 기사의 구원을 바라는 대신 스스로 족쇄를 찔러 끊은 나의 가장 영광스러운 빛. ......아, 나는 그대와 더 먼 곳까지 달려나가고 싶습니다. 이미 무너진 감옥과 족쇄는 돌아보지 않고서, 그저 앞으로 무궁히 펼쳐진 길 위를, 맨발로, ......그렇게 뛰어나가고 싶습니다.
벨라 블랑시에:...(그녀는 이제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그 날을 떠올렸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그러나 말이 통하였다고 한들 무엇이 달랐을까 싶은 이곳으로 타인의 떠넘김에 밀려 들어왔던 그 날. 귀찮고 답답한 것을 보는 표정의 황제가 자신에게 통역 시녀를 붙여주었던 그 날. 이 곳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던, 누구보다도 먼저 제 인사를 받아주었던 그녀를 보았던 그 날, 자신은 저와 당신이 이 길 위에 놓였음이 사무치도록 슬펐다. 이미 모두의 미움을 산 짐덩이 신세였음에도 그 간 눈물을 보이지 않은 건, 오로지 당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저 깊은 밤 보다도 새까만 순흑이라서 제 눈물을 보면 모든 것을 그 순흑으로 덮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제 모든 화를 가려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였다.) ....아, 마나. 우리는... 우리는 왜, 이 길 위에서 만나야만 했을까. 내 모든 것과, 네 모든 것을 뒤틀리게 한 이 길을 모조리 없애버리는 것만이 나의 모든 것이었는데, 너는 또 그리 쉽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아. (잔뜩 흥분한 거친 숨소리를 내며 헝클어진 머리를 흔들고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마나, 나의 마나, 정녕 나와 끝을 볼 것이야? 이 더러운 길을, 나와 함께 벗어나 다른 길을 달려줄거야? 나는... 아, 마나. 나는... (그 순간, 그녀는 당신의 울음기 번진 호흡을 들었다. 눈물을 닦아내고 붉어진 눈가를 보았고, 괴로움으로 물든 눈동자를 보았다. 희게 질린 피부와 새빨간 피보다도 강렬하게 제 눈을 사로잡는, 붉은 입술을 보았다. 이토록 강렬한 충동에 휘둘린 적이 있었나. 자신의 가슴을 태우는 뜨거운 화마보다도 더 지독한 이끌림이 머릿속을 모두 헤집고 있었다. 피보다도 진득하게 섞이는 숨, 앞으로의 일 같은 복잡한 생각 따위의 것은 모두 잊게 만드는 잔인한 감촉이 당신의 입술위로 내려앉고,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하는 듯 선득한 안광이, 결코 제정신인 여자의 것이라 생각할 수없는 그 미칠듯이 아름다운 유혹이 당신을 잡아먹고 있었다.)
마나 레이닝데이:(입에서 입으로 건네는 숨을 받아 쉬며, 마나는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울음으로 일그러진 얼굴이었으나, 거의 감긴 두 눈 아래 빛나는 탐욕스러운 자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손에 쥔 것처럼 행복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살인의 죄업을 뒤집어 쓴 자에게서 풍기는 위험한 향기를 제 폐부 깊은 곳까지 한껏 밀어넣으며, 마나는 당신과 뒤엉켰다. 빗물과 핏물에 젖어 제멋대로 뭉텅 휘날리는 머리칼을 그 희게 질린 손에 가득 그러쥐며, 벨라, 제 세상을 죄 손에 쥔 것처럼 포만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대가 가는 모든 길을 따를 겁니다. 그게 설령 억겁의 염화 속이어도, 빛 한 줌 없는 심해 가장 깊은 곳이어도, 피와 진창으로 얼룩져 풀의 색조차 볼 수 없는 붉은 초원이어도, 그 어디여도, 나는, 나는 벨라, 그대와 함께 달릴 겁니다. 그러니 그대는 날 떼어놓을 수 없어요. 내가 그대를 떼어놓지 않을 것처럼 그대도 나를 두고 갈 수가 없단 말입니다. 벨라, 벨라 블랑시에, 나의 영겁, 나의 세계, 나의 빛. 나에게 당신의 전부를 주세요. 당신의 숨, 당신의 웃음, 당신의 눈물, 당신의 시선과 당신의 향기, 당신의 감정의 앙금 한 술, 그리고 당신의 죄 마저도 전부 내게 주세요. 내가 당신의 전부를 갖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리하면,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게요. 이 목에 목줄을 채워, 이 숨을 몽땅 앗아, 전부 당신 손에 쥐게 해줄게요. 우리의 목숨도 우리의 영원도 전부, 서로에 손에 쥐고서, 이 땅이 모두 무너지고, 이 하늘이 모두 흩어지는 날까지, 평생 우리 둘이서 달려가요. 벨라. 나의 유일한 목적. 나의 유일한 사랑. (당신의 말, 당신의 몸짓, 당신의 눈빛 하나 하나에 심장이 내려앉던, 제 감정을 무어라 정의해야하는지조차 모르던 날들이 모두 꿈결 같았다. 이토록이나 극적이고, 이토록이나 눈부신 것인 줄로 진작 알았더라면.) 그 정원에서 말했잖습니까. 도망가자고. 우리 둘이서, 도망가자고. 살아만 있으면 뭐든 바랄 수가 있다고. 그러니 영영 도망가요. 영영, 이 무너져가는 황궁을 내버리고서 가벼운 걸음으로, 우리 둘이서만 지독하게 뒤엉키면서. (당신의 흰 손에 제 손을 겹쳐, 마나는, 제 목에 두른 붉은 벨벳 초커 위로 손을 대었다.) 내 목숨은 언제든 그대의 것이라고, 여기서 맹세할 테니까, 부디.
벨라 블랑시에:(미쳐버린 짐승처럼, 당신의 숨을 모두 삼키려는 듯 탐욕을 부리던 그녀의 손이 당신의 가는 목 위에 닿았을 때, 그녀는 더없이 아름다운 웃음을 흘렸다. 그 어떤 것에서도 다신 볼 수 없을 것처럼 아름다운, 그리고 치명적인 웃음이 영원히 머물 것처럼 선명했다.) 그래, 내 모든 것을 네게 줄게, 마나. 나의 숨, 나의 웃음, 나의 눈물, 나의 화, 나의 죄 마저도 모두 너에게 줄게. 그리하여 내가 너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이 손에 쥔 너의 가는 목을 쥘 수 있는 것이 이 세상 아래 오로지 나 뿐일 수만 있다면, 나는 내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당신의 목을 쥔 그녀의 손아귀에 미약한 힘이 느껴진다. 당장 당신의 목을 그러쥐고 이제 너는 나의 것이라고, 다시는 번복할 수 없는 나의 소유라고 그리 외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가자, 이제 우리는 이 길을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을 테니까. 그 길의 종착지가 어디든 너는 나의 것이고, 나는 너의 것임은 바뀌지 않을 테니까. 그리하여 그 길의 끝에서 오로지 우리 둘만이 남을 수 있을 테니까. (폭우가 내리는 밤, 구름을 뚫고 들엉오는 달빛 한 줌이 그녀의 붉게 물든 얼굴 위로 나렸다.) 그래, 뒤도 돌아보지말고 가자. 오직 내 손 아래에만 네가 있고, 오직 네 숨 속에만 내가 있을 테니까.
마나 레이닝데이:가요, 어서 떠나요. 이 밤을 실컷 내달려서, 우리 둘만 남을 때까지. 그리고 나서, 여명이 오고 다시 황혼이 내릴 때까지, 며칠이고, 며칠이고, 둘만의 육과 둘만의 영을 탐하고, 그렇게 언제까지고 살아가요. (마나의 얼굴 위로 환희가 드리웠다.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더없이 기쁜 낯으로 환상에 잠긴 소녀마냥 황홀하게 웃었다. 마나는 당신의 손을 꼭 잡았다.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사슬이 잡은 두 손에 휘감기는 것도 같았다. 전부, 마음에 들었다. 마나는 당신의 욕망을 실컷 삼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당신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비린 피맛이 밀려왔으나, 아무렴. 이제 이 모든 것은 나의 것이고, 내 모든 것은 벨라, 나의 주인의 것인걸. 마나는 한 줌의 미련도, 망설임도 없이 당신과 함께 이 지리멸렬한 음울의 허황 속을 벗어나려 달렸다. 내딛는 걸음마다 빗물이 튀어 올랐다. 그 모든 소음조차도 전부 둘만의 세계를 축복하는 박수갈채처럼 들려왔다. 마나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올라오는 해방감에 한껏 웃었다. 꽉 쥔 손의 온기가, 참으로 따뜻했다.)
미친 여자가 저기 있습니다,
황제께서 붕어하셨습니다,
그 주제 모르는 여자가 결국 사달을 내었어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인간성을 버리기로 합니다.
인륜을 저버린 여자,
광장에 매달아 분시해 마땅할 여자,
당장 파문당해 고해성사조차 허락되지 않을 마녀,
악마에게 홀린 년,
삿되고 추한,
사람도 아닌…….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그녀도 꿈꾼 것이 있었습니다.
반려라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우러르는 황후가 되는 것도 아니었죠.
여기서 죽고자 결심하기 전에, 비천한 목숨으로 눈부시게 악독하고 저주스러운 것을 불러내려 들기 전에, 그리하여 황가에 가장 추한 것들을 전시하려 하기 전에요.
제일 귀한 제물인 황제를 바쳤으니 이제 오망성이 완성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부름을 요청하는 자의 피, 자신의 피, 그것만 있으면 되는데,
이날이 오면 응당 볼품없는 심장이라도 갈라 올리려 했는데…….
그러나 그녀는 당신과 함께 밤의 어둠을 가로질러 길 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자비로운 신조차 받아주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산 자로되 산 자가 아닌 것처럼 살면서 악마와 손잡은 자신을 파먹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녀와 함께할 것을 택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짚었습니다.
. 별빛으로 반짝이는 보관을 썼을 때에도, 제국의 달로써 칭송받던 때에도 가지지 못했던 고귀나 권위를 비로소 가지게 된 악마가 여기 있습니다.
황후도 후작 영애도 아닌 여자만이 온전히 여기 남아서,
어쩌면 다섯의 목숨을 바치고 황제를 죽여 바로 당신을 얻은 채로.
황궁 근처에는 우스울 정도로 아무도 없습니다.
좁은 구두를 신고 조심스럽게 드레스 자락을 끌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 그 미친 여자가 달립니다.
바깥의 빗소리를 재연하듯 맨발로,
당신의 손을 잡고,
새벽을 사르는 여명을 향해…….
싸늘하게 얼어붙은 아침의 첫 공기가 폐를 감쌉니다.
이대로 도망치면서 누굴 또 죽이게 될지 모르죠. 그렇다고 해도…….
여자가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딘가 망가진 사람처럼 계속해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남의 피가 섞여 분홍색으로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눌러 훔치며 달렸습니다.
달리면서 말했습니다.
쭉, 나는 이렇게 하고 싶었어,
어쩌면 당신과 단둘이.
아니, 확실히 너와 함께.
보석도 무도회도 없는 곳으로 떠나는 거야…….
그리하여 이곳에, 도덕도 양심도 왕관도 전부 저버린, 사람조차 아닌 그저 둘이 서 있게 됩니다…….
……
봐! 요정처럼 순수한 아가씨, 저토록 사랑스러워 이름마저 그럴 테지.
복중에서부터 연약했을 것이고, 자라나 사뿐사뿐 걷던 날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신부로 클 게 분명했겠지.
성벽 너머 치열한 온도, 호쾌하게 들판을 달려나가는 말발굽 소리, 가질 수도 없고 욕심내서도 안 되었을 일들을 덜고 나면 남는 것은 백합 한 송이뿐. 숨막히게 아름다운 그 아가씨.
그러니 당신도 고민해 보자, 왜 내게는 한 줌 봉오리만이 쥐어졌을까?
나의 반려는 세상을 열었다는 신화 속 영웅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모두가 장차 한몫은 해내야 한다는 서사를 부여받으며 태어나잖아.
나는 이제 어여쁘기만 한 건 싫어.
들불 속을 맨발로 달리는 여자가 되고 싶어,
잔인한 바람과 칼날처럼 핏줄을 저미는 공포를 느끼고 싶어.
내게도 분노가 있어,
여과 없는 화火가 있어…….
들불 속의 연약
Writer. 헤르츠
[END 1. 새벽을 사르는 불꽃]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