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C 7th ::
:: KP - 비슬 ::
:: KPC - 나인 시그니페리 ::
:: PC -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
:: 플레이 일자 - 2020.02.26.수 ::
:: 플레이 타임 - 약 8시간 ::
:: 본 플레이는 배경을 중세에 맞춰 개변한 플레이입니다. ::
:: PC와 KPC의 관계(무시받는 황녀와 그의 유일한 호위기사+짝관)에 맞춰 개변한 부분도 많습니다. ::
상대는 다른 귀족들도, 현 황제도 눈치를 본다는 바로 그 가문, ‘린튼家’입니다.
황제는 당신을 린튼家와의 정략결혼에 이용하여 그들을 제 손아귀에 두고자 하였죠.
당신도 그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순순히 그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슬슬 다른 황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귀족들이 당신을 견제하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순히 이 정략결혼에 따른다면, 견제는 사라질 것이고,
당신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가장 높고 고귀한 자리에 오를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니
무엇이 문제가 되겠어요?
현 황제의 바람에 따라 순순히 결혼하는 척, 그 말에 반항하지 않고 따르는 척하면서,
언젠가 그들의 목에 칼을 꽂아 넣기 위한 발판이 되는 셈입니다.
당신은 그 안주인으로 들어가 그들의 약점을 내부에서부터 캐내어 협상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아차, 협상이라 하고 협박이라고 하던가요? 어쨌든요.
어쨌든 당신의 속내를 모르는 궁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어 가는 상황이지만 피곤함이 갑자기 극심히 몰려올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리 행복한 계획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당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황녀의 정략결혼에 기뻐하다니.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당신의 기사, 나인 시그니페리입니다.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나인은 당신의 파티 준비를 돕기 위해 다가왔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제가 머리를 정돈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조심스레 다가와 당신의 옆에 선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물론이지, 나인, 그대가 아니면 누가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어주겠어. (느리게 웃어보이며)
나인 시그니페리:(이제는 익숙해진 당신의 느린 웃음을 보며 무덤덤한 손길로 결좋은 머릿결을 빚어내린다.) ...베르세티님. 정말 이 정략결혼에 응하실 생각이십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찌하겠어. 원래 예상치 못한 데서 얻어맞는 게 더 아픈 법이지 않겠니. 이로써 다들 내가 순한 양이라고 믿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썩 유쾌하진 않아도, 목표를 위해서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지 않겠나. (슬 당신을 바라보다 체념한듯 한숨을 쉬었다)
나인 시그니페리:(체념한 것 같은 당신의 한숨이 뼈아프다. 물론, 그는 결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렇습니까... ...황제의 계획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게 어찌 네 탓이겠어. 그 너구리같은 영감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군들 알았겠니. (가만히 입술을 깨물며) 그래도 내 너만은 꼭 데리고가마. 나의 유일한 기사를 데려가지 않으면 누굴 데려가겠니.
나인 시그니페리:(잔잔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부디. (자신을 반드시 데리고 가겠다하는 당신의 말에 그 답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떤가 하면, 조금 간절해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러모로 오늘따라 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소대로라면 이미 당신이 정한 계획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을테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거울에 비친 당신을 물끄러미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당신의 금안을 곧은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어) ...그대, 왜 그리 근심이 많아 보이는 듯해. 평소엔 두 말도 않고 따르던 그대 아니었나. (무엇이든 털어놓아보라는 듯, 걱정 어린 목소리였다.)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제 주군이 얼굴도 모르는 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기사가 심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제발 결혼하지 말아달라 말씀드리고 싶은 것을 겨우 인내하고 있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하하, 그대도 참 이럴 때 보면 귀엽기가 그지 없어. (유쾌하게 웃더니, 베르세티는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판을 엎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어. 내 모든 걸 포기하고 그대와 밤중 황궁 담이라도 넘지 않는 이상은, ...혹, 갑작스레 상대방이 급사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어렵지 않겠어. 그러나 그대의 충심은 나를 썩 기쁘게 해. 참으로 그대의 손을 잡기를 잘 하지 않았나. 그 덕에 이토록 나를 걱정하는 기사를 만나게 되었으니.
나인 시그니페리:(충심. 기사의 표정은 조금의 변화도 없이 무덤덤하였으나, 속은 그렇지 않을 것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충심으로 포장해둔 이 감정이 무엇인지 평생 모를 터였고, 자신 역시도 평생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그리 생각하신다니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항상 말씀드렸듯 만일... 제가 당신께 불충한 일을 저지른다면, 부디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나인이 그 말을 마치자, 시녀 셋 정도가 들어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군요.
황녀를 대하는 것 치고는 미묘하게 무례합니다만, 뭐, 익숙한 일이지요.
연회장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황실의 경사를 축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나인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일 만한 구석을 선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1: 오랜만입니다, 베르세티 황녀님! 황녀님께서 린튼家와 결혼을 하다니, 정말로 황실에 큰 경사이옵니다!
귀족2: 린튼家라 하면 아주 유명한 명문가문이지 않습니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도 하지요. 아주 행복하시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 황녀가 결혼을 하는데, 린튼이 아니라 황실에 경사라. ...참으로, 무례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그래, 내 참으로 행복하구나. 축하 고맙게 받지.
마음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린튼家와의 연결다리가 될 사람이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말도 안 돼. 당신의 현재 위치인 ‘황녀’보다도 고작 일개 귀족가문인 린튼家의 연결다리라는 자리가 더 높다니.
황망한 감정을 감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어라 하는지 들을 수 있는가? 저들의 대화를 듣고 싶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피곤하군...)
적절한 대인 기능 판정을 통해 적당히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과 함께 쉬고 싶은데... 아양 같은 걸 떠는 건 영 체질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적당히 결혼 전날의 신부처럼... 남이나 홀려 빠져나오는 게 제일 낫지 않겠던가.)
*매혹 판정 하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매혹기준치: | 75/37/15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타고난 미모와 교양있는 손짓,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이 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에게 그런 감정을 품게되는 것에 매우 당혹스러웠기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피합니다...
나인 시그니페리:...(황망하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잠시 산책이라도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러는 게 좋겠구나. 나인, 그대와 내가 늘 가던 곳으로 가도록 할까. (당신만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나인의 에스코트를 따라 움직이다가 저 먼발치에서부터 결혼 대상 지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당신은 린튼家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황실에도 그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 했죠.
다만 조금 제정신이 아닌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의 곁에 선 나인은 린튼家를 보자마자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이 역시, 평소의 그 답지 않은 일입니다만... 지금은 이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듯 합니다.
당신의 곁에 선 나인은 린튼家를 보자마자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이 역시, 평소의 그 답지 않은 일입니다만... 지금은 이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듯 합니다
1황자가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사돈인데 말이야.
친한 척 구는 모습이 아주 가증스럽군요. 언제부터 동생이라 불렀단 말입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황권을 잡으면 제일 먼저 네 놈 목부터 쳐주마.) ...물론이죠, 오라버니. (자연스레 웃는 얼굴과 달리, 눈동자 속에는 희미한 분노가 깃들어 있다,)
황자는 당신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유유히 멀어져갔습니다....
대놓고 멀어져가는 황자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으니까요.
나인 시그니페리:베르세티님. 인사는 생략하시지요. 굳이 저 치들과 말을 섞으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 정도로나, 꺼림칙한 자들인가?
나인 시그니페리:...적어도 베르세티님께서 그들에게 살갑게 인사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내 언제나 그대의 감을 믿고 있어. ...후, 그래. 영 피곤하니 그냥 바람을 쐬는 것도 좋겠어.
보지 못하였다 해도 좋을 것이야. 나가도록 하지, 나인.
그러나, 당신의 인상은 언제나 당신의 의지대로 되는 적이 별로 없었죠. 당신이 정원으로 나서려 하는 길에, 린튼家의 사람과 딱 마주쳐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당신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잘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내부의 정보를 빼돌려 약점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피곤한 일이군.) 인사드립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제국의 다섯째 황녀, 내일이면 가문과 연을 맺게 될 이입니다.
린튼家: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우리 새 가족 되실 베르세티님이 아니십니까?
매우 불편한 기색의 나인은 결국 저 치들을 마주하는 것조차 질린다는 양 당신의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립니다.
아주 드문 일입니다. 나인은 언제나 당신의 호위를 위해 한 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린튼家: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이리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아름다워 보이십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감사합니다. 그대도 참으로 풍채가 좋으십니다.
어쨌든, 당신으로서도 린튼가문의 인간과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그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 모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베르세티의 말씨는 참으로 교묘하여 제 이야길 털어놓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드는 데가 있으니, 대화를 조금 나눠보면 될 것이었다.)
*말재주 판정 가능한가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말재주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린튼家: 하하, 이거 이제보니 황녀님께서 말을 참 재미있게 하시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이거 참! 아깝게 되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엇이 말입니까?
린튼家: (당신의 반문에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를 눈치채었는지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아, 아닙니다. 그저 황녀님의 나이가 이제 갓 성인이시라고 들었는데, 그 재주를 널리 펼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그만...
(말꼬리를 길게 늘이다 구세주를 발견했다는 듯, 지나가던 이를 부른다.) 하퍼! 하퍼 린튼!!
린튼家: 하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이라도 한 번 춰야하지 않겠나!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처음 뵙지요. 반갑습니다.
하퍼 린튼: 반갑습니다. 이제서야 인사드리게 되었군요.
굽이치는 짧은 금발에 살짝 긴 속눈썹을 드리우는 두 눈은 흐리긴 하지만 보랏빛이 돌고, 눈꼬리는 아래로 처져있어 전반적으로 순한 인상입니다.
눈 밑의 거뭇한 다크서클은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멀쩡하게 생기긴... 했는데.)
정중하게 당신을 대하는 모습에서 특별히 흠집을 잡을 만한 점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무척이나 귀족적이고 신사답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은 어째서 그토록 이들을 싫어하는 거지? ...이유를 알아야겠구나.)
하퍼 린튼: (한 손을 내밀며) 그럼, 이 미래의 배우자에게 당신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물론이죠, 기꺼이. (손을 겹쳐 잡고선)
당신은 모든이들의 주목 속에서 하퍼 린튼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춤을 리드하는 솜씨가 상당합니다.
사람들의 소소한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나인의 얼굴은…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조금 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관찰 판정 가능한가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을 정확히 살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의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그가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호위 기사니까요. 물러나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라도 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러나 저토록 곧게 바라보는 것은...)
(......?)
하퍼 린튼: 황녀님의 기사가 황녀님을 매우 아끼나 봅니다.
하퍼 린튼: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기사로서 실격이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내 알아서 하도록 하지요. 호위로 데리고 있는 유일한 기사이니, 언제나 나를 지키고자 하는 충심이지 않겠습니까. 걱정은 참으로 고마우나, 달갑지는 않군요. (웃는 낯이나, 불쾌한 기운이 썩 가시지 않는 목소리였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요,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정원으로 갈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어서 가야지. (정원으로 걸음을 돌린다)
나인 시그니페리:...오셨습니까. (덤덤한 표정으로 당신을 맞이한다.)
당신이 다가오자 나인은 불쾌해 보였던 기색을 단숨에 가라앉힙니다.
당신이 하퍼 린튼과 떨어졌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가끔 이럴 때 보면 참 귀엽기도 하지.) 그래, 오래 기다렸나?
나인 시그니페리:아닙니다... (즉답이었으나, 말꼬리가 조금 늘어졌다.) ...고작 춤 한 번의 시간이지 않았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고작 춤 한 번의 시간이었지. (느슨하게 웃고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밤 공기가 썩 기분이 좋아. 그대도 그래 보이는데.
당신과 나인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끄러운 파티홀에서 벗어나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나인 시그니페리:......(달빛을 등진 채,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제게 베르세티님과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답지 않게 말끝에서 약한 떨림이 느껴진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얼 그리 격식을 차려. 나는 유일한 기사의 청에 늘 화답하는 사람이야. (당신의 손 위에 가벼이 제 손을 얹고, 신뢰 가득한 웃음을 한다.) 그대에게 영광을 허하도록 하지. 응.
나인 시그니페리:(아, 저 웃음. 저 웃음을 보기 위해 당신의 기사가 되었다. 그는 지금 방금 전까지의 모든 불쾌한 일따위는 잊고 제 눈 앞의 당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흐르는 음악의 선율에 맡겨, 조심스레 당신을 리드하였다.)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베르세티님의 춤 상대가 되어본 것 말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러게 말이야. 예전엔 참으로 우리 둘 뿐이었지. 그 좁고 추운 방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서투른 걸음을 했지 않아. 몇 번이고 그대의 발을 밟아 엉엉 울기도 하였는데, 지금 말하면 그 누구도 믿질 않겠지. (당신이 이끄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가며 유려하게 춤을 춘다.) 참으로 오래 되었어, 우리가 함께한 것도. 그저 두려운 것만 많던 천덕꾸러기 황녀가 이리 어엿하게 자랄 시간이었으니. 그렇지 않아, 내 유일한 기사 나인?
나인 시그니페리:예, 그렇습니다.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그답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언제나와 같은 것이었다. 당신이 처음 그를 보던 날 부터 변함이 없는,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고자 하는 그런 눈빛.) ...이제는 저보다도 춤을 더 잘추시니 말입니다. (유려한 몸짓의 당신을 보며 그는 새삼, 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음악에 맞추어 그와 손을 잡고, 가까이서 그를 보고 있어서 일까요? 무언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그렇지. (참으로 충직한 나의 기사가 아니던가. 베르세티는 유쾌해졌다. 어딘가 뿌듯하기도 하였고, 즐겁기도 하였다. 이토록이나 충심 가득한 자가 나의 기사이다. 내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갈, 유일한 동반자이다. 그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만은 내 숨이 다하는 날까지 내 곁에 둘 것이다. 그는 느리게 웃었다.) 참으로 성장이 빠른 주군이지 않아? (그러니 무언가, 석연찮은 당신의 모습을 조금 더 살피고자 시선을 옮긴다.)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박자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던 당신은, 그의 목 부분에, 셔츠 사이로 감추어진 희미한 상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슨 일이야, 나인. 누가 그대를 감히 상처입혀. (가늘게 미간을 찌푸린다. 그의 기사는 참으로 강인하였으므로, 다른 곳에는 생채기 정도를 허락하더라도 제 생명과 가까운 곳에는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지 않았던가.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나인 시그니페리:...(어느새 노래는 바뀌었고, 춤은 끝나버렸다.)(옷자락을 상처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여미며 대수롭지 않게,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별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잠시 머뭇거렸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최근 들어 견제가 심해졌지 않습니까. 그로 인한 일일 뿐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조금 오래 당신의 목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곳을 조심스레 손끝으로 쓸었다.) 아무리 그리하여도 그렇지. 그대와 내가 번갈아 밤을 새는데, 그런 난리를 내가 몰랐단 말인가? ...참으로 못난 주군이야. (어딘가 슬픈 눈빛을 하곤) 다치지도, 아프지도 말아, 나인.
나인 시그니페리:어찌 당신께서 못났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베르세티님의 허락없이 상처를 내온 저의 잘못이지 않겠습니까. (슬픈 눈빛을 한 당신의 표정을 보자, 그의 표정에도 역시 슬픔이 감돌았다.)
파티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허울뿐이긴 해도, 계획의 일부에 지나치지 않은 자리라고는 해도,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당신 앞에 서있는 당신의 기사, 나인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그가 당신을 붙잡은 것은.
당신을 붙잡은 그의 손이 떨려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내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깨닫기라도 한 것인지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손을 놓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죄송합니다.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밤이 너무 어두워서일까요?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열었다 닫는다.)(결혼하지 말아달라 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지금, 당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인다. 괴로운 듯, 일그러진 목소리로, 작게 읊조린다.) ...결혼, 하지 마십시오. 제발. (그리 말은 꺼냈으나,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모두 다, 저의 잘못이다. 당신이 아직까지도 이런 정략결혼 따위에 이용당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은, 모두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이미 멸망한 왕국 출신의 한미한 포로 신분 따위가 아니었다면. 당신의 호위 기사가, 더욱 명성있는 자였다면, 당신의 뒤에는 더 많은 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닙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무슨 마음에서 내뱉은 이야기인지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베르세티는 당신의 손을 다시 잡으려던 손을 주춤거리다 다시 거두었다. 결혼. 그래, 아무리 순한 양인 척 살아가려는 이유라 하여도, 사내의 명성에, 그 그늘에 몸을 웅크리고 발톱을 숨기는 게 어찌 역겹지 않겠나. 그는 입술을 깨물다가, 한숨과 함께 바짝 당신에게 다가왔다. 그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은 처연한 괴로움이 가득 담긴 은안은, 곧게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 않을 방도만 있다면, 내 어찌 그러지 않았겠어. 그러나 나는 흙바닥에서 그대 손만을 붙잡고 일어선 자가 아니었나. 저 빛나는 보관을 쓰고, 그 황좌에 앉아 제국의 모든 것을 굽어보는 것이 삶의 목표였으니, 이제와 그대와 둘이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는 고통스러운 듯이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금방 돌아올 것이야. 오래는 걸리지 않을 것이야. 그 때는, 그대와 내가 한 손에는 권력을, 한 손에는 부를 쥐고서 저 오만한 황제의 목을 베고 세계를 갈아엎게 될 것이야. 그러니 고통스럽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 끝에는 반드시 빛이 있을 테니.
당신의 절절한 말을 들은 나인은 아무런 대답없이 묵묵히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입니다. 그저 조용히 당신의 곁에서 따라 걷습니다. 이상한 모습을 잔뜩 보인 하루였지만, 어쨌든 그는 오늘도 당신이 잠에 들 때까지 당신 곁을 지킬 것입니다. 유일한 당신의 기사이니 말입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나인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찌 보이질 않아. 나인...)
당신이 그와 비밀스러운, 단둘만의 기사 서임을 한 이후로 한마디 보고도 없이 그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니까요.
당신이 이에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당신은 식장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나인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설마, 자신이 하퍼 린튼과 결혼하는 것이 보고 싶지 않다고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어찌되었든 시간은 흘렀고, 당신은 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떤 상황에서든 내 곁은 떠난 적이 없는 자였는데.)
그러니까 린튼家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슨 일이지...?)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이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자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자세히 들어볼 수 있나?)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근위병이 왔어! 라고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家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SAN Roll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 상황이 너무나 낯설어서 상당히 불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타인의 죽음을 보는 것이 처음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영 꺼림칙한 느낌이야.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되지 않아 당신은 원인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당신의 주위에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신을 살폈던 것은 나인이 유일했으니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마음을 가다듬자 근위병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것이 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답해줄 수 있겠나.
근위병: (당신을 알아보고 일순 눈빛에 동정의 감정이 일었다.) 보이는 대로입니다. 하퍼 린튼이 살해당했습니다.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성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그대의 위로에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군. 고맙네.
비록 근위병과 린튼家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당신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시체를 먼저 보아야겠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상당한 실력자의 솜씨 같군요.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실력이 좋군. 누군지 몰라도... 부하로 데리고 있으면 좋겠어.)
(별다른 사항은 없는가? 더 살펴보자.)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떻게 빼낼 수 있을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은밀행동기준치: | 40/20/8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엇이 적혀있지?)
쪽지를 펼치자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거미 그림.....?)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시체에서 더 살필 수 있는 건 없는가?)
그 외에 특별한 점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카펫을 살펴보자. 죽으며 떨어뜨린 것이나, 흔적들이 있을 것 같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더 ... 볼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자세히 살펴보자.)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휸기겠군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흠... 가까이서 쏘았던 것인가? 여길 들렀다 빠져나간 거겠군.)
(장식장을 살펴보자.)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家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엇 때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가져간 모양인데.)
(별다른 것은 더 없는가?)
장식장에서 더 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렇다면, 창문을 살펴보자.)
크기는 성인 남성의 평균치보다 조금 큰 정도네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역시 들어왔다 도망친 모양인데. ......이건......)
그 때 마침 근위병이 탐사자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자세히 살펴... 아.)
황녀님의 호위기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결혼에 부정적인 듯 보였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물었더니 모두 황녀님의 호위기사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침부터 쭉 같이 있다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하여 방에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왔네.
(이미 범인이라고 결론내린 모양이다. 이리라도 시간을 벌어주는 쪽이 낫겠지.)
근위병: ...그렇습니까? 증언 감사합니다.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근위병은 궁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나인을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유쾌하진 않지만, 그래, 결국 이마저도 해결할 방도는 있겠지.)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도 한 줄 위로라도 건네고 가는 쪽이 낫지 않겠던가.)
(가까이 다가가) ...상심이... 크시지요. 제 놀란 것이 어디 감히 부모의 슬픔에 빗대겠습니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당신이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무슨, 놀란 것치고는...)
(인간이 아닌 것의 반응에 가깝지 않던가.)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이리 구는 자는 없었다. 꺼림직해.)
(......빨리 이곳을 떠나, 궁으로 돌아가야겠다. 나인부터 찾아야해.)
당신이 자리를 뜨고자 린튼家의 저택 나서자,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家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시선이 느껴진 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가?)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간신히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포착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내가 피곤한 모양이군.)
(저런 것도 잘, 보이질 않다니.)
(그만 돌아가자. 꺼림직한 곳에 더 있고 싶진 않다.)
당신의 귀가를 위한 황실 마차를 타고 궁으로 복귀했습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제가 심혈을 기울인 정략결혼이 파토난 것이니까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내 잘못은 아니지, 뭐.)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의 기사인 나인 시그니페리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쨌든 나인은 당신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치 않으니까요.
그러나 그가 당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일을 벌인 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정말로 그를 잡고 월담이라도 해야하는가. 일이 참으로 기이하게 돌아가는구나.)
문득 창밖으로부터 나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인과 정원 관리사가 대체 여태까지 어디를 다녀오셨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나인은 언제나와 같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나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참으로 그대 답구나. 다행이야, 돌아와서.)
문득 창문 너머로 나인과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오늘따라 도저히 그 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속으로 그대 이름을 몇 번째 부르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
(몸은 괜찮은가. 더 볼 수 있는가.)
창 밖으로 근위병과 나인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귀를 기울여보자.)
근위병: 시그니페리경,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이십니까.
나인 시그니페리: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설명부터 해주시지요.
근위병: 제대로 답변해주지 않으신다면, 경께서는 하퍼 린튼씨의 살해 용의자로 심문을 받으실 겁니다.
나인 시그니페리:...하퍼 린튼? 베르세티님의 결혼 상대이신 분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 자가 그렇게 되었군요. (무덤덤한 태도가 언제나의 그와 같았으나, 근위병은 그의 이러한 무덤덤한 태도가 더욱 미심쩍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근위병: 베르세티님께서는 시그니페리경께서 아침에 병이 깊어 취침하시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셨습니다만,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해 말씀해주셔야겠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한 달 전쯤, 황녀님의 침실에 잠입하려 했던 자가 오늘 새벽, 그 일의 주모자가 누구인지 밝히겠다 하였다는 전보를 받고 자백을 듣기 위해 다녀오는 길입니다.
근위병: 그것은 충분한 근거가 없으므로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지 않는다면 심문실로 소환하겠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몰라도, 다른 사람이 듣기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한 목소리였다.) 제가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당신은 그 배경을 감당하실 수 있으십니까?
황녀님의 침실에 잠입한 자와, 그 일을 사주한 자의 정체와 관련된 일입니다.
나인의 말을 들은 근위병이 당장에 꼬리를 말고 자리를 뜹니다.
당연한 일이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배경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밖에 없지 않겠어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참으로 나인다운 대처 아닌가. 유쾌해, 나의 기사는.)
나인은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 고요하기만 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올라오도록 해, 나인.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나인이 부드럽게 웃어보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눈빛만큼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같은 것입니다.
나인은 몸을 돌려 당신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이제 창밖으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곧 그가 이리로 올라오겠지요.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이 있는 방 문 앞에서 멈추어 선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물론이야. 이 방에 들어올 수 있는 건 그대밖에 없는 걸.
나인 시그니페리:(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말 없이 자리를 비운 점, 사죄드립니다. 오늘 하루, 무탈하셨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대의 죄를 사하는 바.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다가) 무탈하지야 않았지. 글쎄, 전장에서나 보던 것을 눈앞에서 보아서. 참으로 솜씨 좋은 사격수의 작품을 보고야 말았지.
나인 시그니페리:...결혼식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입니다. (그리 말하는 그의 표정은 조금도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지 않아서, 그의 말이 빈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간단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유감이지. 좋은 방패막이를 잃지 않았니. (마찬가지로 무감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그는 테이블 가까이로 걸어갔다.) 피곤하지는 않고. 차라도 한 잔 하고 가겠어?
나인 시그니페리:당신께서 권하시는 것을 제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차를 내오라 이르고 오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나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당신은 그가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은 신경 쓰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음. (살펴보도록 하자.)
신문을 꺼내보니 1면부터 린튼家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자료조사기준치: | 20/10/4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그 외에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어보입니다만, 일단은 나인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계속 확인해보는 것이 좋으려나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자료조사기준치: | 20/10/4 |
굴림: | 51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 더... 가능할까...?)
그러고보니 이런식으로 신문을 직접 읽는 것이 얼마만일까요.
보통은 신문에 실릴만한 정보라면 나인이 먼저 당신에게 보고하곤 했으니까요.
기왕이니 한 번 더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자료조사기준치: | 20/10/4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당신은 신문을 넘기다가 실수로 그것을 찢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를 어쩌죠... 잘 맞춰보면... 어떻게든 다시 볼 수 있으려나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손놀림기준치: | 10/5/2 |
굴림: | 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게 되네.)
다양한 교육을 받은 황녀인 당신은 기적의 손재주를 보이며 찢어진 신문의 페이지를 짜맞추었습니다.
찢어진 페이지에는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었네요.
그러는 사이 나인이 차와 찻잔을 들고 돌아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테이블 위에 들고온 것들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글쎄, 어찌할까. 가련한 과부 소리나 들으며 거들먹거리던 1황자 놈의 모가지부터 베어놓을까. ...전장으로 몸을 피하는 것도 참으로 좋은 생각인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양 능청을 부리며) 어디, 사지라는 북부 끝으로 함께 가겠어.
나인 시그니페리:...견제가 더욱 심해지겠군요. (당신의 말을 듣고 사뭇 진지한 느낌으로 턱을 쓸었다. 전장. 당신의 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사지로 향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저릿했다.) 주군께서 걸으시는 길이라면, 어디든 함께하겠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의 물음에 답해놓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와 관련해서 말입니다만, 저 이외의 다른 호위를 더 들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갑자기? (느리게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어, 한 모금 삼킨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누가 천덕꾸러기 황녀의 호위가 되겠다 하겠어. 그 황녀가 사지로 내달리며 전장을 뛰어다니는 자라면 더더욱. 그리 하겠다 하는 것도 그대 뿐이야. (그는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았다. 저 입에서 다른 호위를 들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었으므로, 생소한 일이었다. 마치 털이 난 찻주전자같은, 그런 어울리지 않는 조화.) 그대 어찌 그런 말을 내. 내게 기사는 그대 뿐인 걸 그대가 알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내 호위는 그대 뿐이야. 병사도 부하도 수도 없이 들이게 되겠지만, 내 곁에 설 자는 오로지 그대 뿐임을 기억해.
나인 시그니페리:...그러나, 주군께서는 전투에 임하실 때에 뒤를 돌아보지 않는 버릇이 있지 않으십니까. 혹여... (자신이 당신의 뒤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뒷말을 삼켰다. 당신이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어쩐지 그의 얼굴이 어두워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낮에 흉흉한 것을 보아 심기가 그리 좋지 않으실텐데 이만 취침에 드는 것이 조아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알겠어. 내 그대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 (오로지 당신에게만 보이는, 신뢰를 가득 담은 호쾌한 웃음. 그는 당신을 치하하듯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래, 내 등을 맡겨도 나를 찌르지 않을 놈을 구하면, 그 때는 그리하도록 하지. 그런 놈이 언제 나타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신기하지, 재수없는 1황자도, 오만한 황제도, 그 모자란 황자들도 그리 쉽게 척척 구해내는 걸 유독 나만은 못하니. 역시 그대를 만나는 데에 부하복을 다 쓴 건 아닌가 싶은데.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래, 이만 그대도 들어가보도록 해. 내일부터는 바빠지지 않겠어.
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일 린튼家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다고.
그는 그 후로 당신이 잠에 들 때까지 그 곁을 지킵니다.
당신이 조용히, 잠든 것 같은 기색을 보이자, 문득 허공을 응시하던 나인이 작게 중얼거립니다
당신이 잠든 것을 확인한 나인은 당신이 깨지 않도록, 기척 하나 내지 않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당신의 침실을 나섭니다.
잠에서 깬 당신은, 곁을 지키던 나인이 없음을 자각합니다.
복도로 나가자 그 끝에 위치한 나인의 방이 불이 켜진 채 문이 열려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정리 좀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정리 좀 하고 살라고. 내가 하인을 괜히 붙여준 건 아닌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나인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호오......
원래라면 안 보는 게 맞지만...
영 요즘... 수상쩍게 기운이 없어 보였단 말이지.
(수첩을 살펴볼 수 있나?)
수첩에 적힌 것을 확인해보니, 여기 적힌 것은 모두 누군가의 이름들인 것 같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것이 신문에 적혔던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어째서?
수첩을 한 장씩 넘기자, 가장 마지막 장에는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당신이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진짜로 범인이었나... ......?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 신이시여.
(침대 밑을 살펴보자)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깜깜한 밤이라 그런 걸까요? 침대 밑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수첩에 노트에...
(노트를 읽어보자)
그것을 펼쳐보니 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물건들을 정리하자.)
당신이 물건들을 막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나인이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그는 목덜미에 큰 타월을 하나 걸친 채 상의는 입고 있지 않습니다.
닦아내지 않은 물기가 그의 탄탄한 가슴과 복근을 타고 미끄러집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도 당신의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의 가슴팍, 목덜미, 팔... 상체를 뒤덮은 온갖 흉터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흉터라니. 나인에게요? 그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나인.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그대가 흉터라니.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의 말에 답하지 않고 장에서 가벼운 셔츠를 꺼내어 걸친다. 이내 깊은 흉터들이 셔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잠자리가 불편하셨습니까. (명백한 회피였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성큼 다가가 당신을 붙잡는다.) 말 피하지 말아. 이미 다 보았어. 내 그대의 실력을 아는데, 이토록 난자한 흉터가 있을 수가 없지 않나. 그대는 내게 이런 흉터가 있어도 아무 것도 묻지 않을 건가? 나는 그러질 못하겠어.
나인 시그니페리:(회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캐묻자, 무언가 갈등하는 듯 미간을 잔뜩 구겼다. 당신은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적이 있었을까? 그는 당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숨을 골랐다.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있던 그는 당신으로부터 등을 돌려 방문을 나서며 입을 열었다.) ...침실까지 데려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당신에게 있어서 나인이 보이는 첫 거절이었을 것이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당황스럽기도 하여, 그는 한참을 그리 오도카니 서있다가,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당신이 대답하지 않는 것에 이유가 있을 테니, 더 캐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앞서는 것은, 당신에 대한 걱정이었다. 어려서부터 함께한 기사에게 갖는 감정은 단순히 제 기사를 바라보는 것보다는 더 말랑한 데가 있어, 기어코 이리 캐묻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 부탁하지. (그러나 그 마저도 당신은 뿌리쳐버린다. 그는 체념한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대를 믿어. 그러니 이 또한 언젠간 답해주겠지. 그렇지, 나인? 때를 기다릴 테니, 너무 걱정 말고 있어. 무엇이 되었든 내가 그대의 앞에서 그대를 이끄는 빛이 될 테니.
나인은 대답하지 않은 채 당신의 앞에 서서 복도를 걸었습니다.
아침부터 사용인들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당신이 기상할 시간이 다가오자 나인은 시녀를 불러 당신의 목욕을 준비하도록 시켰습니다.
막 기상한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기도 했죠.
새벽의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할 생각이 없어보인 것은 물론이구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린튼家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그대로 밤을 샌 기색이 역력하다.) ...잠시 개인 정비 시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물론이지, 나인. 조금 쉬다 오도록 해. 그대, 퍽 피곤해 보여.
나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뜹니다.
린튼家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당신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요기거리나 좀 할까. (부엌으로 가자)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있는 모양이지. 자세히 들어볼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너무 작은 목소리라 그런 것일까요. 그들의 목소리가 자세히 들리지는 않습니다.
“린튼家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대충 린튼이 박살났단 내용인 것 같군.)
(먹을 걸 조금 챙겨 휴게실로 가볼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탁자부터 살펴보자(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신문을 살펴보자.)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나인 시그니페리. 당신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그 외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잡다한 귀족들의 루머같은 것들이 실려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대가 범인인 게 맞겠지. ...총을 쓰지 않는 자에게 탄피라니. 그래도 용케 빠져나오긴 했군.)
(벽난로를 좀 살펴볼까.)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꺼낼 수 있나?)
조심조심 손을 넣어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정신기준치: | 60/30/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영 처음 듣는 것들인데... 왠지 꺼림직하긴 하군.)
(종이에 더 적힌 건 없는가?)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타다만 종이 조각에는 몇몇 글자들이 띄엄 띄엄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이놈의 거미는 여기저기서 자꾸 나와, 어째. 이 놈과 관련된 게 확실한데......
(이제 이곳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은 다 보았나?)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럼, 뒷마당으로 가 보아야지.
당신이 휴게실을 나서기 위해 걸음을 옮겼을 때, 벽난로 앞,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펴보자)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뭐라고 적혀있는 거지...? 흠...)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울 것 같습니다만...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이 암호, 당신의 기사가 사용하는 암호와 같은 것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아무래도 벽난로에 태우려던 것을 흘린 듯 싶습니다.
어쨌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야...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나인.
......
그래.
주군이 내 기사가 하고자하는 걸, 방해는 말아야지.
(남은 쪽지를 마저 태우고 뒷마당으로 간다.)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고 온 것일까요? 아까보다는 기색이 훨 좋아보입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정원을 보실 생각이십니까? 함께 하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좀 걷도록 하지.
정원에는 옅은 보랏빛을 피는 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에리카 꽃이군요. 히스라고도 불리는 식물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에리카 꽃이라. 참으로 곱구나. 색이 참 예뻐. 그대와 내 머리카락을 섞어두면 이 빛이 나지 않겠어.
나인 시그니페리:......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습니다만. (당신의 말에 보랏빛이 도는 꽃잎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당신의 붉은 머리칼을 보았다.) 저는 그래도 베르세티님과 같은 붉은 색이 더 좋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흐음, 그렇단 말이지. (유쾌하게 웃곤, 제 머리칼을 매만진다.) 그러면, 다음 승전보는 붉은 꽃으로 하지. 나의 기사가 그 쪽이 더 좋다 하니, 선물이라 생각해.
나인 시그니페리:...선물. (선물이라 생각하라는 당신의 말에 문득 당신을 응시한다. 말없이 한참동안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였으나 당신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아마 멀었으리라.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야, 그의 눈빛은 당신이 그를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이와 같은 눈빛이었으니까.) 선물이라 하시니 제가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다른 선물을 받고자 해도 되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다른 선물? 내 못해줄 것이 무엇이야. 그대는 내 유일의 기사인걸. (당신의 말이 재미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어서 말해보라며 웃어보였다.) 그래, 내 그대의 욕심이 뭔지 한 번 들어봐야지. 무엇을 갖고 싶어, 그대는?
당신을 바라보던 나인이 천천히 한 쪽 무릎을 꿇고 당신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나인 시그니페리:...천체의 정점이신 나의 주군,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당신께서, 당신의 기사의 청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제 침대 아래에, 여분의 총을 마련해두었습니다.
때가 되면, 그것을 들고 저를 만나러 와주십시오. 그리고...,
그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무슨 의민지는 이야길 하여야 내가 행하지 않겠어, 나인.
나인 시그니페리: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주시길.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오늘 방문한다던 린튼家에서 방금 막 도착한 것 같거든요.
나인은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시야에서 멀어져갑니다.
설령 당신의 부른다 하여도 멈춰 설 것 같지가 않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영, 알 수 없는 행동만 하잖아, 그대.
......하.
하인이 찾아와 자신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쉬고 계셔도 좋다고 이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오기 전 기별을 주어.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하인이 당신의 방문 앞에 서서 응접실로 모시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나인.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나인을 응시합니다.
나인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정신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타인의 피를 뒤집어 쓴 나인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무심해 보이는 얼굴에는 미약하지만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이게 무슨 일이야. 네 내게 해명해야만 해.
나인 시그니페리:(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춤거리는 하인들을 제치고 기사들이 뛰쳐나와 나인을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검, 검이라도, 아...!)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나인은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장을 해제하였습니다.
그 무릎만큼은 당신이 아닌 상대에게는 꿇지 않아서,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바닥으로 추락한 히스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그대는 정말 어찌......)
마침내 그를 제압하고 구속한 기사가 그를 끌고 나가는 과정이, 당신의 눈 앞에서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펼쳐집니다.
모든게 흑백처럼 보이는 그 틈에서, 눈을 마주친 그가 입을 벙긋거립니다.
방금 전 까지의 그와의 대화가, 떠오르는 듯 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대, 감히 주군을 부린 죄를 내게 빌어야할거야.
(권총을, 가지러 가야한다.)
마침내 나인은 기사들에게 연행되어 당신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당신은, 나인의 말을 되새기며 그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제 침대 아래에, 여분의 총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침대 아래를 살펴보자)
침대 밑을 살피자,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총과...
(열어볼 수 있는가?)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인 듯 합니다.
(주변에 무언가가 있나.)
얼마전 당신이 침대 아래서 보았던 노트가 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비밀번호가...
(몇 자리지?)
그 때 꺼냈던 ...
6, 이라고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비밀번호는 꼭 암호로 바꾸어 적어놓으라고 했는데.
(6이 맞을까?)
다이얼을 돌려 6에 맞추어두었지만, 상자는 열리지 않았다.
(노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니 숫자 6은, 자주 어떤 숫자와 헷갈리게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다이얼을 9에 맞춰보자)
다이얼을 9에 맞추자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는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있다.
꽤 낡은 것이...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정신기준치: | 60/30/12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시간을... 돌린다...
대체 이런 게 왜 여기 있는 거지?
...나인이... 이걸 썼단 소리가... 되는 건가...?
상처가 그대로 보존...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될 리가 없잖아......
내 손으로? 진심으로 바랐던 말인가!
이 어찌나 불충한 기사야. 나인, 나인 시그니페리...
......
그대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를 다 알면서......
찾아 가야지, 그래. 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들어야지.
당신은 총을 숨긴채, 그가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나인은 덤덤한 표정입니다. 언제나와 하나도 다른 것이 없군요.
나인 시그니페리:...제 청을 들어주시기 위해 오셨습니까.
참으로 불충해, 그대.
주군에게 이런 걸 시키는 기사가 어디에 있어.
나인 시그니페리:선물을 주시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선물로 누굴 죽여줄 순 있어. 그러나, 내 손으로 그대를 죽이는 게 어찌 선물이야?
나인 시그니페리:....그러기에 제가 제 욕심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상세히 전부 고해, 내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어. 그 상처는 대체 무엇이야. 그리고, 그리고 그... 주문은 대체 무엇이야.
왜 내게 하나도 이야길 하지 않았어?
나인 시그니페리:...시간을 돌린 것은 이번이 8번째 입니다. 다음이면 9번을 채우겠군요. 시간을 돌려, 그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 깃든 것은, 충성심이거나 애정이거나 슬픔, 후련함, 어쩌면 고통? 혹은, 그 모든 것.) ...모두, 저의 주군이신 당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당신께 말하지 못한 것은... (그제야 그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었다.) ...제가 감히 당신을... (말을 더 잇지 못하고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죄송합니다.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아니, 용서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채 말을 잇지 못하고 사죄를 입에 올린 당신을 보며, 그는 괴로운 낯을 했다. 여덟 번, 여덟 번을 돌아왔노라고. 일곱 번을 죽어 여덟 번째 생에 와 놓고서, 또다시 자신을 죽여달라 하는 것이. 첫 전장에 선 이후로 완전히 말라버렸던, 이제는 군주의 것이 되었던 눈물이 멍하니 흩어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창살을 쥐며, 그 너머의 당신을 바라보았다.) 나를 위했어? 나를 위해 기어이 죽었어? 아, 나인. 나인. (참으로 서글픈 낯이었다.) 어찌 그리하였어. 혹여 실패하면 어쩌려고, 혹여 그러다 네 마음이 무너져내리면 어쩌려고, 혹여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닌 삶을 살게 되면 어쩌려고! 네 내가 걷는 황도를 함께 걷겠다 하지 않았어. 그 끝까지 같이 가기로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찌 이 거대한 짐을 홀로 지고서 나는 모르는 길을 걸었어. 어찌... 그리하였어... (결국 떨어진 눈물이, 차가운 쇠 위로 머무른다.)
나인 시그니페리:(아, 그는 이래서 8번 째 생에 오르는 동안 단 한 번도 당신에게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당신이 우는 것만은 결코 보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껏 계속 비밀로 하였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처참하다. 그는 고개를 바닥으로 쳐박고 당신에게 사죄를 올렸다.) 불충을...저질렀습니다. (거친 돌 바닥 위로 내리찍은 이마에서 피가 흘러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을 붉게 뒤덮었다. 한참을 고개를 박고 있던 그가 겨우 당신을 바라보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의 청을, 기억하십니까. ...방아쇠를. (그는 지금 당신에게 이러한 청을 올렸다는 것에 지독히 고통스러워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내가, 내가 거두어야지...... 내 기사가... 나의 손이 아닌 누구의 손에 죽길 바라겠어...... 차라리 내 품에서 죽어야지. ...그러나 진실로 방법이 그 뿐이었나? 왜 한 번의 죽음을 더 겪어야해, 그대가. 왜 그것이 그대여야만해. (손이 채 닿지를 않아, 그 핏물조차 닦아줄 수가 없어서. 이 빌어먹을 철창이고 뭐고 다 뜯어버리고, 차라리 당신을 안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음을 당신은 알까. 차라리 산 속에서 마법을 연습하여, 남루한 차림으로 황제를 암살하고 그 보위에 오르는 것까지 떠올리고 있음을, 그대는 알까. 그러나 도저히 입밖으로 그 모든 것들이 밀려나오지를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원하지 않아서 당신이 기어이 제 손에 죽길 바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베르세티, 그 천덕꾸러기 황녀의 킹메이커 나인 시그니페리는, 제 주군이 꼿꼿하게 살아남아 당당하게 보관을 손에 쥐길 바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창살에 이마를 대었다. 서늘한 냉기가, 머릿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대, 가까이 오도록해. 내게, 오도록해.
나인 시그니페리:(차가운 창살 가까이에 천천히 다가가 눈을 바로 뜨고 당신을 바라본다.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이마를 가져다 대자 차디찬 냉기가 전해졌다. 당신에게 무어라 전하고 싶었지만, 차마 아무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어찌 이리 불충한 자의 청마저도 들어주십니까. 이리도 속이 여리시니 어찌해야 좋을까. 수많은 걱정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당신을 바라보고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참으로, 서글프지 않아. 그대도, 나도, 이토록 진창인 곳에서부터 기어올라가려 하니 어찌 서글프지 않겠어. 그러나 기어이 그대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그래, 목숨까지도 죄 내버리겠다 하니, 홀로 가는 길이 둘이 가는 길이 되어 참으로 유쾌하였어. 그대가 없다면 어찌 내 황도를 꿈에라도 바라보았을까. (옷자락으로 당신의 이마를 조심스레 닦아내었다. 묻어나오는 핏자국이 그토록 서럽고 아프다. 홀로 속앓이를 하며 주군의 뒤를 따르는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나 있을까.) 그러니 이것은 다시 그대와 맺는 기사 서약이야. 그대는 내 손에 죽어, 다시 내게 되돌아올 것이지? 그것이 그대가 외운 주문이으니, 필시 그러할 테야. 그러니, 진실로 이것은 이번의 그대에게, 그리고 다음의 그대에게 내리는 서약이야. 나의 검은 오로지 그대 뿐일 테니까. (그는, 상처가 선연한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쏟아지는 붉은 머리카락이 당신의 핏자국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한다.)
(그는 그리 눈을 감고서,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 손에는 총이, 선득하니 들려있었다. 아홉 번째에서 보아, 나의 기사여. 이마에 입을 맞춘 채로, 고요히 속삭이며,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나인 시그니페리:(그는 조용히 당신을 바라보고서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다음의 자신에게 내리는 서약이라고? 그는 손아귀에 힘을 쥐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이마위로 내리는 당신의 서약에 그는 자신이 끝까지 불충을 저지르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서약을 거절해야하는데, 언제나 충심 뒤에 숨어있던 그의 감정이 욕심이 되어, 이 순간을 놓지 못하게 한다. 욕심에 사로잡혔던 그가 뒤늦게 입을 열고, 다음 순간, 당신은 방아쇠를 당겼다.)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병사들이 뛰어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울려퍼지는 총성과 함께 허공으로 선명한 붉은 피가 흩어지고, 당신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정신을 차리면, 당신은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여긴......
협탁 위의 일력은 정략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그 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결혼식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하... 진실이었단 말인가.
...나인?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설마......
아, 설마, 설마 거기서 진짜로...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야.
그건... 아닐 거야...
놀란 당신이 나인의 방으로 향하자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니... 아니...
아.
하......
이게... 아...
진정, 진정해야해. 정말인지 아닌지는 아직...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렇지만, 나인이... 어찌 내게 기별도 없이 이리 사라진단 말이야.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 정말 그의 흔적은 아무것도 남지를 않았어?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야! 내가, 아...
정신이 혼미하여 제대로 살펴보기가 어려운 듯 합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내가 찾지 못한 것이 분명 있을 것이야...
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그제야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서랍을 열어본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이호트...? 린튼...? (분명, 저번... 나인의 수첩과 노트에 있던...)
자세히 살펴보자.
명단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인이 죽였다고 하였던 이들의 이름과 일치합니다. 신문에 쓰여있던 사망자 명단이나, 그의 수첩에 쓰여있던 명단의 이름들과 같은 이름들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하.
아이호트의 숙주가, 린튼 가...
내 그들에게 잡아먹히기라도 할까 그리 반대하였나.
명단이 쭉 나열된 페이지의 다음 장에는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음을 정리한 내용.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찌... 늘렸단 건진 모르겠지만...
위험하긴 한 모양이군.
아이호트의 일족이 발생하게 된 사건의 발단으로, 1황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정리해둔 내용.
그리고, 그 일족이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역시 그 놈 목부터 따야만하겠어.)
나?
(아, 세상에.)
당신의 이름이 쓰인 바로 아래에는 날카로운 펜촉에 휘갈겨진 듯 잉크가 잔뜩 튀어있습니다.
...아무래도 나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이 어찌... 어찌...
나인이 어디로 갔지? 어디로 사라졌지?
흔적, 흔적이 더 있는가? 아, 그래, 다음... 다음에 죽이겠다고 했던 자를 말했던가?
나인의 방 앞을 지나가던 하녀가 나인의 방 안을 서성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하녀: 어머, 황녀님. 시그니페리 경은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방금 떠났단 말이냐?
어디로 간다 기별은 하였고?
하녀: 예.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만 하셔서 어디로 가셨는지는 저도 잘...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방금 저택을 나가셨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지능기준치: | 80/40/16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벽난로 앞에 떨어져 있던, 이동 경로를 잔뜩 적어둔 종이를 기억해냅니다.
그래, 린튼의 씨를 말릴 생각이라면 분명...
하녀: 아참, 이걸 황녀님께 전해달라 하셨어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무엇이지? (편지를 받아든다)
......하아......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 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그가 그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말입니다.
그럼 당신은 어떤가요.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나 역시......
네가 소중하다.
언제나 전장에선 우리가 함께 등을 맞대지 않았더냐.
그러니 이번에도, 네 뒤엔 내가 있을 테다.
나인, 그곳으로 가마.
당신은 방금 전 떠올렸던 지역의 위치를 되새깁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분명. 지금 쫓아간다면 아주 늦진 않을 겁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가자. 얼른 가야해.
당신은 지도를 들고 나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기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누군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나인이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주위 호텔 직원을 잡고 대인 기능 판정을 통해 린튼家 일원의 행방과 나인의 행방을 질문함이 가능합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말로 알아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 나인 너와 연습했던 화술이라면 되겠지.
(말재주 판정 가능한가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말재주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젠장... 하. 이토록 침착함이 모자란 사람이었나.
다시. 다시 해보아야지.
말재주기준치: | 65/32/13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포기하지 않겠다!)
말재주기준치: | 65/32/13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 함만 더... 함만 더 굴려도 되나요ㅠ)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말재주기준치: | 65/32/13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해냈다!)
지배인: 무슨일이십니까, 아가씨. (이 자는 당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듯 하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안녕하세요, 지배인이신가요? 실은 린튼 가 사람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자세한 장소를 알 수가 없어서요. 알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방으로 오라고 했어요. 네.
지배인: (교양 있는 당신의 어조에 능히 이런 아가씨라면 그들과 약속이 잡혀있을 법 하다는 판단을 내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린튼家 사람들이라면 2주 전쯤 VIP룸에서 숙박하고 계십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2주 전부터요? 어쩜, 그랬군요. 외출을 하거나, 출근을 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나요? 누군가와 만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시간을 갖고 나온 일이요. 저 외에도 몇을 보고자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도 뵈었는지가 궁금하네요.
지배인: 린튼 가문의 사람들은 바깥으로 거의 나오지 않으시고... 룸서비스는 종종 시키지만 얼굴을 보이지 않아 어떻게 지내는지는 저 역시 알지 못합니다만...
다만 얼마전 한 남성분께서 린튼 가문의 사람들을 찾기에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 그의 인상착의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약속을 잡았던 자 중 하나인가 싶어.
지배인: 글쎄요. (후드를 쓰고 있어 정확히 확인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말했다간 정체도 확실하지 않은 이에게 손님의 사적 정보를 알려드린 셈이 되어버릴테니 그는 적당히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 아는 것만을 말하기로 했다.) 음...기억은 잘 안나지만, 금색의 눈동자를 하신 분이었던 것 같은데...하하, 나이를 먹으니 기억력이 날로 안 좋아져서...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금안이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방으로 찾아뵈어야하는데... VIP룸, 몇호실인지 알 수 있을까요?
지배인: 그러한 정보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것이 이 호텔의 원칙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정말로, 어려울까요?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이 상체를 앞으로 기댄다.)
(매혹 판정... 가능한가요?)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매혹기준치: | 75/37/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려움 이상의 성공을 요구합니다.는 지배인은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당신을 보고 눈이 핑핑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배인: 그, 9, 901호입니다!!!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아, 901호. 도움 감사해요.
(901호로 가자.)
당신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이제는 지긋지긋한 이 총성에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나인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을 마주칠 것을 예상했는지 그리 놀란 모양은 아니었다.)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그래, 사람이 몰리면 소란스러워질 테니.
이야기는 그곳에서 하자.
둘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호텔을 유유히 빠져나와 황궁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탑승하였습니다.
소란을 빠져나와 기차에 탑승한 나인은 잠에 들었습니다.
그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당신으로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피곤했나봐.
(코트를 덮어주자)
좁은 기차 칸에는 객들이 읽을 수 있도록 신문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신문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家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신문을 자세히 볼까...)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이 정말 구체적이군요. 짙은 남색의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 금색의 눈동자. 큰 키의 성인남성. 눈 밑에 점.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잠든 나인을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치밀하게 해치우고 왔을 줄 알았더니...)(나인을 당겨 안으며 코트로 얼굴을 덮어버린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인은 잠에서 깹니다.
나인 시그니페리:(...말없이 자신 위에 덮힌 코트를 당신에게 다시 걸쳐주고 먼저 내려서 당신의 손을 잡고 내려준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잘 잤니. 영 피곤해보여서. (가벼이 당신의 손을 잡고 내려선다.)
나인 시그니페리: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생각보다 바람이 차지 않군요. 히스꽃을 보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것이 마지막 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히스꽃, 그래. 그러자꾸나. 꽃구경이나 하고, 네 얼굴이 커다랗게 박힌 그 신문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야기해보는 게 좋겠어. (나른하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당신의 기사는 그 어느 때보다 지쳐보입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많이 고생했구나, 나인. (당신의 눈가를 매만지며, 한숨같이 이야기했다.) 이리도 피곤해 보이는 건 참 오랜만에 보아.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의 손길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보랏빛 꽃 무더기 사이로 주저앉는다. 한껏 흔들리는 꽃 무더기가 짙은 향기를 발산한다. 일어설 기운 조차 없는 듯 보인다.) 이번이 정말로, 저의 마지막 불충이 될 듯 싶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찌 그리 말을 해. 그대, 내 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하기로 하였잖아. 그대가 나를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돌려 결국 모두 없애주었잖아. 그러니 이제 우리는 다시 달려가면 되지 않아. (주저앉은 당신과 눈을 맞춘다. 몸을 낮춘다. 그는 서글픈 낯으로 당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어찌 꽃들이 그리 괴롭게 흔들리고 있어.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한 잠을 자고 일어나면 괜찮지 않겠어. 그대는 타고난 자이니, 분명 금세 낫지 않겠어. 휴가는 길게 주지 않을 거야. 나는 냉혹한 주군이잖니. 그러니 눈을 감을 거면, 다시 뜰 것이라 꼭 내게 약조해야해. 나인, 나인 시그니페리. 필시 그리해야해.
당신의 서글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나인의 모습이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제 몸을 살핀 나인이 느릿하게 자신은 이제 사라질 몸이라 말합니다. 그러니까, 주문의 대가. 그런 걸로 말입니다.
나인 시그니페리:(당신은 매우 총명하니, 분명 어디선가 이해하고 있었으리라.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의 대가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점을.) ...애초에 단 한 번 되돌릴 수 있는 주문이었던 것을 최대한 개량하여 아홉번으로 늘린 것이었습니다. 칭찬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리 어려운 마법 개량에 성공해내었으니 말입니다. (실없는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이 당신에게는 짓궂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참으로... 참으로 총명하고... 참으로... 어리석어. (그는 천천히 팔을 뻗었다. 당신을 끌어안고서,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칭찬, 을. 평소였다면 그리했을 테였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당신의 등을 탁 치며 호쾌하게 웃었을 테였다. 하지만, 그 대가가 당신의 존재였음을 알고도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신은 그의 하나 뿐인 기사였다. 그 고독하고 차가운 길에 등을 맞댈 수 있는 유일한 자였다. 그런 자를 잃는다니, 그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진실로,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래, 그대는 그런 특출난 자였지. 내 마법도 그대와 함께 연구한 것들이 많잖나. ...그런데... 어찌 그리 어리석어. 우리 그저 함께 해쳐나갈 수는 없었나. 꼭 이리 해야만 했던 일이었어. ......그래, 이제와 이리 늘어놔 보아 무엇이 달라지겠어. 그대는 나를 떠나고, 나는 이리 홀로 남게 될 텐데. 그대를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없겠어? 무엇이든 말해보아. 내 이 제국을 떼어주고서라도 그대를 얻을 수 있다면 그리 하겠어.
나인 시그니페리:...주군. (흐려져가는 시야 속에서도 그는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와중에도 저를 살릴 방도를 구하는, 불충한 신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여린 주군을 위해 그는 모든 진실을 밝히기로 하였다.) 돌아오겠다고, 그리 편지를 남겼으나... 당신이라면 분명 저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호텔에서 당신을 마주치고도 전혀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당연하다. 당신이 자신을 찾아오리라고 믿었으니까.) 당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황실은 분명 발칵 뒤집혀 소문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사용인들의 입을 막았을 겁니다. 왜냐면 제가, 이 모든 일들을...1황자와 린튼 가문, 아이호트 일족에 대한 것까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심부름꾼을 시켜 고발하도록 시켰으니까요. (그는 감각이 아늑해져오는 손을 뻗어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행히, 차디찬 손으로 전해져오는 그 뜨거운 감촉만큼은 여전해서, 그는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주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 모든 일의 배후에 제가 있었다고 하십시오. 제국에 앙심을 품은 스파이가, 1황자와 결탁하여 제국에 혼란을 몰고오고자 하였다 하십시오. (달빛을 받은 그의 눈동자가 더욱 결연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당신께서, 뛰어난 마법으로 그 자를 처치하였다, 하십시오. 그를 위한 준비는 몇 번이고 되풀이한 저의 모든 시간 속에서 전부 마쳐두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려고 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고자 하였다. 이번에도 제 감정에, 욕심에 사로잡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어찌 그런 말을 해. 어찌 나더러 그대를 버리고 홀로 살아갈 길을 찾으라 해. (당신이 진실로 사라져버린 줄 알고 뒷목이 선득했던 것을 떠올린다. 그 흉터, 그 고통스러운 눈빛을 보고 당신의 괴로움을 느꼈을 때,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린다. 유일한 나의 편. 유일한 나의 기사. 당연히 평생을 함께 걸으리라 여겼던, 가장 소중한 존재. 그는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 찬란한 금빛을 마주하고서, 둘의 색이 꼭 반대라며 웃어보였던 때를 떠올린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고, 당신과 함께 걸어갈 모든 길이 든든하였으므로, 베르세티는 기어코 야망을 손에 쥐고 일어난 것이었는데. 보위에도 오르지 못한, 그를 위한 준비도 마치지 못한 그에게 있어 당신의 상실은 든든한 버팀목의 상실이었다. 그러나, 그 어린 날 정원에서 홀로 울던 천덕꾸러기 황녀에게 있어 당신의 상실은, ...스스로의 상실이었다. 그는 하염없이 울며 당신을 꽉 끌어안았다. 식어가는 체온, 흐려져가는 존재감. 존재에 대한 마법이라도 배워두었으면 단 찰나라도 더 당신을 붙들 수 있었을까. 아니, 내가 황녀가 아니었다면, 당신을 이리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는 공허한 눈으로 한들거리는 히스꽃을 바라보았다. 흐붓한 꽃향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닥쳐온 제 기사의 죽음에, 익사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어. 내 이리 그대를 보내면 남은 수십년이 홀로이지 않겠어. 그러니, 그러니 후회하지 않게, 어느 역경 앞에서도 그대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무엇이든 내게 말해보아. 보관을 쓰고 황좌에 앉아 이 제국을 내려다보면서도 그대가 내 곁에 있다 느낄 수 있도록, 부디 말해보아. (고귀한 황녀의 은안이 곧게 당신을 향했다. 슬픔에 잠기고 눈물에 젖어 있었으나, 여전히 총기 가득한, 당신이 처음으로 따르겠노라 맹세했던 그 빛이 가득한 그 눈동자였다.)
나인 시그니페리:(자신이라고 어찌 저를 끌어안는 당신의 눈물이, 제 뺨에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어찌 보고 싶었겠는가. 어찌 제 주군이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찬란한 영광을 거머쥐는 그 날, 그 때를 보고 싶지 않겠는가. 제 생애 가장 경탄하고 또 가장 사랑한 존재가 걸어나갈 그 길, 그 길의 끝에 도달할 영광에, 함께하고 싶지 않을리가 없었다. 그러나 욕심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발판. 그 역할을 자신이 수행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른 욕심을 외면할 수 있었다.) ...소원, 말입니까. (점차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당신에게 기사 서약을 하던, 그 날 그 때부터 영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말하지 않으리라 맹세하였던, 그의 소원을 떠올렸다. 그리곤 웃었다.) 이미 주군께선 그것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눈에 담고자하였다. 당신은, 처음과 같이 빛나는 모습 그대로 제 앞에 있었다.) ...제 마지막 순간에,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 당신께서, 제 곁에 있어주시는 것. 그것이 제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방아쇠를 당겨달라한 것도, 히스꽃을 보러가자 권유하였던 것도 어쩌면 모두 이 욕심에서 비롯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욕심을 져버린 것이 아니었구나. 이 정도로 많은 욕심을 이루었으니,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희미한 미소, 물기가 어려 잔뜩 잠긴 목소리, 흐릿해져가는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그보다 더 투명하고 따뜻한 눈물이,
아, 그리고 처음 그와 만났던 그 날로부터 조금의 변화도 없는, 바로 그 눈빛이
여전히 총기로 빛나는 당신의 두 눈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그 눈빛의 의미를 그제야 깨달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나인. 네 끝까지. (목이 메어, 차마 입밖으로 나가지 않는 단어들을 죄 삼키며, 그리 당신의 손을 잡았다. 눈을 맞추었다. 나인 시그니페리의 마지막을, 오로지 베르세티 라 콜포레 카엘레스타가 지키기 위하여. 그 마지막까지 오롯이 함께하기 위하여.) ...그래, 행복하였구나. 그것이면, 되었구나. 그대는... (그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보내기 위해 웃어보였다. 오로지 당신에게만 보여주었고, 오로지 당신에게만 보여주었기에 앞으로는 평생 짓지 않을, 신뢰를 그득 담은, 그 웃음을. 당신의 눈빛 속에서 읽어낸 그 감정을, 그리고 이제서야, 그 마지막에서야 제 속에서 움트기 시작한 감정을 마지막으로 당신의 품에 안겨주고서 배웅하기 위해서. ...그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당신을 보며, 웃다가, 그 뺨을 쥐어 입을 맞추었다. 평생을 저만을 바라보았던 가장 찬란한 그림자에게,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평생을 당신만을 바라볼 가장 찬란한 빛에게, 마지막으로 고하는 사랑으로서. 쉼없이 흐르는 눈물이 멎지를 않았다. 차라리 끝까지 몰랐더라면 좋았을까. 아니, 차라리 일찍이 알았더라면 좋았겠지. 손끝에서 흩어지는 존재감을 그러모으듯 바짝 당신을 안고서, 그는 그리 웃었다. 그리, 당신을 보내주기로 하였다.) 사랑했구나. ...나는, 이제부터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세상이 참으로, 야속하지 않니. 어찌 그 긴 세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이 찰나에 지나지 않을까. 나인, 내 가장 영광된 기사야. ...다음 생이라는 것이 있으면, 그 때는, 그 때는 다르겠지. 그렇겠지. 그대 먼저 가있으면, 내 이 땅에 그대의 이름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도록, 이 제국에 있는 모든 영광을 그대의 앞에 바치고 따라가겠어. 그러니, 부디 오래 걸리더라도 나를 기다려주어. 마지막 명령이야, 나인. ...사랑해.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태엽도, 고장났습니다.
그저 곁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달빛 아래 당신에게 가만히 기댄 나인은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말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듯 감지 않은 두 눈과...
수많은 히스꽃들이 향을 내뿜으며 당신의 주위를 감쌀 때,
체온이 머물었던 자리에는 찬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
바람결에 풍경을 메우는 꽃잎이 그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