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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CoC] Last Thursdayism - 혜성현 플레이로그




:: CoC 7th ::

:: KP - 비슬 ::

:: KPC - 권 혜성 ::

:: PC - 이 현 ::

:: 플레이 일자 - 2020.03.11.수 ::

:: 플레이 타임 - 약 9시간 30분 ::





Last Thursdayism
W.서라
......
평소와 같이 맞이하던 어느 평범한 밤.
밤새 불편하게 뒤척이던 당신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얕은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마저도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깨어버리고 말았지만요.
숨통이 죄어지는 답답함에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리는 순간, 속눈썹에 맺혀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감각이 선연합니다.
당신은… 울고있었습니다.
고여있던 눈물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과 함께 쉴새 없이 굴러 떨어집니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쳐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악몽을 꾸었나 싶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북받치는 슬픔에 공연히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옆자리에 잠들어있는 혜성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혜성은 조금은 당황한 손길로 울고 있는 당신을 달래었고, 자신을 보듬어주는 더없이 익숙하고 다정한 혜성의 목소리와 함께 당신은 다시금 잠에 빠져듭니다.
이번에는 조금 깊이.
......
그렇게 눈을 감은지 꽤 지났을 즈음.
…들려오는 것은, 얕은 물에 고막까지 잠겨들어 이내 먹먹히 침몰되고 마는 소리.
입술을 벌려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눈꺼풀을 들어올려보지만 시야에 차는 것은 눅눅한 어둠 뿐.
냉기에 온 몸이 얼어붙듯 끔찍한 맹추위가 지속되다가도, 피부를 녹여낼듯 살인적인 더위가 정신을 덮칩니다.
그런 이변 속에서도 이상하게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듣기 판정>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희미한 기억 건너편에서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그 익숙한 목소리를 끝으로 맹추위도, 무더위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요.
모든 감각이 모호해질 무렵 불현듯 당신은 쏟아지는 정적과 동시에 정신을 차립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익숙한 어둠이네요.
아직 밤인가? 하는 막연한 의문과 함께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으면, 팔이 채 다 펴지기도 전에 두꺼운 벽 같은 천장에 가로막힙니다.
이 현:......?
뭐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 현:(벽을? 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87
판정결과:보통 성공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손끝에 감기는 것이 나뭇결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천장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고개만 간신히 움직여 주변을 둘러볼 경우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어떤 좁은 방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등 아래는 꽤나 푹신푹신해서 싸구려 침대에 누워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판정>
이 현:(왜...? 갇혀있지...?)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천장을 밀어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칩니다.
이 현:(천장을... 밀어보자)
그대로 힘을 주어 밀면 천장은 의외로 쉽게 열립니다.
틈 사이로 터져나오는 환한 빛에 짧게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이 열리자마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탁한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녹빛 하늘에 커튼처럼 드리워진 아름다운 오로라.
바람에 스치우듯 일렁이는 오로라를 드문드문 가리며 커다란 함박눈이 온 사방에 흐드러져 쏟아집니다.
이곳은 마치 천국의 가장자리를 떼어다 붙인 공간 같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걸까요?
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정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노라면 금세 당신의 무릎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 현:...... (이상한 곳... 북극... 남극...? 왜 이런 데에...?)
쌓이는 눈을 털어내려 고개를 떨군 그 때, 당신은 다시 한 번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건… 캡슐인가요?
이 현:(......??????)
아니, 캡슐이 아니라 '관' 같습니다.
확실히 관이 맞습니다.
방금까지 갇힌 듯 누워있던 좁은 방이 실은 관이었던 것입니다.
이 현:(나 죽었다 살아났나...?)
죽은 사람이나 누워있을 법한 관 속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에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SANc 1/1D3
이 현:(살아있는 사람을... 관에 넣지는 않았을 텐데...? 아닌가? 그냥 넣었나...? ....그걸 조교님이... 두고봤을 리가...)
SAN Roll
기준치:90/45/18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
관 주변에는 눈송이를 머금은 싱싱한 생화 무더기가 깔려있고,
그 옆으로 혜성이 누워있습니다.
이 현:...!!
조교님!
입고 있는 옷감이며 피부에는 얕게 흰 눈이 쌓여있네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는 조용히 잠들어있습니다.
이 현:어떡해 진짜! 조교님!! 정신차려봐요...!!
앗... 자는 건가...
그치만... 추운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구요
(혜성에게 쌓인 눈을 치워주자)
조교님 일어나요, 여기서 자면 안 돼요...
파리한 안색의 그는, 당신의 접촉에 잠에서 깨어 의아한 기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현:조교님...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저 하나도 모르겠어요...
권 혜성:(주변을 살피며) ...모르겠어. 깨어나보니 이곳인 걸...
이 현:조교님도 모르는 일이에요? ...누가 여기로 우리를 옮겨놨나봐요. 심지어 저는 저기에서 눈을 떴어요. 정말 너무해, 왜 저만 그래도 눈 안 맞게 놔둔 걸까요? 조교님도 눈 맞으면 추울 텐데.
직후, 당신은 문득 주변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현:그리고 이 꽃들은 대체 뭘까요? ...전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에요...
....!
뭐라도 찾아봐야겠어요. (주변을 둘러봅니다)
끊임없이 펼쳐진 드넓은 설산 위로 반짝이는 눈송이들이 빽빽이 떨어져 내리고 있고,
두 사람이 앉아있는 가까운 거리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은 2층짜리 목재 주택이 한 채 덩그러니 지어져있습니다.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사방이 눈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목재주택의 지붕 위 만큼은 눈이 쌓여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유를 알기 힘든 이질적인 느낌에 SANc 0/1.
이 현:
SAN Roll
기준치:89/44/17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권 혜성:눈이 정말 많네. 현아, 너는 안 추워?
이 현:......조교님... 저 오두막은... 뭘까요?
아.
춥다, 혹은 춥지 않다. 어떤 답변을 내려놓기도 전에 탐사자는 위화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눈발이 흩날려 떨어지는 설산의 한가운데임에도 추위만큼은 전혀 느껴지지 않던 탓입니다.
이 현:......그러게요...... 춥지가 않네요......
옷에 핫팩이라도 들었나...?
(옷 안쪽을 살펴본다...)
평범한 옷입니다. 핫팩같은 것도 없네요.
이 현:으음...
권 혜성:(조금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혹시 감기라도 걸릴지 모르니까 저 집에 들어가 있을까?
이 현:아, 그렇게 할까요.
조교님도 많이 춥겠어요. 얼른 들어가요.
권 혜성:그래. (당신의 손을 잡고 목조주택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재주택의 문은 양문형으로, 굳게 닫혀있지만 잠구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노크를 하거나 주인을 불러도 안쪽에서는 답이 없습니다.
이 현:그냥 열어도 되는 걸까요...
권 혜성:그러게.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 현:으음, 그치만 이대로 밖에 있다간 얼어죽는 게 먼저일 거예요.
눈이 너무 내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권 혜성:하긴. 밤이 되면 더 추워질 테니까. 일단 들어가 있자.
이 현:좋아요. (문을 연다)
주택 안쪽으로 들어서며 혜성에게 <관찰>혹은<아이디어>롤을 굴릴 수 있습니다.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4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목조주택의 안쪽으로 들어서는 혜성의 모습이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목재주택 안으로 들어서면 아예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지 내부는 상당히 고요하고 적막하네요.
불은 꺼져있지만 바깥이 밝은 탓에 전혀 어둡지 않습니다.
권 혜성:2층을 둘러보고 올 테니까, 여기서 쉬고 있을래?
이 현:앗, 같이 가요, 조교님.
권 혜성:음... 아냐, 추운데 오래 있었잖아. 걱정되니까, 난로라도 쬐면서 쉬고 있는게 좋을 거 같아.
이 현:으음... 알았어요... 그럼 난로 켜놓고 있을게요. 금방 내려와야해요?
권 혜성:그래. 작은 집이니까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거야.
이 현:그래요. 이따봐요, 조교님.
혜성은 말을 마치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주택의 1층을 적당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주택의 1층은 거실과 주방, 방으로 추정되는 문 두 개와 테라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리듯 바닥에 내려앉은 먼지는 없고, 전체적으로 깔끔히 정리되어있습니다.
이 현:(아예 빈 집은 아니었구나...)
(일단 난로를 켜놔야겠다. 거실을 좀 살펴볼까?)
거실의 바닥에는 두터운 카페트가 깔려있고, 그 위로 앉은뱅이 테이블과 4인용 가죽소파가 놓여있습니다.
. 맞은편에는 불을 떼울 수 있는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현:(벽난로에 불을 때자...)
소파의 맞은쪽 벽면에 마련되어있는 벽난로입니다.
안쪽으로 얕게 쌓인 잿가루의 흔적이 보이고, 불씨에 그을린 듯한 까만 자욱도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꽤 사용감이 있어보이네요.
벽난로 위에는 성냥 두 갑이 놓여있습니다.
이 현:(성냥을 써서 불을 피우면 되나...? 벽난로 안 쪽엔 충분한 장작이 있나?)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 주변에서 당장 태울만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덮여있는 잿가루의 안쪽에서 타다 만 종이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이 현:(종이 조각을 살펴보자)
<행운 판정>
이 현:
행운
기준치:70/35/14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운이 좋아서일까요? 당신은 잿가루를 뒤집어쓰지 않고 종이를 꺼낼 수 있었습니다.
종이는, 잘려진 신문의 한 조각 같습니다.
이 현:(어떤 내용이 적혀있지...?)
……지구가 이대로…….
대부분이 불씨에 토막나있기에 신문의 내용을 이어 읽을 수 없습니다.
이 현:(지구가 이대로...)
(지구온난화?)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직은...)
(일단 챙겨놓자)
(더 특별한 게 없다면... 다른 것을 살필까?)
(테이블엔 태울만한 것이 있나?)
나무로 만들어진 평범한 테이블입니다. 소파의 높낮이에 맞춤식으로 제작된 듯 하네요.
테이블 위에는 신문 한 부가 놓여있습니다.
이 현:(신문을 살펴본다)
신문을 뒷장으로 넘기면 그 내용은 끊어져있습니다. 발행 날짜 또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현:(......)
(저... 눈...을 이야기하는 건가...?)
(지금 빙하기야...?)
(그럼 관은? 생화는? 그 옆에 잠들어있던 조교님은?)
(맞지 않는 게 너무 많아.)
(하지만... 기억은 해두는 게 좋겠다.)
이 현:(소파에 다른 것이 더 있나? 심상치가 않은 느낌이야.)
평범한 가죽소파입니다.
'엘니뇨와 라니냐', '물 속에 잠기는 지구', '높아지는 해수면',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등 각종 이상기후와 관련된 책자들이 이곳 저곳에 아무렇게나 놓여있습니다.
이 현:(책을 살펴보자.)
책을 펼치거나 읽어도 특별한 내용을 찾을 수는 없지만, '높아지는 해수면' 책을 펼치면 책장 틈에서 사진이 한 장 떨어집니다.
이 현:(사진...?)
나풀나풀 발치에 떨어지는 사진을 주워들면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인쇄된 사진이네요.
조금 어색한 표정의 혜성과 웃고있는 얼굴의 당신, 두 사람이 인화되어있습니다.
별다른 메모가 적혀있지는 않습니다.
이 현:(으음...)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진 속, 두 사람의 뒤로 나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현:(창문?)
사진 속의 창문 바깥으로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네요.
<아이디어>판정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갑작스레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헤성과 함께 이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없는걸요.
잘려나간듯한 스스로의 기억에 SANc 0/1.
이 현:
SAN Roll
기준치:89/44/17
굴림:3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치... 폴라로이드로 찍은 적은...)
(애초에 누가 우리 집에 와서 사진을 찍을 리가 없어.)
(...거실은 다 둘러봤나?)
(주방을 좀 살펴보자. 장작을 못 찾았으니, 따뜻한 거라도 준비해야할 것 같다.)
평범한 가정집 내지는 별장에나 있을 법한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입니다.
선반에는 물기가 묻어나지 않은 식기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있고, 냉장고 안쪽에는 몇 가지 요리 재료들이 들어있습니다. 그 외에 딱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 현:(별 건... 없구나... 코코아도 없고 커피도 없고...? 흠...)
(방에 담요가 있을지도 몰라. 방을 살펴보자.)
첫 번째 방의 문은 살짝 열려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은 침실입니다.
넓은 방 한 켠에는 침대와 옷장, 커피테이블이 배치되어있습니다.
단촐한 구성인지라 어쩐지 텅 비어보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드네요.
이 현:(그러게... 침대를 좀 살펴보자.)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는 침대입니다.
어두운 계통 색상의 침구가 단아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침대 맡에는 불이 꺼진 갓 모양의 스탠드가 놓여있습니다.
스탠드 앞쪽에는 탁상용 달력이 놓여있네요.
이 현:(달력?)
달력은 8월에 펼쳐져있습니다. 바깥에 저토록 눈이 쏟아지고 있는데 8월일리가 없지요. 페이지를 잘못 펼쳐두었나 봅니다.
이 현:(뭐지... 여기 남극인가...?)
(...으음, 뭐, 잘못 펼쳐둔 걸수도 있겠지. 차암, 집주인도.)
(옷장에는 두꺼운 옷이 있나?)
하얀 색상의 목재로 만들어진 옷장입니다.
여닫는 형식의 양문형 옷장 아래 추가적으로 옷장 서랍 두 칸이 달려있습니다.
옷장의 문을 열면 얇은 코트나 두터운 겉옷, 가디건등의 아우터들이 섞인 채 걸려있습니다.
계절별로 정리해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이 현:(정리를 좀 계절별로 해두면 꺼내입기도 편할 건데...)
(하긴, 이렇게 추운 데에 살면. ...이렇게 추운 데에 살면서 얇은 코트?)
(얼죽코인가? 진짜 얼어죽을텐데...)
<아이디어 판정>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걸려있는 옷들 중 대다수가 본인의 몸에 꼭 맞는 사이즈라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첫 번째 서랍에는 스웨터나 폴라티, 셔츠 등의 옷가지가 개어져있고 두 번째 서랍에는 각종 하의가 정돈되어 들어있습니다.
본 적도, 입어본 적도 없는 듯 처음 보는 옷들이지만 서랍 속의 옷들 또한 당신의 몸에 맞을 법한 사이즈로 보입니다.
이 현:(......)
(내 사이즈가... 흔하진 않을 건데.)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서랍 구석에서 익숙한 옷가지를 한 벌 발견했습니다.
회색의 가디건이네요.
이 현:......?
(내 옷 아냐 이거???)
(아, 아니, 회색 가디건이 흔하기는 한데...)
(뭐야... 뭔데...)
(...영 혼란스러워...)
(커피 테이블... 맞아.)
이 현:(커피라도 한 잔 끓여야할 것 같아. 집주인한텐 미안하지만...)
홍차 티백이나 핫초코, 커피등의 티백과 찻잔이 놓여있는 커피테이블입니다.
한구석에는 연분홍색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 두어장이 놓여있습니다.
이 현:(...음.)
(그렇지, 폴라로이드를 찍은 적이... 없었으니까. 방금 사진은 잘 모르겠지만...)
(이따 조교님 내려오면 같이 찍자고 할까.)
(일단 물을 올려두고... 전기포트도 있나?)
티테이블 위에는 커피포트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주방에는 티포트나 핸드드립을 내릴 수 있는 기계도 있었던 것 같네요.
이 현:(집주인, 상당히 커피나 차를 좋아하나봐.)
(하긴, 나도 매일 카페는 꼭 들리니까. 커피 안 좋아하는 사람이 더 드물긴 해.)
(커피포트에 커피와 물을 채워 올려둔 뒤 다른 방을 둘러보자)
두 번째 방의 문을 열면 창고 대용으로 쓰이던 공간인 듯 합니다. 몇 가지 잡동사니와 함께 구석에 쌓여있는 장작더미를 발견합니다.
일주일은 족히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네요.
이 현:(장작으로 불을 때자.)
(아, 불쏘시개가 없나.)
(남의 집 책이나 신문을 태우기엔 좀 그런데...)
(일단... 난로에 장작을 넣자.)
(잡동사니 중엔, 불쏘시개로 쓸만한 게 없나?)
버릴 용도인지, 노끈으로 묶어둔 잡지나 책따위가 보입니다.
이 현:(앗. 다행이다.)
(노끈을 풀어 책 한 권을 같이 챙기자)
(벽난로에다가 불을 피워야지.)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신은 무사히 벽난로에 불을 피웠습니다.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피어오르는 불이 은근한 안정감을 줍니다.
이 현:(다행이다...............)
(아 맞아, 테라스를 보질 않았는데 아직.)
(테라스를 살펴보자.)
통유리로 처리된 테라스입니다.
화분이 몇 가지 놓여있지만 대다수의 식물들은 말라 비틀어져있거나 시들어있습니다.
테라스 바깥으로는 여전히 무거운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드리워진 설산의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탁한 회색의 하늘만이 펼쳐져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는 혜성과 자신, 오직 둘 뿐인 것만 같습니다.
이 현:(......집주인......)
(식량 구하러 갔다가 눈에 파묻힌 거 아닐까...)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83
판정결과:보통 성공
테라스 바깥에서 눈 속에 파묻힌 쇠꼬챙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이 현:...?
쇠꼬챙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조형물의 일부분처럼 보입니다.
나가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빼곡이 쏟아지는 눈들을 헤치고 나가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현:(그치... 추우니까...)
당신이 테라스 밖을 보고 있을 무렵, 혜성이 계단을 내려옵니다.
권 혜성:뭐하고 있어?
이 현:아, 조교님.
난로에 불을 피우려고, 좀 둘러보고 있었어요.
참 맞다, 침실에 커피메이커가 있길래, 물을 올려뒀는데.
같이 마셔요. 춥잖아요.
권 혜성:그래. 그게 좋겠다. 보니까 벽난로에 불도 잘 피웠던걸? 거실에 앉아서 마셔도 좋겠어.
이 현:좋아요. 거실에서 마셔요.
참, 2층엔 뭐가 있었어요?
권 혜성:별 거 없었어. 천창이 꽤 멋있었지. 망원경도 있길래 잠시 살펴봤어.
이 현:아, 망원경이요? 너무 좋다. 눈이 그치면 같이 거기서 별을 보는 것도 좋겠어요. ...집주인이 돌아와서 우릴 내쫓지만 않는다면요.
음, 커피가 거의 다 끓은 것 같으니 가져올게요. 부엌에 있는 컵을 쓰면 되겠죠? (침실에서 커피메이커 째로 들고와 부엌에 있는 컵에 한 잔씩 따른다.)
권 혜성:그래. 바깥 상황이 상황이니까, 어쩌면 며칠 머무는 것 정도는 허락해줄지도 모르지.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이 커피를 준비하는 것을 걱정스레 지켜보다) 손 대지 않게 조심하고.
이 현:걱정마요. (배시시 웃고는) ......그런데 여기 좀 이상해요. 옷장에, 저랑 사이즈가 거의 비슷한 옷들이 가득했거든요. 게다가 구석엔 제가 자주 입는 그 회색 가디건, 그게 있었어요. (당신에게 커피를 건네고서, 옆자리에 폭 앉는다.) 집주인, 여자일까요? 그것도 작고 마른?
권 혜성:...그럴지도. (잠시 침묵하고 깊이 생각하다가) 주변에 인기척이 전혀 없었으니, 한동안 집주인이 안돌아올지도 모르겠네. 사이즈가 맞는다니, 조금 신세를 지고 나중에 사례를 하는 쪽이 좋을지도...
이 현:으음... 그럴까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이해해줄지도 모르겠어요. 참, 여기 폴라로이드도 있더라구요. 이따가 그걸로 사진 한 번 찍을래요? 폴라로이드로 사진 찍은 기억은 없는데. ...여기서 조교님과 저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발견하긴 했지만요. ....우리 여기 전에 온 적이 있었나요? 집주인이 그걸 찍어줬는데, 내가 그걸 기억을 못하는 걸까요...?
권 혜성:현이 네가 바란다면, 지금 당장 찍어도 좋고.(살풋 웃었다가, 같이 찍은 사진을 언급하는 당신의 말에 조금 의아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사진? 어떤 사진인데?
이 현:으음, 그러니까, 책 사이에 끼어있었는데요. (사진을 당신에게 보여준다.) 저는 이걸 찍은 기억이 없어요... 우리가 이런 사진을 찍었나요? (영 알 수 없다는 듯이 눈썹을 늘어뜨리며 당신을 바라본다.) 누가 봐도 조교님과 저라서, 우리가 아닌 것 같지는 않아요.
권 혜성:아... (비가 내리는 창을 배경으로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자 무언가 떠오른 듯한 기색으로 대답한다.) ...이거 몇 달 전에 찍었던 거네. 기억 안 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다.) 이게 왜 여기 있지...?
이 현:으으음...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미안해요. (시무룩한 얼굴로 미안하다고 말하고서, 현은 당신에게 톡 어깨를 기대었다.) 잘 모르겠어요. 여기에 우리가 온 적이 있나봐요. 집주인하고 사실 아는 사이인 거 아닐까요? 2층에 망원경... 학교 동기? 랩실 동기...? 그런 거 아니에요?
권 혜성:(당신의 표정을 보자 괴로운 듯 잠시 고개를 돌리고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았다.) ...글쎄. 이해가 안되는 것이 많아서 힘들다면, 그냥 예쁜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현아. 사방이 흰 눈으로 쌓이고, 작은 오두막에, 단 둘이 있는 꿈. 아니면, 둘이서 눈이 내리는 산장에 여행을 왔다고 생각해도 좋겠지.
이 현:......(이내 느리게 웃으며 커피를 입에 머금는다. 홀짝거리는 소리가 두어 번 더 들리고서야, 현은 입을 열었다.) 그럴까요. 그러고보니, 침실의 달력이 8월이더라구요. 그냥 집주인이 잘못 돌려뒀나, 싶었는데, ...이곳이 남반구라면, 8월에 저런 폭설이 내리는 것 쯤은 당연한 일이니, 먼 땅에 같이 놀러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누가 데려다 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권 혜성:응. 그렇게 생각하자. 그리해서, 네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또다시, 커피를 한 모금. 입 안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여행이라고 생각해보니 같이 먼 곳까지 나와본 적이 없었네. ...나중에 가보고 싶은 곳이라든가... 생각해둔 곳이라도 있어?
이 현:여행이라... 유럽 여행이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미술관도, 박물관도, 천천히 둘러보고... 유럽에는 유명한 천문대도 많다고 들었어요. 천문대에서 같이 하늘도 보고... 늘 조교님도 저도 언제나 바빴으니까, 느긋하게 쉬다가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에 잠긴 붉은 자안은, 설레는 상상으로 반짝였다. 이국의 호텔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같이 괜찮은 파인 다이닝에서 식사하는 것도, 전부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한, 한 달 정도는... 있다가 오면 좋겠다고.
권 혜성:(함께할 여행을 떠올리며 기대감이 담긴 표정을 지어보이는 당신을 바라보다가 찻잔을 내려다보곤, 다시 한모금 들이킨다. 커피잔에서 올라온 김이, 하얗게 안경에 서려 그의 표정을 가려주었다.) 좋네. 유럽 여행. 방학이 되면 시간을 내서 다녀오자. 가서, 많은 것을 눈에 담고, 사진도 많이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분명 재미있을 거야. (말을 마치고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시간이 많이 늦었네. 들어가 잘까?
이 현:...그 땐 연구실 일 안 바쁜 거죠? 무리해서 가는 건 안 돼요, 알겠죠. (현은 작게 웃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자러 가요. (당신을 따라 일어서며 자연스레 당신에게 팔짱을 낀다.)
권 혜성:...안 바쁘게 해서라도 가야지. (당신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다. 간단히 잘 준비를 마치자, 당신을 침대에 눕히고 그 옆에 걸터 앉았다.)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당신은 곧바로 까마득히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당신은 어제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추위와 함께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꼭 사라져있던 감각이 되돌아온 것만 같습니다.
옆자리에는 혜성이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추위 탓일까요?
그의 안색이 어제보다도 창백하고 파리해보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현:......
(난로에 불을 피워야겠다. ...지금쯤이면 다 꺼져버렸겠지.)
거실의 벽난로에 불을 떼우다보면 테라스 창문 바깥으로 쏟아지는 눈발에 자연히 눈길이 갑니다.
이젠 쏟아지다 못해 퍼부어지는 수준이네요.
이러다 온 세계가 눈에 덮여버리는 건 아닐는지요.
맑게 걷힌 하늘에 휘황찬란한 오로라가 넘실대고, 사방으로 흐드러지는 솜털 같은 폭설의 향연은 이질적이지만 꽤나 아름다워서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맙니다.
이 현:......예쁘다.
붓과 캔버스, 물감이 있었다면 분명 이걸 그렸을 거야.
그러고보니 2층에는 천창이 있다고 했던가요? 눈이 내리는 모습이 더 잘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어제 살피지 못했던 주택의 2층이 궁금해집니다.
이 현:...
2층엔, 연필이나 종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있으면 스케치라도 해둬야지.
(2층으로 올라가자)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목재주택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곳은 아주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투명한 통유리로 처리된 스테인드글라스의 천장에서부터 다채로운 색감의 빛이 터져나오는 한편,
퍼부어져 내리는 형형색색의 눈들을 그대로 맞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천장 안쪽에는 군청색의 도료를 이용하여 섬세하게 그려진 황도 12궁이 눈에 띕니다.
2층의 중앙에는 남색의 커다란 원형 카페트가 깔려있고, 구석에는 접힌 망원경이 놓여있습니다.
욕실과 화장실도 2층에 구비되어있습니다.
이 현:......
정말로 천문학도의 집 같은걸.
카페트, 무언가가 있나?
천장의 크기만큼이나 넓고 커보이는 남색의 카페트가 2층의 중앙에 깔려있습니다.
일견 평범한 카페트같지만, 별의 궤도를 그려넣어 '예쁘다'는 감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누우면 꼭 밤하늘에 누워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 현:(잠깐 누워볼까...)
카페트 위에 누워있자니 천장이 더욱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은은한 오로라의 빛을 반사시켜 도료로 그어진 별자리가 잔잔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4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유독 반짝이는 별자리 두 개를 발견합니다.
<천문학 판정>
이 현:
과학/천문학 Roll
기준치:41/20/8
굴림:69
판정결과:실패
<아이디어 판정>으로도 가능합니다.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그 두 개의 별자리가 각각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현:......
황도12궁을 기준으로 한 8월생의 별자리이기도 하죠.
이 현:8월...
진짜 8월이네.
카페트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카페트 끝부분에 살짝 튀어나온 종이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카페트를 들춰보니 반짝이는 염료를 사용하여 물들인 듯 푸른색의 진주처럼 빛나고 있는 편지봉투네요.
편지는 금색의 씰링 왁스로 봉해있습니다.
씰링 왁스에 찍힌 문양은 어떤 별자리같습니다.
이 현:.......?
무슨 별자리지...
<천문학 판정>
이 현:
과학/천문학 Roll
기준치:41/20/8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그것이 양자리임을 눈치챘습니다.
이 현:양자리...
(편지 봉투에는 별 다른 것이 없나...?)
그러고보니, 당신의 별자리가... 양자리였던가요?
이 현:......
(어제부터, 참 많은 것들이 우연스럽게도 겹치네.)
봉투는 겉보기에 딱히 특별한 점이 더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현:(편지를 열어본다)
......?
(누구에게 전하는 편지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나?)
......
(글쎄......)
이 현:(......본질만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서로를 서로라고 할 수 있겠지.)
(망원경을 살펴보자)
과학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가의 천체망원경입니다.
물론, 당신은 혜성을 따라 자주 보았을 물건이지만요.
밤이 오면 망원경을 이용해 바깥에 나가 별자리를 관측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망원경 아래 놓여진 책자가 하나 보입니다.
이 현:(책자?)
(저녁이 아니라 별자리를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일단 챙겨두고, 욕실을 둘러보자)
평범한 욕실입니다.
각종 세안도구가 정리되어있으며, 수전을 열어보면 온수도 냉수도 무리없이 잘 나옵니다.
원한다면 이곳에서 세안이나 샤워 등을 할 수 있겠네요.
이 현:오...
(별 다른 건 없나?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현:(둘러보지 않은 곳도... 없나.)
2층은 전부 둘러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침실에 두고온 혜성이 조금 걱정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실내 온도가 조금 올랐으니 괜찮아졌으려나요?
이 현:... 내려가야겠다.
침실로 돌아가면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혜성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돌아왔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상태로,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듯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만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 현:...조교님?
권 혜성:아. (그제야 당신이 왔음을 눈치채고 돌아보았다.) 어디 갔다 었어? 밖에, 난로 현이 네가 피운 거지?
이 현:잠깐 위층을 둘러봤어요. 망원경하고, 예쁜 천장하고. 별자리 보는 책자도 있더라구요. (가만히 당신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난로, 피웠어요. 나 불 제법 잘 피우지 않아요?
권 혜성:그랬구나. 2층, 제법 괜찮았지? 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기회가 되면, 오늘 밤에 밖에 나가서 별을 관측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자신을 끌어안은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가만히 얹어본다.) 그러게. 따뜻하네.
이 현:좋았어요. 예쁘기도 했고. 오로라 때문에 반짝이는 거였죠? 보고 있으면 황홀했어요. (작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밖이요? 좋죠. 망원경 얘길 들었을 때부터 별이 보고 싶었어요. 조교님과 같이 보는 별은 더 예쁘거든요.
권 혜성:나도 그래. 너와 같이 보는 건 무엇이든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으니까. ...빨리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좋겠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창고에 빈 캔버스와 물감이 있었어. 네가, 찾고 있을 거 같아서...
이 현:......조교님. (당신의 말에 행복한 듯이, 현은 가볍게 당신의 뺨에 입을 맞췄다.) 저도 얼른 밤이 왔음 좋겠어요. 같이 행복한 추억을 또 만들고 싶어요. (캔버스와 물감이 있다는 말에, 더없이 환하게 웃어보인다.) 정말요? 너무 좋아요. 그걸로 밤하늘을 그리면 예쁠 것 같아요.
권 혜성:(아..., 속으로 탄성을 삼켜내고 당신의 입이 내려앉았던 뺨에 손을 가져다댄다. 행복하게 웃는 모습에 미미하게 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기대되네, 현이가 그리는 밤하늘은 분명 진짜 밤하늘 보다도 아름다울 테니까. 아, 배고프지는 않고? 뭐라도 간단하게 해먹을까?
이 현:기대해요, 이번 것도 조교님한테만 보여줄 테니까요. (슬쩍 몸을 떼며, 당신의 앞으로 돌아와 손을 뻗는다.) 그럴까요? 어제 보니까 부엌에 재료가 조금 있었어요. 아침은 뭐가 좋을까... 같이 가봐요.
권 혜성:(당신의 손을 잡고 일어나 침실을 나선다.) 식빵이나 계란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샌드위치 정도면 괜찮을까? 먹을 수 있겠어?
이 현:물론이에요. 이제, 샌드위치 하나랑 커피까지 다 먹을 수 있다니까요. (다정스레 말하는 목소리에, 애정이 담뿍 담겨있다. 이마저도 전부 당신의 덕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어조.)
권 혜성:그것 참 다행이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주방으로 들어선다.) 앉아있으면, 금방 만들어올게. 기다리기 심심하다면 커피를 내려줄래?
이 현:좋아요. 커피, 부엌으로 가져가서 내려야겠네요. 조교님 요리하는 거 보고 싶으니까. (현은 웃으며 커피메이커 속에 필터와 원두를 채우고, 통째 들고 주방으로 따라들어갔다.)
권 혜성: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손 대지 않게 조심하고. (식빵이나 양상추, 계란 같은 재료를 꺼내어 능숙하게 간단한 아침용 샌드위치를 만든다. 그러는 동안, 당신이 신경쓰이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 현:(커피를 끓도록 둔 뒤,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당신을 보고 웃어보인다.) 자꾸 이쪽 보면 어떡해요, 칼이나 불에서 눈 떼면 큰일 나는 거 알잖아요. ...정말. (그러곤, 천천히 일어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당신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폭 고갤 묻는다.)
권 혜성:...이러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당신이 뒤에서 끌어안자, 실없는 소리를 하며 살며시 웃어보였다. 재료를 켜켜이 쌓은 후 네모난 식빵을 비스듬히, 삼각형으로 잘라내어 꺼내어 두었던 접시 위에 올린다.) 다 됐어. 자리에 앉자. 재료가 별 거 없어서, 맛은 보장하지 못하겠지만.
이 현:재료가 별 거 없긴요. 조교님의 사랑이 들어가있잖아요. (낯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하며, 컵 두 개를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둔다. 커피메이커에서부터 쪼르륵 흘러내리는 커피.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당신의 맞은편에 앉아 당신에게로 커피잔을 건네준다.)
권 혜성:고맙긴. 잘 먹어주면 내가 더 고맙지. (당신이 건넨 커피잔을 받아들고 잠시 식히며 입으로 가져간다. 제 것을 먹지는 않고 당신이 먹는 것을 빤히 바라본다.)
이 현:(샌드위치를 한 입 물고서, 오물거리며 즐거운 낯을 한다. 맛있어. 행복한 표정으로 이어 커피도 한 모금 마시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조교님은 안 드세요? 얼른 먹어요. 진짜 맛있어요. 조교님 요리 정말 잘 해요. (얼른 먹으라며 한 번 더 이야기한 뒤, 현은 한 입을 더 베어물었다.)
권 혜성:(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놀란 듯, 커피잔을 내려놓고 앞에 놓인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그냥, 너 먹는 거 보는게 좋아서 그렇지. (그리고 그제야 제 몫의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 그렇다고 무리하진 말고. 알겠지?
이 현:물론이에요.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만 먹을게요. (즐겁게 웃으며, 현은 한 입을 더 물었다. 당신과 있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나도 행복해보이는, 그 미소.) 조교님, 그런데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금이 언제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조교님은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학교로도 돌아가야하고, 하니까.
권 혜성:글쎄. 모르긴 몰라도, 이정도의 폭설이면 학교도 아마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지는 못하게 되었지 않을까 싶은데... (슬쩍, 당신의 눈치를 보았다.) ...걱정돼?
이 현:으음... 그거야, 4학년이니까요... 졸업장은 받아야하는데. (흐리게 웃고서, 현은 당신을 바라보았다.) 하긴 그렇네요. 눈이 이렇게 오는데, 학교가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잠시 잊고 있어야겠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주겠죠? (현은 마지막 한 입까지 삼키고서 포만한 표정을 했다.)
권 혜성:... (남은 한 조각의 샌드위치를 입에 털어 넣으며 침묵했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 입을 다물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러고보니 현이, 네가 벌써 4학년이구나. 시간 참 빠르네.
이 현:맞아요. 4학년. ...와, 벌써 졸업반이네요... 좀 믿기지가 않아요...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지. 조교님은 얼마나 남으셨어요? (당신의 일관된 가라앉은 모습에,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려 애써 밝게 이야기한다.)
권 혜성:대학원이야, 뭐... 졸업요건을 아직 못 채워서 남아있는 건 아니니까. 얼마 남았다고 하는 건 어패가 있으려나...? 현이 네가 졸업하면 나도 졸업해버릴까? (분위기를 띄우려는 당신에 맞춰서 저 역시도 장난스러운 어조로 가볍게 말해본다.)
이 현:하여간, 조교님 담당 교수는 운도 좋아요. 이런 천재가 연구실에 있어주는데. 나같으면 정말 모든 연구비를 조교님한테 가져다 줬을걸. (당신의 목소리, 어조에, 그제서야 풀린 낯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신 걱정을 꽤나 했던 모양이었다.) 이참에 그냥, 학위 받고 바로 독립하면 안 돼요?
권 혜성:...그렇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CC같은 기분을 조금 더 즐기고나면 그렇게 해야겠네. 그 때면, 이제 조교님이 아니게 될 텐데, 뭐라고 불러줄 거야? 그래도 조교님?
이 현:으음... 듣고 싶은 게 있어요? 뭐가 좋을까아... (나른하게 웃다가, 현은 빈 접시를 개수대에 치웠다. 직후 당신의 옆에 다가가, 의자를 빼어 앉는다.) ...혜성... 오빠? (웃는 낯에는 약간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런 호칭조차 처음이라, 떨리는 모양이었다.)
권 혜성:(자신을 칭하는 것이 분명한, 낯선 호칭을 듣고 굳어버린 것 마냥 뻣뻣해진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어 제 얼굴이 붉어지는 걸 간신히 가려본다.) ...왜 남들이 오빠라는 호칭에 환장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물론, 현이, 네가 붙여주는 호칭이라면 뭐든 좋겠지만.
이 현:오빠... 뭔가, 간질간질한, ...호칭이에요... (현은 부끄러운 듯 슬쩍 시선을 내렸다가, 힐긋 다시 당신을 올려다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보였다.) 자주... 그렇게 부를게요... ......조, 아니, 사랑해요, ...혜성 오빠. (현은 그대로 꼭, 혜성을 끌어안았다.)
권 혜성:(얼굴을 가리던 두 손으로 당신을 마주 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랑해, 현아. (당신을 끌어안고 있는 동안, 심장이 아프다고 느껴질 정도로 두근거린다. 질척한 후회와 뒤섞인 사랑은 때로 그에게 아픈 행복을 주곤 했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새 창 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아 시계가 9시를 가리킵니다.
두 사람은 망원경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채비를 합니다.
눈은 여전히 퍼붓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별을 제대로 관측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상하리만치 하늘이 맑습니다.
오로라가 걷힌 남색의 밤하늘에 한가득 수놓아진 별과 은하수에 큰 감동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슴께가 간질거리고, 뺨에 스치우는 차가운 눈송이의 온도가 나쁘지 않습니다.
권 혜성:현아, 이쪽으로 와. (적당히 지대가 높은 곳에 망원경을 설치한다. 당연하지만, 매우 능숙한 모습이다.)
이 현:생각보다도 덜 차가워요. 신기한 일이네요. (당신이 부르는 쪽으로 사뿐 눈을 밟아가며 다가간다.) 오빠 망원경하고 같이 있을 때 엄청 멋있는 거 알아요?
권 혜성:그래? 난 현이 네가 붓을 잡고 있을 때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게 웃음을 지으며 살짝 자리를 비켜 당신이 망원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현:아아, 그러면 자주 붓 잡고 있어야겠다. 오빠한테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으니까. (마주 웃으며, 당신이 비켜준 자리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와,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정말, 그냥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거랑은 또 달라서 좋아요. 이렇게 조그맣게 보이는데, 그 무늬나 모양이 너무 선명해서, 꼭 예쁜 구슬 같거든요.
권 혜성:현이 네 표현을 듣다보면, 역시 예술가의 눈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어.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당신에게 바짝 붙어 귓가에 대고 말을 이어나간다.) 지금은 은하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질러 지나가는 계절이야. 은하수 근처로 보이는게 거문고 자리. 거문고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바로 베가, 그 건너편에 있는게 알타이르. 직녀성과 견우성이야.
이 현:...여기 진짜 북반구예요? 거문고자리, 남반구에서는 안 보이는 별자리잖아요. (물끄러미 망원경 속을 들여다보며, 흩어진 별들을 이어 별자리로 만들어본다. 베가, 알타이르. 혜성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교양으로 하나 더 끼워넣었던 천문학개론 시간에 들었던 별들의 이름이었다. 모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절절한 칠석의 전설이 담긴 별들. 직녀성과 견우성.) 진짜 여름 맞나봐요. 이 공간은 너무... 신기하네요. 거문고자리가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보일 리가 없잖아요.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이 망원경의 렌즈를 통해 보이는 밤하늘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시선이 느껴집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혜성의, 애정이 가득 담긴 익숙한 시선.
이 현:...... 오빠?
당신이 그 일방적인 눈길에 혜성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를 부르자, 혜성은 깜짝 놀라 노골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문득 당신은 혜성과 어제부터 제대로 눈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있더라도, 그가 곧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었죠.
이 현:......
오빠, 나, 예쁘지 않아요? 제대로 봐주지 않을 거예요?
권 혜성:(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예쁘지.
<심리학>판정이 가능합니다.
이 현:
심리학
기준치:50/25/10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옅게 흔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 눈길에 묻어나는 것은 분명 선명한 애정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묻어나는 것은 초조함, 내지는 불안함.
그리고……
당신은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눈동자 한구석에 묻어난 죄책감을 말이죠.
이 현:(......어째서...... 설마 아직도 옛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오빠, 나 이제 정말 괜찮다니까요. 오빠 덕분에 행복해지고 있잖아요. 옛날 일들은... 그냥, 이제 정말 다 괜찮은데... (안타까운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며, 흰 손가락으로 천천히 당신의 뺨을 쓰다듬는다.)
권 혜성:...그런 거 아니야. (하나도 괜찮지 않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담고있었다. 제 뺨을 쓰다듬는 당신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본다. 직후, 갑작스런 기침에 고개를 돌리고 입을 가린다.) ...감기에라도 걸렸나봐. 나온지 얼마 안되긴 했지만, 이 눈 속에 오래 있는 것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으니까. ...슬슬 돌아갈까?
이 현:...몸이 많이 안 좋아요? 어쩜 좋아... 얼른 들어가요. 불도 좀 더 피우고, 이불도 따뜻하게 덮고... 그렇게 있어요. 감기 걸리면 호되게 앓는다구요. 망원경 같이 정리해요. (끝까지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이내 미련 가득한 눈으로 커다란 망원경을 바라본다. 망원경에 닿은 손끝에 찬 금속의 냉기가 번져올랐다.)
권 혜성:잠시만, 내가 금방 정리할게. (처음 망원경을 자리에 설치했을 때 처럼, 능숙하게 그것을 다시 해체하여 정리했다.) ...많이 아쉬워? (조금 망설이다가) 사진이라도 찍을까? 폴라로이드, 챙겨왔는데.
이 현:빨리 찍고 들어갈까요, 그럼? 추운데 무리하면 안 되잖아요. (사르르 녹듯 웃으며, 당신의 옆에 가서 선다.) 근데, 이렇게 찍어도 찍을 수 있을까요? 찍어줄 사람이 없는 건 조금 아쉬운데. 여기서, 밤하늘 배경으로 해서 찍어요. 눈이 새하얘서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권 혜성:딱 붙어서 찍어야 배경까지 예쁘게 나오겠는 걸. (제 옆에 선 당신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고 한 손에는 폴라로이드를 들고 적당히 각도를 맞추었다.) 하나, 둘... (짧게 신호를 주고, 다음 순간 셔터음과 함께 밝은 플래시가 터졌다. 얼마 안 있어서 필름 한 장이 카메라 위로 올라왔다.) 아직은 까맣게 보이지만, 곧 있으면 사진이 보일 거야. ...이제 들어갈까? (정리해둔 망원경을 들어올렸다.)
이 현:좋아요, 이제 들어가요.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걸음을 맞춰 걸으며,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 눈, 눈. 새하얀 설원은 정말 둘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들어가서 불도 더 피우고, 난로 앞에서 몸을 좀 녹여야겠어요.
둘은 집 안으로 돌아가 난로에 불을 지피고, 따뜻한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조금 더 이야기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당신은 어째서인지 전혀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지만,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하는, 익숙한 목소리와 손길에 깊은 잠의 수렁에 빠져듭니다.
......
당신은 익숙한 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권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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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
이 현:......
당신의 옆에 있는 혜성은 전날보다 더 안색이 창백해보입니다.
이 현:(오빠는... 아...)
식은땀도 흘리고 있네요.
이 현:(난로에... 불을 조금 더 지펴야겠는걸. 감기에 걸렸나봐. 열은 없나...?)(이마에 손을 대어본다.)
확실히, 열이 있는 것 같은 온기를 느낍니다.
권 혜성:(서늘해지는 이마를 느끼며 눈꺼풀을 들어올려 당신을 보았다.) ...현아...?
이 현:...오빠, 몸이 많이 안 좋아요? ...잠깐 여기 있어요. 난로에 불을 조금 더 지피고 올게요. 감기 걸린 거죠? (걱정스런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이불을 목까지 당겨 덮어준다.)
권 혜성:(걱정하는 눈빛의 당신을 보고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렇게 심한 건 아니니까, 조금 자고나면 분명 괜찮아질 거야.
이 현:그치만, 어제부터 영 상태가 안 좋아보였단 말이에요. 꿀이 조금 있을까요? 꿀물이라도 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 따뜻하면 좋으니까, 불을 더 올리고... 움직이지 말고 여기 있어요. (호다닥 달려가 난로에 장작을 더 땐다.)
거실로 나와, 장작을 찾아 창고로 들어서려던 탐사자는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맙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사이 얼마나 많은 양의 눈이 쏟아져 내린 걸까요?
쌓이고 쌓인 방대한 양의 눈으로 인해 테라스 바깥의 절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아예 눈 속에 파묻혀버릴 지도 모릅니다.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 현:......아......
......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일단 장작을 마저 때고... 하...)
(장작을 꺼내 난로에 밀어넣고, 불쏘시개로 낱장을 뜯어 쓰던 책을 또 몇 페이지 찢어 불을 지핀다.)
이미 몇 번이나 난로에 불을 떼워본 적이 있는 만큼, 당신은 조금은 능숙해진 손길로 불을 피웠습니다.
이 현:......오빠는 정말 괜찮은 걸까. 영, 몸이 안 좋아보이는데.
(냉장고에 우유가 있나? 있으면 좀 데워서 가져다주고 싶은데...)
당신이 기억하기로, 냉장고에는 우유가 없었습니다.
이 현:...없구나...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 약도... 있을까?
정말 속상해... 밖엔 눈이 이렇게 와서 병원도 갈 수가 없고... 의대 수업이라도 도강을 할 걸 그랬어. 아니면 감기약이라도 챙겨 다닐 걸. 이게 뭐야... 저렇게 힘들어 보이는데 할 수 있는 게 고작 불을 때는 것 뿐이잖아... 나는... 나는...
권 혜성:(당신이 거실로 나가서 들어오지 않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실을 나온다.) ...현아?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조금 쉬어있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않아 보이는 모습에 분명 쉬었지만, 다정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왜 그러고 있어. 이리와. 같이 있자.
이 현:...오빠...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현은 꾹 입술을 깨물고서 당신에게 다가가 당신을 부축한다. 어두운 표정을 애써 밀어내고서, 현은 웃으며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미안해요, 금방 돌아간다는 게. 침실에서 꼭 붙어있어요. 오늘은 바깥은 전혀 나갈 수가 없을 것 같고, ...오빠 상태도 너무 안 좋으니까. 머리 끝까지 이불 덮고, 푹 자요, 우리. (떨리는 목소리였으나, 현은 최대한 밝게 이야기했다. 당신과 함께 침실로 걸어가며, 힐끗 창밖을 돌아본다. 무서울 정도의 폭설....... 정상적인 현상은 절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권 혜성:(당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대번에 눈치챈다.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도, 주위를 살피는 것은 습관같은 것이었으니까. 말없이 자신을 부축해주는 당신을 끌어안고 등을 쓸어준다.) ...괜찮아. (많은 말은 꺼내지 못하고, 오직 괜찮다는 말만 꺼내며 당신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이 현:...눈 감았다 뜨면, 눈은 그쳐있겠죠. 오빠도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면 그 때는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어요. (현은 느리게 웃었다. 그래, 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자. 그렇게 믿자. 어떤 절망과 암흑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아냈던 현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희망은 반드시 그 손에 쥐어질 것이었다.) ...미안해요. 들어가요, 우리. 얼른 자야죠. (현은 당신을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뉘어주었다. 그리고 저는 그 옆에 누워, 당신을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잘자라, 우리 아가... 입술을 타고 자장가의 한 자락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권 혜성:(당신의 옆에 누워, 가만히 당신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다가 자세를 바꾸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다, 괜찮아질거야. ...안녕, 목요일... (말을 꺼내다 말고 잠시 입을 다물었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쉬어버린 목소리임에도 그 속에 담긴 애정이나 다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아직 한낮인데도, 밤새 푹 잠들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삽시간에 잠에 빠져듭니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 혜성의 기침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
조금은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바깥에 매서운 칼바람과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소리가 선명합니다.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정신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네요.
다만 당신의 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어주는 익숙하고 따듯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권 혜성:...곧 아침이 올 거야. 그때까지 조금만 더 자자.
여전히 낮게 잠겨있는 목소리가 적막하게 울려퍼집니다.
<듣기 판정>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당신은 익숙한 밤의 인사를 들었습니다.
어쩐지 오래간 잠들어있던 것 같은데도 당신은 뿌리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마법처럼요.
......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탐사자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푹 잠들었던 탓일까요?
온몸이 개운합니다.
손끝에는 부드러운 극세사 카펫트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떨어져내리는, 예의 그 녹빛 오로라.
천장 위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기 시작해 넘실대는 오로라와 하늘이 천천히 가리워지며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눈 한 줌에 하늘이 한 줌씩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천장에 띠 모양으로 둘러져있는 군청색의 황도12궁은 푸르게 빛나고 있네요.
이곳은 아무래도 2층인 것 같습니다.
"잘 잤어?" 하는 혜성의 목소리에 몽롱하던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이 현:...아... 오빠도 잘 잤어요...?
...언제 2층으로 온 거예요? ...몸도 안 좋으면서.
권 혜성:현이, 네 덕분에 이제 괜찮아졌어.
눈이 쌓이면 쌓일수록 오로라는 퍼즐의 한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되고, 한두줄기 씩 맞물려 반사되던 빛들도 차츰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곧 어둠에 잠식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 혜성:...꼭 버진로드 같네. (작게 속삭인다.)
이 현:......그러게요......
권 혜성:(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흰 눈보다 더 희게 부서지는 은색의 머리카락과 어떤 별빛보다도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보랏빛의 눈동자. 천창을 통해, 이제는 가느다랗게 들어오는 흰 빛을 받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참으로 예뻐서, 또 다시 복잡한 표정이 되어버리고야 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그런 표정이.)
이 현:......(자신을 곧게 바라보고 있는 푸른 두 눈과 눈을 맞춘다. 몇 번을 보아도, 당신의 모습은 제게 과분할 정도로 멋있었다. 현은, 느리게 당신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숨과 함께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웃어보였다.) ...결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한 적은 없었어요. 엄마랑 아빠랑... 그렇게 되었었으니까. 그치만 오빠를 만나고부터는...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오빠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꿈은 아니죠? 무언가...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내게 설명할 수 없던 것들이. ...곧 우리는 저 눈에 파묻히게 되나요? 저토록 어둠으로 가득한 세계에 둘만 남겨지게 되나요? (현은 손을 뻗어, 찬찬히 혜성의 뺨과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오빠, 그러면 우리 여기서 결혼할까요. 부케도, 반지도, 주례도 없지만, 여기서 결혼할까요. 입맞춤으로 언약을 하고 함께 마지막을 보는 걸로 죽을 때까지 사랑하자 약속할까요.
권 혜성:(당신의 말에, 결국 당신을 바라보단 시선을 거두고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곧, 천장은 완전히 눈으로 뒤덮여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실내가 완전한 어둠으로 가라앉기 전에, 어쩌면 당신은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시각이 사라지니, 서로의 숨소리만이 적막하게 허공을 갈랐고, 그 틈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려왔다.) ...현아. (당신을 부르고, 망설이는 것인지 아니면 떨고 있는 것인지,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같이 죽을까?
이 현:......오빠. (손끝을 더듬어, 현은 당신을 끌어안았다. 말없이 그 품에 고개를 기대었다. 왜인지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만 같아서, 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이구나, 정말로 우리는, 죽음의 바로 앞에 있구나. 어떤 절망 앞에서도, 어떤 암흑 앞에서도 늘 찾아내었던 희망이, 보이질 않는 것 같아서....... 현은, 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더 꽉 끌어안았다.) 같이... 죽을까요. 같이, 암흑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마지막을 볼까요. ......내 마지막은 오빠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같이 있어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같이 있다가, 그렇게 같이 눈을 감아요. 더이상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때 같이 눈을 감아요.
권 혜성:...속여서 미안해. (사정없이 떨리는 목소리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괴로움에, 눈물에 잔뜩 일그러졌을 그의 표정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죄책감은, 당신의 말에 대답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그저 당신에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만을 잔뜩 안겨주었다.) 너를, 속여서 미안해... 이곳은 멸망해가는 세계야. 우리는...수요일이 되면 죽을 거야. 나는... (단어 하나 하나를 꺼낼 때마다, 눈물이 흘러 울컥거리는 탓에 말의 꽅맺음이 모두 고르지 않고 들쑥날쑥했다.) 나는, 내 이기심으로... 너를 힘들게 만들고 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그러니..., 그러니 수요일이 되기 전에... (뒷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이마 위로 짧게 입을 맞춘다.)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그의 말을 끝으로 익숙한 졸음이 몰려옵니다.
……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어느정도나 흐르는 지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립니다.
눈 속에 잠겨들어 이내 먹먹히 침몰되고 마는 소리는 찰나였나요.
입술을 벌려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눈꺼풀을 들어올려보지만 시야에 차는 것은 삭막한 어둠 뿐입니다.
냉기에 온 몸이 얼어붙듯 끔찍한 맹추위가 지속되다가도, 피부를 녹여낼듯 살인적인 더위가 정신을 덮칩니다.
그런 이변 속에서도 이상하게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 손끝을 쥐는 다정하고도 차가운 모순적인 체온탓이겠지요.
어쩐지 익숙한 감각입니다.
......
당신은 꿈을 꿉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누군가의 손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토해내는 사람의 뒷모습은
당신의 소중한 사람인 혜성입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저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가까스로 한걸음 두걸음 다가선 당신은, 관 속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에 숨을 멈춥니다.
그곳에 누워있는 것은, 이 현.
당신입니다.
<아이디어 판정>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3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이 모든 장면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는 이 현, 당신의 기억이 아닙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아닙니다.
그런 확신이 듭니다.
아찔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 순간 장면이 전환되어있습니다.
행복하고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밤하늘 아래, 함께 있는 두 인영을 그려낸 아름다운 유화를 앞에 두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그들은 아주 행복해보입니다.
아니, 행복합니다.
이것은 오롯이 당신만이 느낄 수 있던 감정입니다.
그 두 사람은 분명 혜성과 당신이었으니까요.
......
다시 한 번 화면이 반전됩니다.
혼수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있는 당신의 손을 잡고 울고있는 혜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디어 판정>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 장면은...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장면입니다.
이는 이 현, 당신의 기억이 맞습니다.
그런 확신이 듭니다.
알 수 없는 꿈을 꾼 당신은 기묘해지는 감각에 소름이 돋습니다. SANc 1/1D3.
이 현:
SAN Roll
기준치:89/44/17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1 감소>
<듣기 판정>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아주 익숙한 어둠 속에서 눈을 떠올립니다.
어쩐지 밤은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과 함께 손을 뻗으면, 팔이 채 다 펴지기도 전에 두꺼운 벽 같은 천장에 가로막힙니다.
손끝에 감기는 것은 나뭇결이네요.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 같습니다.
이 현:......
(이거......)
(천장을 밀어본다.)
별다른 무리 없이 천장은 너무도 쉽게 열립니다.
철퍽, 덜컹.
둔탁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장대비가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목격한 것은,
어둠을 어둠으로 덧칠한 듯 회색으로 물들여진 하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정처 없이 빗물이 퍼부어지고 있습니다.
춥다거나 서늘하다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플 만큼 억세게 쏟아지는 비를 맨몸으로 맞고 있는데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춥지도 않습니다.
하다못해 축축하고 불쾌하다는 감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이 현:(또다시...... 똑같아......)
스스로의 낯선 상태에 무언가 어긋났다는 강한 확신이 듭니다. SANc 0/1.
이 현:
SAN Roll
기준치:88/44/17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방금까지 스스로가 누워있던 '공간'을 내려다봅니다.
관, 입니다.
이 현:(눈이, 비로 바뀐 것.)
(그것 말고는 전부...)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자신이 깨어난 관이 꿈 속에서 보았던 관의 형태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 자신'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아닌 '내'가 누워있던 그 관.
관 주변에는 비를 머금어 시들어가고있는 새하얀 국화와 백합 무더기가 깔려있고,
그 옆으로 정처 없이 비를 맞으며 누워있는 혜성이 보입니다.
이 현:......
(이마저도... 똑같아...)
오빠, 일어나봐요. 계속 비맞으면, 또 감기걸려요.
(혜성을 가볍게 흔들어 깨워본다.)
당신이 혜성을 깨우려 손을 뻗는 순간, 혹은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당신은 깨질 것만 같은 격한 두통을 느끼게 됩니다.
이 현:......!
아니, 두통이라기보단 정신 그 자체가 천갈래 만갈래로 찢겨 나눠지는 듯한 환각에 가깝습니다.
맞은 편에 보이는 익숙한 목재 주택.
빗물에 잠겨들어가는 세계.
이 현:아........
잠에서 깨어난 혜성이 놀란 눈으로 다급히 당신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는 감각과 함께 눈 앞이 암전됩니다.
당신을 끌어안은 그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신을 완전히 잃기 직전 무의식적에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 단어의 나열이 있었습니다.
아, 목요일이로구나.
……
어쩐지 적막한 슬픔 속에서 정신을 차립니다.
당신은 늦은 새벽, 텅 빈 영화관에 앉아있습니다.
좌석은 한가운데로, 당신이 눈을 뜨는 동시에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조금은 긴 시간동안 한 편의 영화가 이어집니다.
제목은,
'Last Thursdayism-라스트 써스데이즘'
수요일마다 세계가 멸망하고 목요일마다 재창조된다는 음모론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로,
하나의 안드로이드와, 지구에 마지막 남은 하나의 인간이 그 속에서 죽음과 삶을 반복하여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오직 서로에게 의지하면서요.
영화 속의 세상은 끊임없이 절멸과 재창조를 반복합니다.
세계는 때로 느닷없는 빙하기에 접어들며 꽝꽝 얼어 망하거나,
운석이 낙하하여 불타 사라지거나,
끊임없이 내리는 비로 잠겨 멸망하거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인간형의 안드로이드가 하루하루 눈에 띄게 정신이 피폐해져 갑니다.
이를 보다 못한 인간은 세계 절멸 직전에 안드로이드의 기억센서와 감각센서를 끌 수시수 있는 수단을 고안해냅니다.
다행히도, 마지막 남은 인간은 상당히 머리가 좋았으니까요.
방식은 밤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안녕, 내일 다시 만나자.' 하고 속삭이면, 안드로이드는 잠에 빠졌습니다.
인간이 '안녕,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를 속삭이면 감각센서와 기억센서가 off상태로 내려가서
깊은 잠에 빠져든 안드로이드는 세계가 멸망한 뒤에 재창조되는 목요일에 깨어났습니다.
그렇게 안드로이드는 더이상 절멸해가는 땅에서의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 세계가 수요일마다 멸망하고 목요일마다 탄생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재앙의 땅에서 고통받고 기억하는 것은 모두 한 명의 인간,
홀로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안드로이드의 기억과 감각 센서를 담당하는 부품이 오류를 일으키고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 둘 다시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눈치챌 수 있습니다.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누군가의 기억'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기억은…
바로 당신의 것입니다.
떠오릅니다.
폭설에 파묻혀 죽어가던 저번주의 일들이.
전염병이 창궐해 죽어가던 저저번주의 일들이.
싱크홀로 무너져 죽어가던 3주 전의 일들이…
몇 가지 기억을 떠올린 당신은 믿을 수 없는 꿈 속 내용에 SANc 1/1d3.
이 현:
SAN Roll
기준치:88/44/17
굴림:1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성 1 감소>
기억 속에서 또 한 번 정신이 수몰됩니다.
스크린에서는 나지막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네요.
"안녕, 현아 목요일에 다시 만나자."
……
군데군데 찢겨져나간 기억들과 침수될 것 같은 빗소리에 정신이 맞붙습니다.
당신은 침대 위에 누워있습니다.
그 옆에서 당신의 손을 쥐고 있는 혜성의 얼굴에는 역광이 져있네요.
하여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혜성은 천천히 입술을 엽니다.
안녕, 하고.
<아이디어 판정>
이 현:
지능
기준치:90/45/18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순간적으로 그의 인사를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차오릅니다.
이 현:...안 돼요, 더 말하지 말아요. 그 뒤를 더 말하지 말아요. (현은, 절박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를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다. 감은 두 눈에서 뚝, 뚝,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권 혜성:(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매우 놀라 당신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당신의 뺨을 타고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제야, 아, 그렇구나, 전부 기억해내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전부 다 기억해냈구나. 그렇지...?

이 현:저번 주에도, 그 전 주에도, 그 전전 주에도... 우리 같이 있었잖아요. 계속, 계속... (눈물이 쉬이 그치질 않았다. 그 모든 걸, 당신 혼자서 감내했다는 생각에,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고, 또, 그조차 버티지 못해 당신에게 그 모든 걸 홀로 버티도록 했다는 게 너무 괴로워서,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왜, 왜 전부 혼자……. 왜…….

권 혜성:...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입을 벙긋거렸다가 입을 다물고 한참이나 침묵했다. 얼굴 위로는 괴로움이나 죄책감, 슬픔 같은 것이 뒤섞여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지어냈고, 가슴이 아파와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을 즈음에 흐르기 시작한 눈물에 고개를 더 들지 못하고 손바닥에 파묻었다. 기나긴 침묵 끝에,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을 들고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현아, 너는... 죽었어. 죽어버렸단 말이야. (말을 꺼낸 직후, 찾아오는 강렬한 현실감이 심장을 관통한 것처럼 아프다.) 오늘처럼 비가 오던 날에... 내 품에서, 그렇게, 죽어버렸단 말이야... (쏟아지는 눈물 탓인지, 저릿한 심장 때문인지, 호흡이 가빠진다. 기억을 잃고 있었던 자신, 제 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너, 쏟아지는 빗속에서 처음보는 너와 재회하여 보냈던, 단 3일간의... 아름답고, 축축했던 시간들.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 우리의 이야기도 모두 끝났다는 것처럼 숨을 멈추어버린 너, 차갑게 식어가던 품 속의 온기. 하나하나, 잊지 못해 기억하고 있던 그날의 장면과 감각을 되새기며 후회와 슬픔, 그리움에 젖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 현:……네……? (멍하니,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황망한 물음을 뱉는다. 죽었다고? ……죽었다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이렇게, 내 눈 앞에 당신이 선연한데, 내가 죽었다고? 엉망으로 엉킨 머릿속에서, 비를 맞으며 당신을 마주했던 그 날이 문득 떠올랐다. 당신의 곁에 있는 것이 두려워 홀로 도망갔던 날. 당신의 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고 싶어서 정처없이 빗길을 걸었던 날. 아, 나를, ……나를 사랑하지 않던 당신에게, 나를 기억하지 못하던 당신에게, 우리의 관계에 대해 거짓을 말하던 그 때에. 현은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감기는 눈 사이로, 당신을 보았던 것 같았다. 그 때에, 무엇을 생각했더라. 당신의 품이어서 괜찮다고 생각했나. ……이리도 목숨을 깎아 붓칠을 해댄다면, 필시 단명할 거라고 생각해, 죽는 것은 아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리 당신을 두고 가면, 남은 당신은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릴까봐, 그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현은 멍하니 당신의 발등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올려, 천천히, 당신의 얼굴까지 시선을 옮겼다. 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조교님, 나는, 우리는, ……대체 무엇이에요? 대체, ……무엇…… 무엇이란 말이에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 눈동자에 나를 담게 될 거예요. 선언하듯 뱉었던 말들이 모래사장 위 모래알처럼, 쓸려내려갔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 확신했다.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될 일은 없을 거라고, 그리 확신했다. 그러니 당신이 나를 찾을 일도, 나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할 일도……. 하지만 결국 그 밤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눈을 감기 직전 했던 생각보다 더 큰 파멸을 몰고 당신에게 닥쳤던 모양이었다.)

권 혜성:(혼란스러워 보이는 당신의 물음에 차분하게, 체념한 목소리로, 그러나 가쁜 숨을 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나와는 다른 평행세계에서 왔어. 아마 네가 아는 나는, 너의 죽음을 꿈 속에서의 일로 여겼겠지. (그의 표정에는 헤아릴 수 없는 참담함이 서렸다. 왜, 어째서 그에게만 너의 죽음이 꿈 속의 일이 되었을까. 왜 내게는 너의 죽음이 현실이 되었는가. 왜, 그에게는 후회를 만회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에게는 끝없는 후회만을 남겼는가. 끔찍한 시기와 분노, 후회와 죄책감이 한 곳에 모여 비참함을 이루었다.) ...현아, 네가 죽고 나는 어떤 기묘한 이와 계약을 했어. 매 주 멸망을 반복하는 세계에서, 너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와 함께,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100주를 살아남는 것. 그렇게 100번의 멸망에서 살아남으면, 너를 내게 되돌려주겠다고 했어. 너의 죽음을, 모두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너를 되살려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평행세계의 너를, 너의 정신만을 가져와 안드로이드에 심은 거야. ......원래 네가 살던 세계에서의 너는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있어. 정신을 분리시켜 이곳에 두었으니까... (아, 나는 나의 현을 되살리기 위해, 다른 세계에 있던 너를 이곳에 불러왔다. 이기적이고 추악한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에 잠겨 죽어버릴 것만 같다.) 미안해..., 미안해, 현아. 다 나의 잘못이야... 나는 또, 또다시 후회할 일을 저질러버린 거야. 너는 멸망이 반복될수록 힘들어했고, 그걸 보는 것은 끔찍하게 힘들었어. 매주, 네가 죽어버리는 것만 같았어. 미안해, 미안해, 현아. (망가져버린 것처럼,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말들 뿐입니다.
드디어 이 모든 진상을 듣게 된 이 현,
SANc 1d4/1d6+1
이 현:
SAN Roll
기준치:87/43/17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rolling 1d4
(
4
)
=
4
<이성 4 감소>
이 현:……조교님……. (현은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 얼마나, 힘들었어요……. (현은, 애써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리는 다리로 천천히 당신에게 더 다가간다. 현은 당신을 끌어안았다. 그 품에 고개를 묻고서, 말없이 오래도록 당신의 등을 토닥였다. 나의 사랑하는 조교님, 나의 사랑하는 희망. 그렇게 자신을 보내버린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다가, 기어이 기이와 손을 잡아버린, 나의 심약한 혜성. 현은 고개를 들어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는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더 견디고자 했을 것이다. 더 버티고자 했을 것이다. 나를 사랑했으므로, 나를 그리워했으므로. 그것이 필시 자신의 정신을 깎아먹고, 종국엔 죄책감에 무너져내리게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했을 것이다. 한없이 당신이 안타까웠다. 한없이 당신이 안쓰러웠고, 그래서, 서글펐다.) ……그렇다면, 내게 이 모든 걸 알려주어버려, 더 이상 오빠는 그 세계의 나를 만날 수 없게 되는 건가요?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건가요? (느리게 깜빡이는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방울져 흘렀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참으로 올곧았다. 당신이 기억하는, 이 현, 절망을 먹고 피어나는 꽃,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굳게 희망을 믿는 화가, 그의 모습이었다.) 절박했던 거죠. 그만큼이나 내가 그리웠던 거죠. 그래서 자신을 죽이게 되는 일인 걸 알면서도, 그 썩어버린 동아줄을 붙들고야 말았던 거죠. (현은, 슬프게도 웃으며, 당신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100주의 시간, 얼마나 더 남았어요, 오빠? 이곳에서의 오빠도, 내가 사랑하는 오빠잖아요. 기억을 더 끊지 않아도 괜찮아요. 홀로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도 함께 견디게 해줘요. 내가, 말했잖아요……. 그 버진 로드같은 카펫 위에서, 말했잖아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리가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순간까지, 함께 있자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사랑하자고. (다시 뚝,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그것은 분명 제게도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었다. 당신이 애써 안배한 것을 제 발로 걷어차는 일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그조차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젠 얻을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여기서 당신을 데리고 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권 혜성:(당신의 말 한마디, 위로 한 줌, 작은 온기, 입맞춤, 애정 하나 하나가 모두 죄책감이 되어 심장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는 당신의 애정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제게 존재하는 것은 모두 당신을 아프게했던 기억, 당신의 절망이었던 기억이었다. 고장난 것 처럼, 미안하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던 그가, 당신의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을 비밀로하는 것이, 계약의 조건이었으니까. 네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너를 속여서, 미안해. (처음 몇 주간은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너를 보며 눈치껏 행동을 맞추었다. 너는 얼마전, 너의 혜성과 300일이 되었다고 했다. 300일 선물로 주었다는 그림을 이야기하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본 순간, 극심한 후회가 밀려왔었다. 제 이기를 위해 너의 행복을 빼았아버렸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웠는지,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하고 너를 속여야만 한다는 것이, 그래야만 나의 현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끔찍하게도 원망스러웠다. 가쁜 호흡에,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이제는 쉬어버려 거칠어졌다.)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현아. 너의 세계로, 돌아가야지. ...이미 50주가 흘렀어.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다고. 너는, 네 세계의 너는 그렇게... 혼수상태로, 1년을 보내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너를 이곳에 붙들어 둘 수가 있겠어. (흔들리는 눈, 떨리는 목소리, 조금도 진정하지 못한 채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당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더욱 크게 떨었다.) ...네 세계의 내가, 너의 혜성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에게 돌아가야지. 현아. (귓가를 울리는 빗소리가 선명하게 울려서 웅웅거리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낀다. 멈추지 않는 눈물에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도 너를 담아내며, 손에 힘을 주고 말아쥐었다.)

이 현:(현은, 당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더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는 결코 당신을 동정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여전히 제 마음 한 구석은 숨겨둔 채로 이야기하는 당신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정말로, 그걸 바라요? 정말로, 내가 돌아가길 바라요? 내가 없는 1년을, 홀로 버티길 바라요? ……오빠가 나를 마지막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그냥 보내길 바라요? (그곳의 당신은, 울고 있을 것이다. 울다가 지쳤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옆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을 것이었다. 언젠가는 깨어날 자신을, 언젠가는 제게 돌아올 자신을……. 그러나 이곳, 제 눈 앞의 당신은 어떻단 말인가. 이미 저를 잃고서, 그 지독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여 저를 되찾을 기회마저 잃고서, 이제는 1년의 시간이 더 허락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보내겠다는 당신은, 어떻단 말인가. 현은, 도저히 그것만큼은 견딜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홀로 죽어가는 것도, 그러고서도 돌아가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자신이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도. ……당신은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에서 살아간 사람. 그러나 그곳의 나는 나와 같이 당신에게 사랑에 빠졌다. 그것은, 어떤 세계에서든 당신은, 똑같이 나의 희망이라는 이야기. 그 본질은 변함없이 나의 사랑이라는 이야기. 되레 더 지독한 형벌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더, 이곳에 함께 있게 해줘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오빠의 곁을 지키도록 해줘요. 부디 그렇게 해줘요. (현은, 손을 뻗어, 꽉 말아쥔 당신의 손을 쥐었다.) 그리고서 그 기억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주세요. 부디, 건강하게,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가주세요. 그게 내가 바라는 거였을 거예요. 그게, 내가 바라는 거예요. 나는, ……나는, 처음 오빠를 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오빠를 사랑해보지 않은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 오빠가 행복하지 않길 바란 적이 없어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옆이라도 좋으니까, 그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딱 1년만, 딱 남은 50주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곁에 있게 해줘요. 매일 아침의 해와, 황혼과, 세계의 종말까지 모두 함께 볼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오빠가 떠나는 그 순간에, 나도 떠날 수 있게 해줘요.

권 혜성:아, 아아... (파르르,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당신의 어깨를 꽉 붙들어쥐고, 그 품에 고개를 묻고, 매달리 듯, 마지막 남은 한 줄의 실을 붙잡고 매달려 버티 듯, 울음을 토해냈다.) 나는, 나는,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너와 함께하고 싶어... 단 하루라도, 단 한 순간, 단 1초라도 더 오래, 너와 함께있고 싶어...! (후회와 자괴감, 죄책감, 슬픔, 그 모든 감정 뒤에서 꺼내지 못했던 진심을 토해내며 당신을 붙들었다. 비명처럼 토해낸 진심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허공을 울렸다.) ...사랑해. 사랑해, 현아. 나와 함께 해줘. 내게 너의 1년을 내어줘. 남은 평생을 그리고 살아갈, 1년을 내어줘. (흐느낌이 되어버린 비명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제 세계에서의 현을 정말로 잃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됨에,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는 것에, 더 깊은 곳으로, 슬픔이 내려앉았다. 사랑해, 현아. 사랑해, 사랑해. 이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그 말을, 눈 앞의 너이자 네가 아닌 이에게 털어놓으며, 조금의 위안과 수많은 후회에 잠긴다. 그러나, 그렇기에 후회는 내가 너를 되새길 수 있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랑해, 현아.

이 현:사랑해요, ……사랑해요, 혜성 오빠. 정말로 오래 사랑했어요. 정말로, 정말로 많이……. 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언제나, 오빠의 곁에서, 행복했어요. 나, ……나, 그 때도,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서, 그래서 너무 행복해서……, 더 사랑받기 위해 뭐든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도망쳤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아마 당신은 듣지 못했을, 그 모든 이야기를, 입밖으로 밀어낸다.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래서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이 자신의 행복이 되었기 때문에, 기어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현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음에 뒤섞인 숨을 내뱉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단 찰나라도. 그 절박함이 깊이 와 닿았다. 차라리 죽길 바랐던 순간에 나는 당신 덕에 살았고, ……그곳의 나는, 더 살길 바랐던 순간에 죽어버렸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은 부디 행복해. 내가 바랐던 것처럼, 내가 그렸던 것처럼, 부디 혜성처럼 반짝이며 살아가.) 이젠 도망치지 않을 게요. 곁에 남아있을게요. 그러니 오빠도 절대 도망치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나와 함께 있는다고 약속해요. 매일 사랑한다고, 매일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겠다고 약속해요. 하고 싶었던 것도, 보고 싶었던 것도, 듣고 싶었던 것도 전부, 나한테 말해주기로 약속해요. 그렇게 해서 1년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더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때까지 지내다가, 그 때 안녕, 하고, 인사하기로 약속해요.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 나, 그 말이 정말 하고 싶었을 거예요. 몇 번을 말해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다고…….
권 혜성:약속할게, 약속, 할게.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고, 너와 함께 있겠다고... 그래서, 매일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할게. (정말로 사랑해요, 그 말이 정말 하고 싶었을 것이에요, 그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 말하던 너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그리 말하며 웃어보였던 네가 떠올랐기에, 수 많은 시간이 지나도 너를 잊지 못할 것임을 확신했기에, 그래서 가슴이 아려왔다. 너와 함께 죽고자 했던 나는, 이제 너의 죽음과 함께 살기로 했다.) ...나도, 널 사랑해, 현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널 사랑할 거야. (차가운 입술을 맞대고, 숨을 나누었다. 쏟아지는 빗물과, 눈물, 후회와 절망, 동시에 한없는 사랑이 섞인 키스였다.)
그 후로도 몇 번의 멸망이 반복되었습니다.
수십 번을 죽고, 또 수십 번을 살아나는 숨막히게 끔찍한 악몽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되풀이하면서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
어느 순간, 기계음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따듯하다.
희미한 정신 속에 떠오른 막연하고도 생경한 감각.
당신은 문득 손끝에 느껴지는 따듯하고도 익숙한 체온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답답합에 입가를 매만지면…
뒤집어쓰고 있던 산소 호흡기가 손끝에 걸리네요.
반대쪽 손은 여전히 따듯해서, 당신은 당신의 손을 잡고있는 사람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당신이 사랑하는 혜성이 앉아있습니다.
피부는 거칠어져 있지만,
피로함에 입술은 터지고 쓸려있지만.
몹시 지친 안색이지만,
확실히. 당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혜성의 모습입니다.
복도 건너편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오는 듯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보내온 시간들. 함께 맞이했던 100번의 잊지 못할 순간들.
100번의 멸망을 맞이한 뒤 당신은 당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그 마지막에는, 분명...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었겠죠.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습니다.
문득, 당신은 품 속에 종이 한 장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사진, 이네요.
아, 그 날의 사진 입니다.

새하얀, 세계의 종말을 가져올 눈이 내렸던 그 주에, 쏟아지는 별을 뒤로하고 찍었던 그 사진이요.

사진 속 둘은 웃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나른한 잠기운에, 당신은 당신의 손을 쥐고 있는, 아직 잠들어있는 혜성에게 작게 속삭였습니다.
'잘자요, 내일 다시 만나요.'
......
Last Thursdayism
END1. [잘 자, 내일 다시 만나자.]
<탐사자 생환, KPC 생환.>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