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C 7th ::
:: KP - 비슬 ::
:: KPC - 진 블로우 ::
:: PC - 하일란 바디예브나 에네스 ::
:: 플레이 일자 - 2020.07.03.금 ::
:: 플레이 타임 - 약 12시간 ::
당신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지하여 눈치채지 못했을 뿐 실은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 그 날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오전이었음이라고.
그러니까… 환기를 위해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 너머로,
통상 '여름 냄새'로 취급되곤 하는 오존 냄새가 조금 짙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요.
음 악 실 의 유 령
W. 서라
KP 비슬
KPC 진 블로우
PC 하일란 바디예브나 에네스
.
.
.
삐이이이익.
코드를 꽂아두었던 유리 티포트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틀어두었던 뉴스의 주제가 전환된 것은 그때였습니다.
당신이 색색의 꽃잎과 블렌딩된 찻잎을 차망에 담고,
스콘과 잼을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두고,
홍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 TV 속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거실을 맴돕니다.
한 달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따로 다루기 위해 새로 편성된 채널이네요.

(물끄러미 TV를 바라보면서, 스콘에 잼을 바른다)
(전염성 질병에 대한 내용은, 어떤 내용이지?)
화면 속 아나운서의 표정은 아침의 평화와 맞지 않게 짐짓 심각합니다.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TV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문득 TV의 볼륨을 낮춰두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행운 또는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소파 팔걸이 아래 나동그라져 있는 리모콘을 발견했습니다.

어휴, 제자리에 안 두고.
(리모컨으로 TV의 볼륨을 키운다)
한 달 전 A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DNA나 RNA등의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입자가 오존 분자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입자를 과연 바이러스 입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동물에게서 동물에게로, 곤충 내지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병이 아니므로 전염병이라 칭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중에 있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 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고열을 앓게 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긴, 독감에 걸리면... 열도 나고 면역력도 더 떨어지긴 한다만...
애초에 유전체도 막도 없는 존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아니잖아?
하여간... 이상한 일 투성이야
(찻잎을 걸러내어 잔에 따르고, 잼을 바른 스콘을 한 입 베어문다)
심각한 모습의 기자를 비추던 화면은 금방 넘어가 오늘의 날씨를 간단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기온은 26℃에 미세먼지 수치 11㎍/㎥으로 오존지수가 다른 날보다 조금 높기는 하지만 대체로 아주 맑고 화창한 하루가 될 것입니다.

신경쓰이잖아...
아. 그러고보니 몇 시지?
아, 그래요. 안그래도 슬슬 등교해야할 시간입니다.

(왔다갔다 하면서... 차와 스콘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대강 한다)
가방이야, 어제 준비해둔대로 가면 되니까. 음, 맞아. 교복 입어야지.
(교복을 단정히 챙겨입고 마지막 한 입 남은 스콘을 입에 넣고 삼킨다) 양치하고... 시간 아직 괜찮나?
너무 여유를 부린게 아닐까요? 지금 당장 집을 나서도 아슬아슬할 것 같습니다.

지금 출발해요!
평소처럼 아버지의 차를 타면, 창 밖으로 평화로운 등굣길 풍경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잠깐, 그러고보니 뭔가 놓고오진 않았나요?

(...뭘... 놓고왔지? 교복 챙겼고 가방 챙겼고 정신머리도 챙겼는데...)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불길한 마음에 고개를 내려 교복 상태를 점검합니다.
아니나다를까, 명찰이 없네요.

(아빠 나 명찰 두고 왔어... 하고 말하면 당장 차 돌려서 명찰 가지러 가겠지...)
(어떡하지... 그럼 지각일 건데...)
명찰과 지각,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겠네요.

(하루쯤 명찰 안 차지 뭐..._
에네스가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렸을 때쯤일까요?
무심코 틀어둔 라디오에서 오페라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아빠 취향... 변함없군)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두고온 명찰때문에 조금 착잡해졌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왜일까요? 음악을 그만두었다곤 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SANc 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진짜 기분 완전 별론데...)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적개심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교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헐레벌떡 뛰어서 교문을 통과하고 있네요.

아빠, 나 아무래도 지각인 것 같아! 먼저 가볼게요!
(급하게 차에서 내려 교문까지 뛰어간다)
교문에서부터 얼마나 뛰었을까요?
급하게 교실문을 열어젖히고 교실로 들어서면, 이제 막 출석을 부르려는 듯한 분위기 입니다.



어라? 키리 선생님?

잠깐만요. 키리 선생님은 C반의 담임이 아니었던가요?
여기는..A반인데?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뭔...뭔데...
(옆자리 친구 건드려본다) 저기...
키리쌤... C반 담임쌤 아니었어...?
학생A: 아, 늦게와서 못들었구나?
오늘부터 C반이랑 합반 수업 한대.
그래서 아침부터 책걸상 옮기고 난리도 아니었어.

학생A: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지각이나 할 걸...



(얌전히 앞을 보고 앉는다)
옆자리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처음보는 애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C반 애들이겠죠?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아까부터 얼굴 언저리가 따갑습니다.
이건 마치, 누군가 이 자리를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휙휙 돌려봐도 짚이는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하품을 하고 있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조례 풍경이네요.

갑작스럽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선생님은 말을 마치고 교실 앞문으로 나갔습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책... 책 어디있지...)
책상 사물함에 손을 넣어보니 교과서가 잡힙니다.

자리배치가 바뀌었는데도 본인 책상을 잘 찾아 앉은 모양이네요.

어휴, 다행이다.
종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학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고 지루하고 따분한, 평소와 같은 수업이 이어집니다.

(변함없는 학교생활~)
수학 시간 이후에도 이어지는 다른 수업들을 지루하게 듣고 있으면, 학교생활의 꽃인 점심시간이 됩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학생A: 오늘 점심 닭강정이랬어(소곤소곤)

그리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재빠르게 달려가 급식을 받는다!)
빠르게 급식실로 달려간 당신은 운좋게도 1등으로 급식을 받는 영광을 차지합니다.

결석생이 많은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급식실 안은 평소보다 학생이 적어보입니다.

......
애들이 적긴 하네...
이쯤되면 근데 온라인으로 돌려야하는 거 아니야? ...
(뇸...)
(아무튼... 급식을 마저 먹는다. 오늘 급식은 맛있는 것 같다...)

급식을 먹고, 양치도 하고, 점심의 여유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은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5교시 뭐지...? 이동수업 아니면 좋겠는데...)
그런 당신의 바람을 무시하듯, 칠판에는...
5교시 음악이래! 교과서 챙기고 음악실로 가~

라고 적혀있네요

(교과서와 필통을 챙긴다...)
...
(음악...)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상 사물함에서 꺼낸 음악 교과서는 어쩐지 사용감이 낯익지 못합니다.

내 거 맞아 이거..?
그것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 책 모서리에는 낯선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누구 거지.. ?)
정갈한 글씨체로 '3학년 C반 진 블로우'라고 적혀있네요.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러운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이거 주인.. 주인 찾아줘야되는데...
아니 내 교과서는 어디있어...?
...
(한숨 쉬고)
에네스의 음악교과서가 어디있는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네요.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결석생인가?
......
사실 교실에 남아있는게 에네스 뿐이기도 하고요.

(흥 하고는 진의 교과서와 필통을 챙겨 음악실로 간다)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도록 합시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어휴...
여름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악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멍하니 걸음을 멈춘다)
끊길 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업으로 사용되는 음악실 바로 옆에 있는, 악기를 보관해두는 제2음악실 입니다.

(수업시간... 얼마 안 남았지만...)
(그래도.)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누구일까.
(제 2 음악실에는 창문이 있나? 안쪽을 보고 싶은데...)
당신이 복도쪽 창문으로 안쪽을 들여다 보려는 순간,

(소리가 끊겼어...)
맞은 편 복도에서 선생님이 큰소리로 수업 시작한다며 외치면서 오고 계십니다.

네에, 들어갈게요!
(물끄러미 한 번 더 제 2 음악실의 문을 보다가 한숨과 함께 걸음을 옮긴다)
......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음악실로 들어옵니다.

학생A: 아까 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학생B: 그러게?
그거 아냐? 이 학교 제2음악실에 귀신이 나온대

학생A: 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학생B: 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제2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 나는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학생B: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학생A: 아,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
학생B: 아 진짜라니까?

이윽고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톡톡. 누군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그쪽을 돌아본다)
고개를 돌려보면, 처음보는 학생이 교과서를 들고 서있습니다.
나른한 오후의 햇빛에 푸른 빛으로 비산하는 검은 머리카락, 이 계절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두 눈이 선하게 반달로 휘어지며 웃어 보입니다.



그는 책 한 권을 당신에게 건넵니다.

굳이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참, 책이 바뀌어서 당황했지 뭐야. 너도 놀랐지?
(부드럽게 웃으며 당신이 건넨 책을 받아들고 제가 들고온 책을 건네준다)




아, 그래서 오늘 수업 시간엔 뭐 한대...? 얘기 들은 거 있어?

그와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헛헛한 당신의 셔츠 옷감을 떠올립니다.
그래요. 당신은 오늘 아침 지각을 면하기 위해 명찰을 두고왔잖아요.

상대는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 C반의 학생인데,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그러네...? 교과서에 적힌 이름으로 알았다 쳐도... 내 얼굴을 어떻게 알아...?)
......
어... 진...?


나 오늘 명찰 안 하고 왔는데...




야아, 원래부터 알면 말이라도 한 번 걸지.
3년 내도록 같은 학교였는데 말이야.
아, 혹시 전학생..?

그래도 오늘 이렇게 말 텄으니 잘됐지~

선생님: 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당신을 보며 씩 웃곤, 곧장 앞을 바라본다)
선생님: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쨌든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면…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누구지...?)
소제목은 'A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나름 오래 음악을 전공했었으니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SANc 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어보니,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A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
(발...견?)
A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한 오래된 저택 지하실에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로 알려진 A의 악보가 최초로 발견되었다.
세간에 알려진 곡은 총 두 곡이다.
한 곡은 A의 습작곡인 <겨울이 흘린 눈물>, 나머지 한 곡은 계절 환상곡으로 알려져 있으나 두 가지의 악보가 갑작스레 도둑맞은 뒤 행방과 곡명이 묘연해졌다….
관찰 또는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겨울이 흘린 눈물>의 원본을 보았다는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 <겨울이 흘린 눈물>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특이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형태가 무척 조악했으며 세월에 바래 누렇게 떠있었다고요.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아마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이었을 겁니다.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침 몇년 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A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뒤늦게서야 기억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되었고요.

어쨌든 도둑 엔딩이라니 별 대단한 내용도 아닙니다.
악보 원본이 공개된 것도 아닌 모양인데 별 게 다 교과서에 실리는군요.
그 두 곡을 제외하곤 여지껏 악보랄게 발견되지도 않았던 무명 작곡가가 어떻게 교과서까지 신출귀몰 했는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곡이었대도 말이지... 검정 교과서 한 번 뽑아내는데 드는 돈이 얼만데...)
(그거 발견됐다고 검정 내용 하나 추가하려고 그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교과서를 새로 뽑아.)
(...뭐하는... 사람이지... 옛날 사람이잖아?)
(후손이라도 남겨서 그 사람이 이제서야... 뭘 하고 그러고 있는 건가...)
기이하다면 기이한 일이지만, 어쨌든 수업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옆자리에 앉은 진은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버립니다.

(허어, 하고 진을 보다가, 이내 툭툭 건드려본다)
진, 진!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며)

음악실의 에어컨이 고장난 걸까요… 너무나 덥습니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던 나비 하나가 창틀을 타고 오르다 이내 나뭇잎 너머로 자취를 감춥니다.
여름이네요.

여름이네.
.
.
.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책가방을 싸거나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아,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나긋하게 웃으며 키리에게 다가간다)




열쇠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문이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악실로 들어간다)
음악실은 텅 비어 낮의 수업시간의 복작함을 잊어버린 듯 합니다.
음악선생님 자리에 출석부가 놓여있네요.

(출석부를 집는다)
그 순간,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쇼팽... 에튀드...
......
이 곡은… 쇼팽이네요.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부유하던 먼지와 공기가 미세한 파동이 되어 호수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였어요.
종례를 할 때면 계단은 한적했고 꽤 아득히 느껴지는 상층에서는 늘 정체 모를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상대는 어쩌면 오늘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에 있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죠.

그 사람일지도 모르지.
(천천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간다)
......
(문고리를 쥐고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문을 당겨 연다)
상대는 어쩌면 오늘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에 있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죠.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어느새 곡은 드뷔시의 것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투명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들었던 진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당신이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은 그랜드 피아노의 선율로 햇빛이 들이치는 여름의 음악실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 모습이 마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청명한 수풀이 푸르른 가운데 녹색으로 물든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를 바라보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당신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있었겠지요.
한 자락의 선율만으로,
당신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악기로,

한 마디의 시로써 당신의 세계를 창조하던,
그로써 누군가의 마음을 당신의 세계로 사로잡았던,
그랬던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연주를 끝내고, 선율이 가라앉으면, 진은 피아노 위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진:
에네스?

에네스 하일란:
......어, ...
진......
어... 혹시 아까, 점심시간에도... 너였어?


되게, ...잘 치더라고.



(To GM)rolling d20
()
13
13



전염병이니 뭐니 해도, 콩쿨은 진행되는구나.


......
콩쿨... 준비 잘 되고 있어?




......으음, 그래도... 괜찮겠어?




어... 3월에 전학왔다고... 하지 않았어...?


(잠깐 입을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레슨 봐주시는 분이 못 도와주신대서 그러는거야.


(눈에 띄게 어색해하며,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 지금 갈거야? 문 잠그고 와달라고 하셨거든.


(출석부 다시 챙기고 음악실 바깥으로 나가 손짓한다)


(뭐, 어때. 당신이 나오자마자, 음악실의 문을 잠궜다.)
그럼 나는, 교무실에 가져다드리고 갈게.

아, 앤이라고 불러도 되지?

......그래.
그렇게 불러.


(가볍게 손을 흔들고, 교무실로 향한다)
키리 선생님. 여기 출석부 가져왔어요.
음악실 문도 꼭 잠그고요. 열쇠 저기 걸어두면 되나요?


(집에 가자, 집에...)
교문을 나오면 아직 저물지 않은 해가 바닥ㅇ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자, 이제 집에 갑시다.

(학교 마칠 시간은 아빠 퇴근 시간 전이라 버스를 타고 집에 갑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평소와 같았습니다.
아니, 조금 특별한 일이 있기는 했죠.

(진......)
그래도 여전히 언제나와 같은 하굣길입니다. 바뀐 것 하나 없는 길거리의 풍경이 차창 밖을 스칩니다.

(집에 가면, 복습도 좀 해야겠다. ...대학, ...그쪽으로 가야하니까.)
이대로 집에 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냉침한 차를 마실 생각을 하며, 땀에 젖어 목덜미에 들러붙은 머리칼을 쓸어내립니다.
.
.
.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습니다.

아.............
오늘 아침은 7시부터 진과의 약속이 있어 에네스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일찍 잘 걸 그랬나...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오전,
공기는 제법 서늘하고 묶어놓지 않은 커튼을 바람이 나부낍니다.

암막 커튼과 그 위에 이중으로 쳐놓은 쉬폰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사각형의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빨리 등교한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진 건가..
하여간 부지런해...
으...
(가방을 내려놓고... 집에서 챙겨온 커피가 담긴 보틀을 들고 털레털레 음악실로 간다)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진... 아직 안 왔나... 그 가방.. 진 거 아니었나...
......
(열려있나? 문을 열어보자)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문은 열려있었네요.
음악실로 들어서면 어제와 같이 환하고 눈부신 여름의 햇살이 에네스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창틀 너머로 풀잎의 싱그럽고도 비릿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콧잔등을 건드리면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입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진이 앉아 있습니다.

진.
진은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이마나 짚고 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 듯 안색이 창백합니다.
비단 오전의 하얀 백색광선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스칩니다.

(To GM)rolling d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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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얼굴로 달려가 진의 얼굴을 살핀다)


어디 아파?


컨디션 안 좋은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을 찌푸리며 진의 이마를 짚는다)


열은? 다른 데는 아픈 데 없고?
진의 이마를 짚어보면, 굳이 제 체온과 비교해보지 않더라도 쉽게 그의 체온이 꽤 뜨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아...
열 나잖아...







(악보집을 건네준다.)





......
음, 그랬어. 들으면 신나잖아. 엄청 웅장해서, 꼭 무도회 중앙에서 그 노래를 듣는 기분이거든.
...날... ......
아니야.
그냥, 좋아해.




연주가 시작 되기 전의 고요한 긴장이 음악실에 내려앉았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해를 등지고 앉은 진의 손이 건반위로 빠르게 쏟아졌다.

(......피아노 치는 걸 보고 싶다고 했을 때, 가장 처음에 들려준 곡이었는데. 거기에 맞춰서 무도회장에 온 것마냥 빙글 돌아보기도 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봤자 무엇하겠느냐만은...)
(...가끔 당신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당신이...)
(......있잖아......)
(여기서, 잠깐 저 애한테 당신을 비쳐도 될까. 저 애한텐 미안한 얘기가 되겠지만...)

......
(??? 판정하겠습니다.)
기준치: | 100/50/20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노래하길 그만두었던 것은 언제였었던가요.
어쩐지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동시에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노래의 시작에 대해 떠올립니다.
한 줄 가사와 목소리만으로 선율에 수를 놓는 그 일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이미 내쳐버린 그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내키지 않습니다.
......

(뚝, 입을 닫고 가만히 당신을 바라본다)

......어라? 박수는 없는 거야? (장난스러운 어투로 당신을 돌아보며 웃었다.)

콩쿨은 네가 우승이겠는걸? (작게 웃어보인다)
컨디션 안 좋은데도 이 정도잖아.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자, 그럼 이제, 보건실로 얌전히 가실까요. 약 먹고 좀 쉬어야지. 담임 선생님껜 내가 말씀드릴게.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음악실을 빠져나가려던 중, 당신은 실수로 피아노 뒤편에 놓여있던 간이 책상을 건드렸습니다.

덜컹, 하는 소음과 함께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악보집을 수습한다)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진이 보여준 악보를 제외하고 나서도 그 수가 꽤 많았네요.

(꽤 많네... 이걸 다 연습하는 건가...)
훑어보면 진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입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악보집의 어귀에 어떤 인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은은하게 빛나던 모양새가 아주 특이한 문양이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네요.

당신이 그것을 주워보려던 차에, 진이 그것을 주워 정리합니다.

......
진, 그거 뭐야? 특이한 게 있는데...


아니, ... 그 ...


아, ...그럴까.
(물끄러미 당신이 정리하는 양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귀신은 안 믿는 편이지만, 뭐...) 그래? 으, 무서워라! 알았어. (장난스레 웃는다)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치만, 너 상태 너무 안 좋아보이는데.
데려다줄게.




보건선생님~ 환자 왔어요~
계신가요~
선생님: 아침부터 환자라니, 많이 안 좋으면 등교하지 말고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병결하지 그랬니. (문을 열고 학생들을 안으로 들인다.)

선생님: (체온계로 열을 재보고는 해열제를 건네준다.) 약먹고 저기 가서 누워있어. 너는 이제 곧 아침조례 시간이니까 빨리 가보고.

(씩 웃고는 가볍게 손을 흔든다. 이내 교실로 뛰어올라간다)
교실에는 이제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전히 가방 하나만 올려져 있는 진의 책상이 눈에 들어오네요.

(책상... 정리 좀 해줘야겠는데...)
(이...일단 가방을 내려주자...)
가방은 열려있어 안이 훤히 보이네요.

(......)
네다섯권 정도의 얇은 악보집들과 필기 노트
교과서 몇 권, 필통따위의 학용품들이 보입니다.

(음... 무슨 곡인지 알면... 도와주기... 쉬우... 쉬우니까... 음...)
(그, 그러니까 절대 몰래 보는 게 아니야...)
(악보집을... 꺼내봅니다...)
음, 그래요.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집니다.
SANc 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켜켜이 쌓여 있는 악보집들 사이로 표지가 누렇게 떠있는 악보집 하나를 발견합니다.
다른 악보집들은 거진 새로 구매한 듯 기스 하나 없는 클리어 파일에 분철되어 있는 반면,

저 혼자서 세월의 흐름을 증언하듯 표지 색이 바래있습니다.

(고문서인가?)
(아빠 나에게 힘을 주세요)
(이건 뭔가요)
감정 판정

기준치: | 45/22/9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지만,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악보를... 살펴봅니다)
악보를 아예 펼쳐 보면 음표가 수놓인 모양을 미루어 생초면의 작품입니다.
아울러 1p 상단에 뉴스 헤드라인처럼 자필로 작성되어있는 곡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흠...
이탈리아어 같습니다.

이탈리아어...
(읽을 수 있나? ... 안 배우진 않았는데. 나름 음악... 하던... ...하던 사람인데.)
교육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게 무슨 뜻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음악을 하면서 어느정도 배우긴 했는데 말이에요.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런데, 어라?
단언할 수 없으나 이 장면은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혹은 경험했거나요.

데자뷰란 본디 뜬금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지금 이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SANc 0/1

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이상한 기분이...)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 없는 조례를 지나, 여전히 지루하고 따분한 오전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휘리릭 지나갑니다.
그리고, 5교시 과학 시간이 되어서야 진은 보건실에서 돌아와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빛은 투명합니다.

(To GM)rolling 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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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소곤거린다) 진, 이제 좀 괜찮아?
선생님: 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아마, 당신과 진은 꽤 떨어진 거리에 앉았을 것이다.)

......
미지근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와... 진짜 졸리다...)
선생님: 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멍...하니 교과서 바라본다... 인터스텔라... S.T.A.Y. ... 같은 낙서가 적혀있다...)
힐끗, 조금 떨어진 거리에 앉은 진을 바라보니 성실히 수업을 듣고 있는지 열심히 무언가 끄적이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진짜 성실하다...)
선생님: 다들 졸고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빛보다 빨리 움직이면 우리 몸이 광자로 분해되지 않을까요 ........)
선생님: 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뭐야 끝까지 알려줘...!)
톡톡, 옆 자리에 앉은 친구가 당신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왜? 하고 입모양으로 말한다)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딱지 모양으로 접힌 쪽지가 올라옵니다.

(흐음. 뭐지...)(펼쳐본다)
(......)
선생님: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뭐지????????????????????)
(벙찐 얼굴로 어디로? 하고 적어서 ... 선생님 눈치 보다가 친구에게 전달을 부탁한다)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
(이 친구... 상당히 급진적이군... 만난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벌써 같이 놀러가기 같은 걸... 계획 중이란 말이야?!)
(저, 적어도 학교에서 한 일주일 정도 얘기 나눠보고.. 어... 너랑 같이 놀러 나가면 재밌겠는데! 라든지...? 너랑 같이 뭐 먹으면 잘 맞겠는데! 같은...? 그런?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느새 도착한 쪽지에서는 당당한, 어쩌면 조금은 뻔뻔한 필체가 느껴집니다.

(......)
선생님: 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저... 저저...)
선생님: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샛길로 빠졌던 수업을 재개합니다.
선생님: 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그래요, 당황스럽지만 시간은 흘렀고, 종례까지 스무스하게 끝났습니다.

(물끄러미 진 쳐다봄...)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같이 하교를 하고 있고, 그 틈에서 진이 가방을 챙기고 다가옵니다.



아이고오 이 급진적인 친구 좀 보게.
(투덜대면서도 따라간다)
아니, 누가 보면 데이트 신청인 줄 알겠다?
그렇게 급하게 찢어서 할 말이었어?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뒤에 내려서, 조금 걸었을까요?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때마침 마지막으로 웨이팅을 받은 팀이 들어가고 난 후로, 단 5분만 기다리면 입장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안내가 이어집니다.


전에 왔을 때는 1시간 기다렸던 적도 있어.



(주변 힐끗 둘러봄...) 인테리어도... 예쁘네.
간단한 잡담을 하고 있으면, 직원이 나와서 둘을 안쪽으로 안내합니다.
직원은 두 사람을 창가쪽 자리로 안내한 뒤 메뉴판을 건네주고 사라집니다.

뭐 먹을래? (메뉴판 펼쳐봄)
흠 .........
너 얼마 정도 먹어?


일단은 수프부터 시작하는 거지. 그리고 샐러드로 가볍게 에피타이저를 하자.
(결의에 찬 눈빛!)




생선 요리로 입가심을 하고 나선 진짜 녹진하고 무거운, 고기 요리! 양갈비를 먹는 거지!
랍스터도 빼놓으면 랍스터가 서운해하잖아? 그건 또 안 되니까 말이야. 랍스터도 꼭 챙겨줘야해.


(맞아 내 말이 그 말이야 하지만 순서도 중요해!)


호출을 받은 직원이 둘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옵니다.
직원: 주문하시겠어요?

직원: (주문을 받아적는다. 프로답게, 단 둘이 이 많은 음식을 시켰음에도 전혀 놀란 티를 내지 않는다. 프로니까.) 네, 주문 확인하겠습니다. (당신의 주문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줄줄 읊는다. 약간, 영혼 빠진 목소리.) ...마지막으로 소르베까지, 맞으십니까?

직원: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수프와 샐러드 부터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영업 미소를 지으며 주방쪽으로 사라진다.)





둘이 기대감에 설레하는 동안 먼저 준비된 수프와 샐러드가 테이블 위에 차려집니다. 깔끔한 플레이팅은 기본이죠.







우리, 카페까지 갈까. (나락까지 갈까 톤으로 진지하게 말한다)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밝은 거리가 보입니다.





진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골목 코너에 작은 카페가 보입니다.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개인 카페인 것 같은데도 계산대 옆 쇼케이스에 갖가지 베이커리와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에네스 하일란:
그린티 프라푸치노, 프라푸치노 로스트 하나 추가해주시고요. 자바칩 4번 주시는데, 반은 갈고 반은 통으로요. 초콜릿 드러즐은 위에 말고 안쪽으로 세 바퀴 뿌려주세요. 녹차 가루 한 번 더 추가해주시고요, 휘핑크림은 에스프레소 휘핑으로 바꿔서 엑스트라 휩으로요. (눈을 반짝인다)
직원: (잘못들었는지 한 번 더 당신에게 주문을 확인하고 그제야 가격을 안내하고 영수증과 함께 진동벨을 건네준다.)

직원: (추가 결제 후에 영수증을 다시 건네주며...) 진동벨은 아까 그 쪽으로 알려드릴게요.



















(갑자기 현실 맞닥뜨린 눈)
..................
싫다 ....
아니 무슨, 무슨 숙제를... 그런 걸 내신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든지, 그런 걸까?
그런데 그렇게 해도 정말 괜찮을지 모르겠어. 왜, 나비효과 같은 말도 있잖아? 내가 사소한 거라도 바꿔버리면 미래가 완전 토네이도에 휘말려버린다든지,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상상일 뿐이니까 말이야.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할 것 같아!










카페를 나와서 상가 거리를 조금 걷다보면 목표로 하는 서점이 나옵니다.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에어컨 냄새가 느껴집니다.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진은 무더위에 지친 기색을 하고서 서점에 들어서더니 악보집 코너 내지는 문제집 코너 근처를 서성입니다.
미리 찾아두었던 책이 있는지 검색대를 이용하는가 하면, 비슷한 출판사의 책 두어 권을 뽑아 펼쳐보기도 합니다.
서점이 참... 넓기도 하네요.
당신이 잠시 입구 근처의 잡지 코너에 눈을 돌린 사이, 진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운동장처럼 펼쳐진 서점을 휘 둘러보면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있는 출입객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사이엔 책 정리로 분주한 직원들 또한 섞여있고요.

(당황)
진이 어디로 갔지? 어... 아까 검색대...
책 찾으러 갔나?;
(검색대를 진 이후에 몇 명이 더 썼나요?)
행운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오늘 따라 서점에 이용객이 많은 듯 합니다.

검색대는 그 이후로도 몇명의 사람들이 더 사용했네요.

그래도 검색기록을 살펴보면,
여러 잡다한 책들이 검색되었던 것이 보입니다.

이래서야 찾기가 힘들잖아...
진이 있을만한 코너를 유추해봅니다.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거나, 아까 말한대로 소설코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악보를 제일 먼저 봤겠지? 곧 콩쿨이라고 했으니까?
음악 코너로 가보자!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낯익은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
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뭔데.. 어휴...
이렇게 해두면 직원들이 힘들잖아. 제자리에 좀 가져다 놓으란 말이야.
(책을 뽑습니다)
......
응? 아 맞아, 그러보니까 이거 과학쌤이 낸 숙제랑 관련된 주제 아냐?

우리학교 학생인가?
(슬쩍 펼쳐봅니다)
책을 펼쳐보니 시간여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패러독스에 대해 줄글이 적혀있습니다.

(어려워...! 뭐가 빠르고 쉬워...!)
다음 페이지에도 이어서 다양한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이 줄줄 이어져 있네요.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많은 내용들 중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이 둘 보입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
타임리프..?
우...
(그러니까... 일단 타임리프를 하면 원래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뜻인가?)
흠...

진한테도 알려주면 좋은데. 문제집 코너에 있으려나?
(책을 챙기고 문제집 코너로 갑니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진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또... 또...!
(일단 뽑아본다)
책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네요.
......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누군진 모르겠지만...
게을러! 움직이란 말이야!
(뽑은 김에 펼쳐본다)
음음, 그렇지, 음악치료 같은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흠...

그 뭐냐... 귀로 듣는 LSD라던.. 그 뭐지 이름 기억 안 나는데... 그거 같은 건가?
흠....
뭐, 모르겠다. 일단 진이부터 찾아야겠어. 과학 코너로 가야지.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책장을 살피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에어컨의 냉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진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군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당신은, 역시나 이번에도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한숨 쉬며 꺼내본다)
제목은 <전염의 역사>…
의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뭔가 엄마가 좋아하시겠다 싶은데...
(펼쳐본다)
책을 펼쳐보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나온지 얼마 안 된 책인가...
이건 엄마 사다드려야겠다.
제 3의 감염 경로...
지금 전염병 얘기하는 거려나...
하아, 엄마도 바쁘시겠어...

소설코너로 들어서면, 학생들 외에도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책장 앞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소설코너의 입구에서부터 삐죽 튀어나온 책이 당신을 반기네요.

뭐야, 꼭 뽑아달라고 반짝거리는 엑스칼리버같잖아.
그래, 내가 아서왕이다! 흐. (책 뽑는다)
책 제목은 <언어의 힘>...
이런 건 인문학 코너에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익숙하게 펼쳐보기..)
음...
그치, 양파같은 건 사고를 처리하는 기관이 없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갖는 동물은 또 다르지.
그래서 책이나 노래... 게임같은 걸 검사하는 기관이 있는 거고 말이야.


물론, 뭐,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우연이겠지?
그나저나 진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진~
소설코너 끄트머리 쪽에서 당신의 목소리에 고개르 돌리고 손을 흔들어보이는 진이 보입니다.






진:서점 직원들도 고생이네... (계산대로 가서 책을 계산한다.) 이 다음에 어떡할까?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서점은 내가 가자는대로 온 거니까, 다음은 앤이 원하는 곳에 가자.

밥도 먹었고, 카페도 갔고... 살 것도 샀으니...
옷가게? ...아냐, 옷은 저번주에 샀지.
음...
영화나 볼까?


영화관은 대형 상가건물 5층에 입점해 있습니다.
인테리어 리뉴얼이 진행되며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던 곳인데 때마침 저번 주에 정상 개관되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공사중이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들을 살펴보면
여름 특집 테마의 납량 괴담 공포물과 로맨스 코미디,
평론가의 리뷰가 후하다는 액션 영화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풍 판타지 영화도 눈에 띄네요.
동심이 필요한 어른들을 겨냥한 3D 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도 붙어 있습니다.


네온 조명이 은은하게 유리바닥을 적시는 5층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달콤하고 짭쪼름한 팝콘 냄새가 풍깁니다.
사람들이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영화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운터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자동 발권 기계를 이용해 티켓을 발권할 수 있습니다.



(쫑쫑 카운터로 다가가서 티켓 두 장 달라고 한다)

직원: 두장이요? 혹시 커플이신가요? 저희 SR시네마에서는 리뉴얼 개관을 기념하며 학생 커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끄러미 진 쪽 쳐다봄)
할인율을 듣자하니...
무려 62% 라는군요!

(어차피 엄마 카드라 할인같은 거 필요없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으니까)
진~


자기, 우리 커플이지? (까르르 웃으며 팔짱 낌)


직원은 역시 그럴줄 알았다며 62%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끊어줍니다.
영화 시작까지는... 30분정도가 남았네요.

이런 사람들을 배려해서,
영화관에는 늘 오락실이 붙어있죠.

오락실!
(팝콘 두어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오락실 가리킴) 오락실 가자, 진!


(오락실엔 뭐가 있나요?!
오락실에는 흔한 오락기기들이 놓여있습니다.
리듬게임이나, 테이블하키, 농구머신, 펀치머신 같은 것도 보이고, 벽쪽에는 코인노래방과 인형뽑기가, 구석에는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계가 보이네요.

진~ 우리 사진 찍을래?



기계에 돈을 넣자, 사진을 찍을 준비나 포즈를 취할 시간도 주지 않고 기계음의 사진 촬영 안내 멘트가 줄줄 흘러나옵니다.

외모 판정 3회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첫번째 사진은 그럭저럭 괜찮게 나왔습니다.
곧바로 다음 사진을 찍을 줄 몰랐던 탓에 두번째 사진은 무척 코믹하게 나왔지만요.

완전 웃겨!
그리고 마치 타이밍의 신이 선사한 선물처럼 세번째 사진에선 진의 인생샷을 건집니다.



(박수 치고는 고개 끄덕인다)
사진을 보며 깔깔거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영화가 시작할 시간입니다.



상영관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습니다.
마침 광고도 거의 끝나가는 타이밍이었는지, 둘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집니다.
......
2시간 30분 정도의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의 여운이 잔잔하게 남습니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성 1d3 회복

rolling 1d3
()
2
2


과학 숙제 좀 기분 좋게 할 수 있겠는데? (웃는다)

진:그러게. 무슨 이런 숙제를 주시나 했는데 덕분에 이런 영화를 보게 되었으니 오히려 기분좋게 할 수 있겠어. (기지개를 키며 찌뿌둥한 몸을 푼다.)





어느새 외진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한층 짙어진 여름의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진은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풍경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진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뭐 찾아, 진?




(책장을 외면하고, 악기들을 살펴본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창측 한켠에는 들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된 다른 악기들보다도 아름답고 깨끗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 예쁘다.)
(피아노 가까이로 다가가, 한번 쓱 훑어본다)
깔끔한 피아노 위에는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당히 관리에 신경쓰는 것 같습니다.

(걸음을 돌려 카운터쪽으로 간다)
팔꿈치를 올린채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악기상 주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카운터 위에는 낡아빠진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가 올라와 있고, 그 옆에 읽다만 [신문]이 놓여 있네요.

골동품 가게에서 주워올 법한 연식의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입니다.
시계약은 꼬박꼬박 잘 갈아주고 있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은 무리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만들어진지 기십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라디오에서는 노이즈 낀 저음질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악기에만 돈을 아끼지 않으시는 건가...)
(신문...을 봅니다)
잘 알려진 신문사의 주간 신문입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신호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발행된 신문입니다.

(읽어봅니다)
엥..........
엥?
(눈 깜빡거림)
(다른 내용은..?)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사 날짜를 재차 살피니 이 신문은 3주 전에 인쇄된 호입니다.
'지난주'가 덧붙어 있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건대 그 매혹적이라는 B씨의 연주는 대략 한 달 전에 콘서트로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혹은 위화감이거나 어떤 감이 작용하며 드는 느낌일 지도 모르고요.
콘서트가 있던 그 날 분명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치.. 뭔가가...)
......
(전염병?...)
(분명 어제 뉴스에서... 한 달 전부터라고 그랬지...)
(잠시 더 생각해봄...)

(맞아, 뉴스 앵커가 그렇게 말했어.)
(A시...?)
(그 때 유동인구가 몰려서 집단감염이라도 일어난 거였나?)
(B라는 사람이 보균자였던 건가...?)
(으으음... 잘 모르겠네.)

......
(아 몰라, 몰라. 내가 의사도 아니고...)
(외면했던 책장에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신문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
몰라, 진짜...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 가곡들의 가사집 같은 것들이 책장 가득 어깨과 어깨를 맞댄 채 꽂혀 있습니다.
어느 한 권 빠짐 없이 세월의 흔적이 누렇게 껴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가 얕게 쌓여 있기도 하고, 모서리가 찢어진 악보집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종이는 관리하기 힘드니까요.

관리되지 않은 것들은 으레 이렇게 되기 마련이죠.

(......하아.)
(......그 때에 전부 불태워버렸지......)
(입술을 꾹 깨물고 책장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돌린다)




짙은 땅거미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밤, 늦게 저문 해는 순식간에 저물어서 노을을 구경할 시간도 없이 어느새 깜깜한 하늘엔 달이 둥그렇게 떠있습니다.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은 마치 홀린 사람처럼 피아노를 향해 다가섭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진은 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말합니다.
이 피아노가 여기 있었구나….
하고요.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세상의 오류와 같은 현상, 다시 한 번 어쩐지 모를 데자뷰 현상에 사로잡힙니다.
이 장면, 어디선가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꿈에서일까요?
SANc 0/1

기준치: | 61/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순식간에 건반과 단 둘만의 세상에 빠진 진이 달빛에 맞추어 연주하는 것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입니다.
잰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광장의 피아노와 진에게 집중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던 낡은 나무 피아노가 세상의 중심에 놓이는 순간입니다.
휴대폰을 들어 진이 연주하는 것을 촬영하거나 동영상으로 남기는 행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 사람을 자꾸 떠올리게 되잖아.)
(몇 번이고 같은 부분을 다시 쳐주며 내 속도에 맞춰주었던... ......)
진의 연주를 듣고 있는 당신의 심정은 어떤가요? 당신도 언젠가 그렇게 세상의 중심에 놓였던 적이 있었을 터입니다.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피부가 익어버릴듯 따갑습니다.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첫 무대에서, 나... 당신을 가장 먼저 찾았었지.)
(나를 보면서, 웃어보이는 그 모습을... 그래...)
(......하지만 이제와서 어쩔 거야. 다 그만뒀다고. 당신은 죽었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그 길을 가길 원치 않아.)
(난...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지루한 세상에 맞춰진 채로 살게 될 거라고.)
......





나, 피아노 잘 못치는데. (웃는다)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본다.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서.)


(짧게 한숨을 쉰다. ...당신의 머리칼이, 그와 닮아서 그래. 그래서 자꾸, 약해지는 거야.) ...나, 반주 없으면 안 해. 네가, 반주해줘.



(To GM)rolling d20
()
12
12

기준치: | 100/50/20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완벽하게 노래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을, 자신의 최선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를 향해 불러주었던 그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당신이 사랑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에게도 음악을, 그것을 사랑했던 날들이 있습니다.
음악이 당신의 이해자였던 날들이,
그 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날들이.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지금이 아닙니다.
모두 지나간 날들일 뿐입니다.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멀어져 가는 진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피아노 의자 밑에 가루 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네요.

(뭐지. 채집해서 엄마나 아빠한테 물어봐야하나)
(아, 맞다. 정리, 정리.)(피아노 의자 밀어넣고 가방에서 휴대폰 꺼내 아빠한테 연락함)
어쨌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당신의 연락을 받고 온 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숙제를 마치면...
정말 완벽하게 평화롭고 즐거운 하루의 완성입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입니다.



(To GM)rolling 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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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진과의 첫만남으로부터 일주일이 흘렀을 수도 있고, 닷새, 혹은 열흘이 흘렀을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에도 둘은 종종 시내에 나가 맛집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괜찮은 카페에서 노닥거리기도 했겠죠.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에네스를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휴대폰 알람을 끈다...)
등교 준비를 합시다.

너무 덥다...
에어컨 안 켰냐구...
(짜증스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빠가 준비해둔 샌드위치를 가방에 챙겨넣으면서 냉동실에서 열려둔 물을 꺼낸다) 하아... 진짜... 더워!
간밤에 에어컨을 깜박했던 자신을 탓하며 등교준비를 끝마치고 나면
집 바깥으로 나서기 전,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게 됩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55/27/11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미열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의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
다음 속보입니다...

어쨌든, 평소와 다름 없는 등굣길입니다.
차를 타고,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스쳐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교문 앞입니다.

(아빠한테 인사하고 교문을 지나쳐 교실로 감)
교실로 향하면, 이미 등교해있는 몇몇 아이들이 보입니다.
진의 자리는 비어있네요.

(뭐지, 음악실 가있나...)
......(책상에 가방 있나요?)
책상 위에도, 가방 걸이에도 의자에도 가방은 보이지 않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덥다고 늦잠잔 거 아냐?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
안일하게 앉아있어보지만…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그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출석을 부를 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죠.

오늘 결석? 아니면 지각? 아니면 농떙이?
농땡이 칠 애는 아닌데?
......
(물끄러미 진의 책상을 바라본다)
얘들아, 얘 왜 안 오는지 아는 사람 있어?
학생A: 모르겠는데? 쌤이 알지 않을까?

(키리 쌤한테 쫑쫑 달려간다) 쌤~ 쌤~



그러고보니 두 반이 묶인 뒤로부터 서넛의 아이들이 병결 처리 되었습니다.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고 방치되고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허리를 꾸벅 숙이고 자리로 돌아간다)
어쩐지 답답한 기분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착실히 흘러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은 울립니다.
.
.
.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아니, 역시 걱정된단 말이야. 나한테 말도 없이? 아프다는 말도 없이?)
학생A: 저기, 나 오늘 주번인데 문 잠가야하니까 빨리 챙겨줄래?

(황급히 가방을 챙겨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선 당신은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진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C반, 진 블로우]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관찰 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사이로부터 빼꼼 튀어나와 있는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에네스는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종이를 살펴본다)
이 종이는 마치 단서처럼, 단조롭고 평화롭기 짝이 없는 교실의 풍경 속 우뚝 솟아난 돌부리처럼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말았으니까.
마치 결국에는 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기꺼이 걸려 넘어져버리고 말았으니까.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약도입니다.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며칠 전 진과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약도 귀퉁이에 쓰인 정갈한 글씨를 읽어보면...

무슨, 소설같은 소릴...
......
악기상으로 가자.
단서가 있을 것 같아.
당신은 일전에 진과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휴업......?
(물끄러미, 팻말을 바라본다)
......
그것을 아무리 바라보아도, 휴업이라는 글씨가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근처에 뭔가가 있는 걸까?
관찰판정

기준치: | 75/37/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본다)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어떻게든... 가본다!)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 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SANc 1/1d3

기준치: | 60/30/12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38도를 웃도는 축축한 여름임에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에네스는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멍에 뛰어들어야 해!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그래, 가보자.
이 며칠은 전부 우연과 필연의 반복이었어.
누군가가 일부러 나를 여기로 데려다놓고 싶어 안달이 난 것마냥, 가는 모든 길에.
......가자.
잠깐, 정말로 구멍에 뛰어들 건가요?
구멍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는 모두 되었나요?

아.
시간을 증명하고 기억을 되새길 물건.
......
확실이, 이 구멍은 내가 모르는 길이지.
(가방을 뒤져서 일기장을 꺼낸다)

그 질문에 대답해줄 이는 없지만, 당신은 어떠한 확신에 찹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요.

당신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로 떨어진 앨리스가 되어
하염없이, 밑으로 떨어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몸을 거스를 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푸른 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의 심정이 이러할까요?

(나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
오르기 판정 또는 근력 어려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절반 쯤 올랐을까요?
손톱 밑을 자잘한 흙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다시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내가 진짜 아오;
HP -1

도움을 구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구덩이를 울리다가 덧없이 사라집니다.

아아... 진짜 내 팔자야... 왜 떨어져도 여기야!
오르기 판정 또는 근력 어려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륵, 하고 미끄러져 엉덩이를 찧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HP -1

오르기 판정 또는 근력 어려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힘이 빠져 다시 도중에 떨어지고 맙니다. 이제 앨리스는 그만하고 싶은데요.
HP -1

엉엉...
아... 집에서 자고 잇는 테디 보고 싶다...
예쁜아...
오르기 판정 또는 근력 어려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좋아요. 포기입니다. 더는 못해요. 어떡하란 말입니까!
??? 판정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 순간의 분노와 어떠한 감정은 당신에게 초인적인 힘을 부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비록 흙 투성이가 되긴 했지만요.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 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군요.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나무에 달라붙어 노래하는 매미의 우짖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허어...
진짜... 뭐지...? 미친 건가....
......
그으, 일단... 그... 악기상쪽으로...
(악기상으로 가본다)
악기상을 살피면 풍경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지만요.
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피아노를 살펴본다)
관찰 또는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쩐지 눈에 익은 피아노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며칠 전 진과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았던 예의 그 피아노입니다.
다 낡아 볼품 없어진 악기에 싸구려 페인트 칠을 해 디스플레이용 구색만을 갖추고 있었던 그 피아노.
분명 광장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악기상이 출처였던 모양입니다.

으음...
악기상 내부를 둘러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텁텁하고 간지러운 먼지 냄새가 납니다.
어디에서도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은 그대로네요.

(카운터로 다가가 살핀다)
쓸쓸한 카운터 위에는 다소 눈에 익은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에 먼지가 그득 쌓여 있습니다.

먼지 쌓인 아날로그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하나 부자연스러운 점은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듭니다.
SANc 0/1

기준치: | 59/29/11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
(멍한 눈으로 잠깐 더 쳐다보다가, 시선을 옮겨 라디오를 바라본다)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계수리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디오의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린 뒤,
라디오에서 눈을 돌리면 그제야 희미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칙, 치지직…
괴 전염병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사회는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오컬트 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어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보편적이지 않은 경로로 추적을 이어오던 그들은 전 지구를 장악한 미지의 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음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저주받은 곡으로 인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다면,
이 광기어린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존속과 멸망을 결정지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칙,치직…

그러니까... 어......
내가... 꿈을... 꿈을 꾸나...?
......
아닐, 아닐 텐데...? 어...
하아......

미치겠네... 진짜... 나 대체 어디로 떨어진 거야...?
(책장으로 다가간다. 뭔가... 힌트가 없을까?)
도둑 맞았는지 듬성듬성 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그래서 더 살필 만한 건 없나, 하면
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달력을 본다)
달력은 6월, 혹은 7월에 펼쳐져 있습니다.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몸통만한 달력을 쳐다보던 당신은 달력 어귀에 적혀있던 올해의 년도를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네 개의 숫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2023년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이제 알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가까운 미래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2023년, 인구의 70%가 잠들어버린 뒤 고요한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3년 후의 미래입니다.
SANc 1/1d3

기준치: | 58/29/11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와.
와...
와......................
와 .... !!!!

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진짜 미치겠네...
70%가 죽었어? ... 미래에?
그럼 부모님도? 선생님도? 애들도? ...진도...?

......
하아... 그래... 여기 죽치고 앉아서 미래를 비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가서 뭐라도... 뭐라도 찾아보자.
(악기상 바깥으로 나갑니다)
악기상의 삐걱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끝없는 열기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일렁이는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에네스를 반깁니다.



진입니다.
대답을 바라고 건넨 말은 아니었는지 당신이 대답할 틈도 없이 다음 말을 이어나갑니다.

생각해봤는데, 역시 문제없을 것 같아.

어어?
진의 품에는 악보가 들려 있습니다.
이른 아침의 교실, 책상 위에 올라와있던 진의 가방 사이에서 보았던 그 악보집이 틀림없습니다.
진은 구멍을 향해 뛰어들기 전, 잠시 심호흡을 하는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고는 당신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앤, 네가 그 노래를 불러줄 거라는 걸.
네가 정말 음악을 포기했더라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테니까, 안 그래?


그러니까, 다녀올게.



......

그 말을 남긴 진은 이제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미련 없이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그가 뛰어드는 순간, 당신에게는 그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의 당신을 찾기 위해 과거로의 리프를 앞둔 진에게.
실제 '과거'의 에네스가 되는 당신은 어떤 말을 던질 건가요?
건넬 말이 없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합니다.

......
당신의 목소리가 텅 비어버린 골목을 깨웁니다.
그리고,
당신이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3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0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진은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손에 들고 있던 다이어리는 조금 헤져있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어쩌다... 어쩌다가...
미래를 구한다느니, 인류를 구한다느니... 그런 사명에 휩쓸린 건지...
그치만... 그치만 어떡해... 만약에... 만약에 내가 아까 본 게 정말 사실이면...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그건 싫어.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요?

고장났던 라디오가 뱉은 말...
그리고, 진이 했던 말...
악보, 악보를 태우라고 했었지.
그리고 그 악보는... 아마...
A시에서 그 죽었다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던 악보겠지.

그것말곤, 방법이 없잖아.
...그런데, 그래서 그 악보는 어디에 있지?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그러고보니, 진이 장난처럼 저주받은 곡이라며 연주할 수 없는 곡, 연주 해서도 안되는 곡이라고 했던 악보가 있었던가요?

그날, 진이 그 악보를 어디에 두었던가요.
피아노 의자 아래의 수납칸입니다.

가자. (입술을 꾹 깨물고 학교로 걸음을 옮긴다)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여름은 습하니까요.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당신은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고열의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냥 평화로워 보이기만 했던 세상이었는데...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공해 가득한 도시에서 별이 보일 리가 없잖아!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어두운 밤 중의 교정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으스스합니다.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상한, 이상한 표식이 있다고 했지...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래요, 그 때, 쏟아졌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악보의 1페이지에는 이탈리아어로 제목이 적혀있습니다.

교육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겨울이 흘린 눈물>

피아니스트가 죽고 사라졌다던... 그 악보.
이걸 태우면 되겠는데.
과학실 문은 잠겨있나? 과학실에 알콜램프도 가스버너도 있을 건데...!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3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운동장 뒷편에 소각장이 있습니다.

그리로 가자...!
(악보를 챙겨 음악실을 빠져나온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당신은 눈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SANc 0/1d4

기준치: | 57/28/11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색채의 정신공격이 이어집니다.
정신력 VS 지능 대항
지능 판정

기준치: | 80/40/16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우주에서 온 색채:
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에네스 마력 - 1d6, 이성 -1d6

rolling 1d6
()
1
1
rolling 1d6
()
2
2
대항 판정에 실패한 탐사자는 색채의 정신 공격으로 인해 음악실을 떠나기가 어려워집니다.
발끝에서부터 차올라 몸통 언저리에 찰랑이던 의지가 깨진 둑에 담긴 물처럼 줄줄 새어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음악실을 떠나기 위해 어려운 난이도의 정신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나가야... 나가야하는데...)
(......)
(입술을 꽉 깨문다)
(나가자. 나가야해. 나가야......!)
정신력 어려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나가야 .... 나.......)
당신은 음악실에 남아 있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한 힘이 에네스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진......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입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그의 체온이 36.5 ℃를 훌쩍 넘어 섰음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오면 밤 중에도 식지 않은 여름의 온도가 텁텁합니다.

진, 물어볼 게 있는데.
(소각장 쪽으로 당신을 당겨, 함께 걸으면서 말을 낸다)


......미래에서 왔어?


......네가, 과거의 나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고 떠났단 말이야.

넌 어떻게 생각해?

그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나비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상상일 뿐이라면, 기꺼이 했을 테지. 상상 속에선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윈 다 소용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의 일이라면... 다만 지켜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깨달음이자 이제껏 당신이 외면해왔던 것을 직면하는 일입니다.
거봐요,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당신이 남들과 같은 지루한 세상의 길을 걸으며 고통스러운 이유는,
계속해서 그날의 일들을 그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며 되새기게 되는 이유는...
이제는 압니다.
당신이 결국 노래하게 될 것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을.
당신이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걸.






완벽히 어그러진 하루였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던 평화는 온데간데 없고
더는 일상이라 부를 수 없는 하루였죠.
하지만, 그런 비일상의 오늘에서야 당신은 비로소 당신의 일상으로 한 걸음 돌아왔습니다.

어쩐지 답답하지만 동시에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하루가 지나갑니다.
.
.
.
금방이라도 비를 퍼부을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날씨 탓일까요?
오늘의 해는 일찍이 시들 요량인가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적긴하지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하일란 바디예브나 에네스
노래 할 건가요?
노래하고 싶은 가요?

기준치: | 100/50/20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제 모든 것을 알아요.
당신이 노래할 수 있음을, 노래하게 될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노래하고 싶어하니까.
그만큼 그것을 원하니까. 당신의 선명한 욕망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그래요, 그러니 확신할 수 있습니다.
노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노래하고 싶어요.
이제 어떤 망설임이 남았나요?
당신이 노래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준치: | 100/50/20 |
굴림: | 9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왜 음악을 그만두었던가요.
어쩌면 그것은 처절하고 비참한, 어쩌면 씁쓸하고 애틋한, 분노였거나 좌절이었거나,
슬픔 같은 것일 수 있겠죠.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음악을 그만둔 것에는 분명 무언가 있었을 겁니다.
이제 노래할 수 있게 된, 노래하고 싶어진 당신은...
그 무언가를 완전히 떨쳐내었을까요?
그것을 완벽히 잊어버릴 수 있다고, 없던 것으로 여기며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나요?
아니요. 그럴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견뎌낼 수 있을 겁니다.
그 무언가를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당신은 노래하고 싶어하니까요.
그래요, 노래하고 싶어진 것이 아닙니다.
노래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결국 당신은 노래를 부를테죠.
당신은 그렇게 당신의 길로 돌아왔습니다.
당신은 광장의 한가운데에 놓인 피아노 옆에 서서, 떨리는 손으로 악보를 틀어 쥐고 여름의 푸른 녹음 보다도 짙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사와 지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노래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숨을 들이킵니다.
잊고 살았던 긴장감이 더운 여름의 공기에 섞여 폐부를 찌르는 듯 합니다.
어깨를 익힐 듯 강렬하던 더위가 한풀 꺾입니다.
과거의 파편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미 한 번 노래하길 멈추었던 당신이 과연 이 곡을 부를 수 있을까요?
당신을 도와줄 반주자도, 그 누구도 없이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그 길 위에서 박차고 달려나와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은,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노래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
여기서, 그동안 당신이 성장시켜온 비공개 기능치를 공개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그 짧은 생애에 언제나 음악의 옆을 지켰었습니다. 잠시 떨어져있었지만, 완전히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죠.
<노래> 기능치 30
당신은,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려 진의 쇼팽 에튀드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음악을 향한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죠.
<노래> 기능치 53
당신은, 여름의 태양이 들이치는 음악실에서 드뷔시의 달빛을 들었습니다.
태양빛 아래서 연주되는 달빛은, 무언가 간질거리는 듯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겠지요.
<노래> 기능치 69
당신은, 아침 햇살을 맞이한 조용한 음악실에서 쇼팽의 왈츠 1번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 당신에게 있어서 특별했던 그 곡은... 음악이라는 길 위에서 특별했던 당신을 떠올리게 해주었을까요?
<노래> 기능치 101
당신은, 당신이 노래하고자 하는 바로 이곳 광장에서, 바로 옆에 놓인 피아노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하늘 위에 둥그렇게 떠오른 달빛을 그대로 담아낸 월광 소나타는, 지금 이곳에 홀로 선 당신에게 힘을 실어주겠지요.
<노래> 최종 기능치 139
......
이어나갈 수 있냐고요?
그럼요.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이미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다시 그 목소리로 선율을 흘려보낼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
그리고 그건, 돌아가는 길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그 길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할 것이고, 언제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돌아가기에 늦은 때라는 것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노래 판정

기준치: | 139/69/27 |
굴림: | 5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래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 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소리에는 그런 힘이 있어요.
그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잠시 외면하고 있었던
마치 한줄기 빛처럼, 어둠을 몰아내고 시선을 사로잡는 힘.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 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을 마주하며, 하나의 목소리에서 선율로, 한 줄 글귀에서 하나의 예술로, 빛으로
이제야 바로 당신입니다.
......
노래의 마지막 호흡을 내뱉고 나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 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별 하나 없는 새카만 어둠이지만,
광장 한 가운데 그 무엇보다 빛나는 당신이 있는걸요.
비로소 당신은 노래했습니다.
......하나 둘, 당신에게 쏟아지던 박수가 사그라들면
사람들은 다시금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오지 않은 걸까요?
......
진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의 아침에서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진을 수소문했을 수도 있고,
진을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고열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울다 지친 매미가 늦여름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체입니다.
[ 2023년 여름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자. ]
흐릿하게 번진 글씨는,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 같습니다.

에네스 하일란:......진짜, 진 너어...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 때에... 그 때에 다시 만나자, 진. (웃는 낯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
END1. Da capo!
.
.
.
에필로그
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3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빨갛게 돋아난 덩쿨장미가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다)
그간 이미 여러 차례 이 악기상을 방문했었다면, 전에는 이 피아노가 이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았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피아노의 재등장입니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3년 전, 진이 늘 가지고 다니던 그 녹음기니까요.

(녹음기를... 눌러본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4곡의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음성 메세지를 눌러본다)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오래전에 녹음된 파일인 것 같습니다.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진의 목소리가 새파란 여름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안녕 앤.
네 노래 잘 들었어.
역시, 넌 내가 아는 최고의 소프라노야.
나는 내가 살던 미래로 돌아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는 미래로 돌아가는 것보다, 과거에 남아있기를 택할 것 같아서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고 홀연히 떠날 마음을 먹었어.
과거로 향하는 구멍에 뛰어들기 직전 악기상 앞에서 널 마주쳤었지.
그런데 그게 실은 '너'였던 거야. 내가 찾아 헤매길 자처했던 3년 전의….
신기하지 않아? 내가 헤매기도 전에 네가 먼저 나를 만나러 와줬다는 게.
있잖아, 내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해줘서 고마워.
네가 내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해줘서, 네가 나를 찾아올 때까지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했어.
네가 좋아하는 소리에 이끌려 나를 만나러 와주기를.
피아노 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음악실의 유령처럼.
그러니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어디선가 비릿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멍하니 녹음기를 든 채, 혹은 악보를 펼친 채 망가져가는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2023년, 두 번째 첫 만남.
알고 있나요?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3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
.
.
음악실의 유령
W. 서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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