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C 7th ::
:: KP - 비슬 ::
:: KPC - 권 혜성 ::
:: PC - 이 현 ::
:: 플레이 일자 - 2020.05.04.월 ::
:: 플레이 타임 - 약 7시간 ::
캘버리를 향해 가는 100시간
W. 시나
KPC. 권 혜성
PC. 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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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는 혜성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 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 사태가 발발한지 일 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혜성은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혜성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혜성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혜성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약속해야해, 반드시..."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혜성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조교님, 일어나봐요. ...악몽이라도 꾼 거예요...?
나 옆에 있어요, .... (혜성의 손을 꼭 잡는다)
당신은 잠든 혜성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혜성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합니다.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 말고, 혜성은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혜성은 자리를 펴고 누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8일 7pm

당신은 혜성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밤...이에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슬슬 출발해야하죠.
당신과 혜성은 남은 식량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제 옷깃을 꾹 잡는다)

당신과 혜성은 조용히,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갑니다.
< 행운 판정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혜성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혜성의 손짓에 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밑에 밟으면 소리가 날 것처럼 보이는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둘은 공장지대를 빠져나와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큰일날 뻔 했어요... 조교님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당신과 혜성은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남아있을까요...

그래도, 우리가 쓸만한 물건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작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힘내서 가요.


얼마나 더 길을 따라 걸었을까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트 베일에 어서오세요] 라고 적힌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당신과 혜성은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둘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뒷골목으로 걷다가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들어갈까요...?


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예전에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는 텅 비어있습니다.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검게 굳은 피가 잔뜩 엉겨붙어 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여, 여긴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ㄴ, 냄새도 심하고... 방으로 가볼까요...?
제일 큰 방을 먼저 살펴봐요, 우리.

큰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인 것은 침실입니다. 거실이나 주방에 비해 비교적 깔끔해보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짐은 이곳에 풀어두고 다른 방을 살펴볼까?

(짐을 내려놓고, 문 앞으로 다가간다)
벽쪽의 방, 두번째 방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옆방부터 볼까요...?


그냥... 불안해서요... 영화에선 이런 데에 뭐가... 항상 있던데...


끼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습니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책장을 살펴본다)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

책의 내용은 책 제목에 적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영어단어가 잔뜩 나열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어렵고요. 특별히 중요한 내용은 없어보입니다.

(안타깝게 됐네. 감염... 백신을 연구하던 사람이었던 걸까...)
(액자를 살펴보자)
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책상엔 다른 게 없을까?)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서재에 초를 가져다 놓다니... 뭔 기능이라도 있나...)
(...음...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메모패드부터 보자)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무래도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장>
우리 가족이 향하려던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다음 장>
20XX년 X월XX일. 제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 장>
일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이때 해열제나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삼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그 밑에)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 장>
제시를 방에 격리했지만 벨이 우리 몰래 제시를 보러 갔다,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 장>
제시와 벨을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 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 장>
내가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된다.
<마지막 장>
더이상 버틸 수 없다.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주방... 역시...)
(거실에 있는 도끼는... 아...)
(저 방 문은 열지 말아야겠다. 조교님한테 말해서 앞에 뭔갈 쌓아두자고 할까...)


(조금 괴로운 눈을 하고서, 다시 메모패드를 내려다보았다가, 당신을 바라본다)
...전부 좀비가 되어버린 모양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아마 잘 열리지 않던 옆방에, 있겠죠. 다들.
...방 앞을 막아둘까요? 막아둘만한 게 있을까.






당신이 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혜성은 잘자, 하고 짧게 인사합니다.
잘자, 라고 말하는 혜성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보였지만
몰려오는 피곤함에, 오랜만에 눕은 푹신한 침대 위에서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9일 6pm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붉은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 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혜성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니 혜성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무래도 혜성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뒤늦게 인기척에 당신이 깨어난 것을 안 혜성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깨우라니까, 깨우지도 않고...
잠도 못잤을 거 아니에요.
(부루퉁한 얼굴로 속상하다는 듯이 당신을 본다)

침실이 깔끔해서 그런지 별로 피곤한 기색도 못느꼈고...

...그런데, 적고 있던 건 뭐예요?
내가 일어난 것도 모르고 열심히던데.

슬슬 출발할까?

해가 완전히 지고, 달이 어스름히 보일 때가 되어서야 둘은 길을 떠납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서 본 마트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선반부터 찾아봐요. 뭔가 먹을 게 있을지도 몰라.
첫번째 것부터 볼까요?


(첫번째 선반을 살펴본다)
첫 번째 선반은 장난감 코너인 것 같습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민첩 판정>

기준치: | 30/15/6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선반에서 곰인형 하나가 떨어집니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어있는...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끄는 곳은 어디... 어디에 있지?!)
당신은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주변에 좀비가 없어서 다행이야.

(입술을 꾹 깨물며 소리 죽여 흐느낀다)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 행운 판정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을 1개 발견했습니다. 유통기한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운이 좋네요!

조교님, 먹을만한 게 있어요. 다행이네요. ...창고... 창고 쪽으로 가볼까요...?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불현듯 지난 번 들렸던 집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안에, 있겠죠, ...좀비.

기준치: | 60/30/1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 듣기 판정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문에 귀를 대고 들어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뭔가 들리는 건 없지만...
그래도 위험하니까요.
열어...볼 거예요?




당신과 혜성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혜성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과 마주칩니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회피 판정>

기준치: | 15/7/3 |
굴림: | 2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30/15/6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d100
()
35
35
무작정 달려든 좀비는 둘에게 1의 피해를 입힙니다.

다음 순간 혜성은 쇠파이프를 들어 좀비의 머리를 강타했고 좀비는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조교님은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젠장...)

얼른... 얼른 나가요. 소리를 듣고 더 몰려오면 안 되잖아요.


(창고를 살펴보자)
창고의 벽면에는 좀비에게서 튄 썩은 살점과 피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 SANc 0/1 >

기준치: | 90/45/18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런 것... 익숙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첫번째 상자를 열어본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몇달 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맞는 사이즈가 있을까요? 사이즈를 찾는다면 갈아입는 게 좋겠죠.


찝찝한 옷을 갈아입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집니다.
< SAN +1 >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맛이야 끔찍하겠지만...
이거면 족히 몇 주를 먹을수 있을 거예요.



세 번째 상자 안에는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네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아련한 눈으로 와인병을 바라본다)
추울 때 조금씩 마시면 불을 피우지 않아도 따뜻해지겠지...
1g에 7kcal... 소중한 열량 공급원...
...와인을 챙기던 당신은 문득 옆에 있던 혜성이 없어진 것을 눈치챕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혜성이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뭐 하고... 있어요?

소리 때문에 쓰기 쉽지 않겠지만... 챙겨서 나쁠 건 없겠지.


3개 정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혜성이 말을 꺼냅니다.


< 심리학 판정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혜성은 조금 조급해 보였지만, 그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그저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에 도착하길 바라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까 마트에서의 일도 있고 하니, 여러모로 빨리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 도착하길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당신은 혜성과 함께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둘은 한참을 조용히 걸었습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한참이나 말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던 혜성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혜성의 손가락을 따라가면, 멀지 않은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정 위험하면... 기름이라도 뿌리고 불질러버리고서... 도망치는 걸로 해요.
(작게 웃고서는, 지친 얼굴로 걸어간다)
6월 10일 11am
이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 정도라면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아보입니다.
주유소를 둘러보면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유기] 몇 대가 보입니다.

...목 마른데...
자판기에 뭔가... 남아있을까요.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깔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물을 좀 아낄 수 있게 됐어.
(웃으며 당신에게로 다가간다)
생수를 찾았어요. 안에 있었나봐요.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잠겨 있는 것 같네요.
하나 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주유기 쪽을 볼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주유기는 평범해 보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가면 쓸모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 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감염자: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혜성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혜성는 그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몇차례고 발길질을 합니다.

조, 조교, ㄴ, ...!
퍽, 퍼억, 퍽,
감염자의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혜성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본다)
혜성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미 죽었을 게 분명한 그것에 몇 번이고 걷어차던 혜성은,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괜... 괜찮...아요...
당신을 바라보는 혜성의 표정에는 걱정만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이게 느껴집니다.
< SANc 0/1 >

기준치: | 91/45/18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혜성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쥬드: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쥬드: 저기, 우선 들어 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당신과 혜성은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생존자인지 모르겠네. 쥬드라고 합니다.


쥬드: 아, 그렇죠. 뭐. 요즘같은 때엔 문단속이 중요하잖아요?
여러분도 캘버리의 안전지대를 향해 가는 길 맞죠?

쥬드: 뭐, 그렇죠. 혼자 출발한 건 아니었는데, 어느새 나만 남았지. 생존자를 만나는 건 3개월 만이에요.

쥬드: 그나저나, 캘버리로 향하는 거면 연합정부의 방송을 들은 걸 텐데, 당신들 왜 대낮에 움직이고 있는 겁니까?

쥬드: 으음, 운이 좋았네요 그건. 앞으로는 되도록 해가 지고 움직이는 걸로 해요. 캘버리를 눈 앞에 두고 죽을 순 없는 거잖아요?
그나저나, 갈 길도 겹치는데 캘버리에 도착할 때까지 제가 동행해도 될까요?



쥬드: 하하, 캘버리까지 잘 부탁해요. (웃으며 화답한다.)
혜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한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 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마트에서 구한 칼로리바와 참치캔, 쥬드가 꺼낸 무화과 등.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트 창고에서 챙겨온 와인을 지금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와인도 마실래요?
아까 마트에서 챙겨온 게 있어요.
쥬드: 오오, 세상에.
이게 얼마만의 술이야.
(사무실 서랍 안을 뒤적거려서 종이컵을 세 개 꺼낸다.)
술이 있는데 건배가 빠지면 섭하죠. 건배나 하죠, 우리.

건배사는 쥬드 씨가 하는 걸로?
쥬드: 오, 좋죠.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 하고 셋은 잔을 가볍게 부딪힙니다.
세 사람은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기분 좋을 정도의 적당한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취기에 흐려진 시야를 통해 어제처럼 등을 돌린 채 노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혜성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이내 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머리야...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혜성입니다.
아무래도 밤새 그 ‘책’이라는 걸 쓴 모양입니다.






캘버리로 가야지, 하루라로 빨리...

...하루라도 빨리... 가야죠...
(작게 웃으며 당신의 어깨에 툭 머리를 기댄다)
...얼른 가서...
샤워도 하고, 같이 푹 잠도 자고.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서...

...1년 7개월 전처럼.





쥬드: ...둘이 분위기 좋은 건 알겠는데, 이제 짐도 다 챙겼고 슬슬 출발하는 편이 좋겠어요. (뾰루퉁한 투로 말하고는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당신과 혜성, 그리고 쥬드까지.
셋은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이 문득 옆에서 걷는 혜성을 돌아보니, 혜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혜성을 바라보는 당신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 ...저 친구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데요.

행여 혜성이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쥬드: 내가 이래 봬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에 독일어, 스페인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 인 거 같거든

혜성 오빠가 천재긴 한데요...
(20개... 까지 하던가...?)
......
그러고보니 최근의 혜성은 여러모로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책을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동안의 혜성은, 마치 당신이 알던 혜성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이라, 그 또한 미쳐가는 걸까요.
쥬드: 뭐, 너무 걱정 말아요.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그건, 그렇죠.
쥬드: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길을 걷는 동안 쥬드는 당신에게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들의 이야기, 자신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야기 등….
한참동안 당신에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쥬드: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거 같네.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으음, 어디서부터 해야할까......
궁금한 거라도 있어요?
쥬드: 아, 그렇지. 척 봐도 미국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이곳에 있게 된 거예요?

당신이 혜성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을 때,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혜성이 쓰러집니다.

오빠!
가까이 다가가 혜성을 살펴보니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밤새 잠도 안 자더니 결국 쓰러져 버린 걸까요.

쥬드: ......이 친구를 어디에 좀 눕혀야 할 것 같은데...

...어디에...
쥬드: 우선은 건물을 찾아보죠.

(슬픈 얼굴로 당신을 한 번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혜성을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동이 트는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건물이 있네요...
저 쪽으로 가볼까요.
쥬드: 지금은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6월 11일 5am
가까이 가보니 멀리서 본 건물은 초등학교였습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쉴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관찰 판정>

기준치: | 95/47/19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층에 위치한 한 교실에는 움직이는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네요.

쥬드: 마침 1층이라니. 운이 좋네요.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혜성을 눕혔습니다.
쥬드: 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좀 쉬어야 겠어요.

당신은 혜성의 곁에 누웠습니다.
혜성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혜성은 갑자기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은 혜성과 함께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선잠에 들었습니다.
……..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혜성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혜성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그의 몸에서는 불덩이 같이 열이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혜성의 신음 소리를 듣고 깬 쥬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혜성을 살펴봅니다.
쥬드: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학교니까, 양호실이 있을지도 몰라요.

쥬드, 양호실은 보통 1층 건물에 있으니까 여기서 가까울 거예요.
함께 나가자고 하면, ....... 따라와줄건가요?
*건물 1층...
쥬드: 그러죠. 마침 학교에 쓸만한 게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었으니까요.

조심하자는 말이 무색하게도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2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회피 판정>

기준치: | 15/7/3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d100
()
91
91
당신을 향해 달려든 좀비는 당신을 공격하지 못하고 발에 걸려 그대로 곤두박질칩니다.

그 틈을 타 뒤에서 따라나온 쥬드가 쇠지랫대로 좀비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캐비넛]과 [사물함], [학교약도]가 보입니다.

약도를 살펴보자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잘 안 보이긴 하는데...
약도와 사물함, 캐비넷이 있는 게 이쪽이니까...
양호실은 다른 건물에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1층이네요.
빨리 다녀옵시다. 거쳐야하는 곳이 좀 많으니까요.

둘은 건물 밖에서 양호실이 있는 쪽의 창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그 안에 좀비는 없는 것 같아보입니다.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넘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일단 침대쪽부터... 혹시 덮을만한 걸...
(침대를 살펴본다)
좀비 사태 이후 환자들을 뉘였는지 정돈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침대를 쓰는 건 어려워 보이네요.
<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침대들을 살펴보던 당신은 침대 아래의 서랍에서 비교적 깔끔한, 쓰지 않은 수건들을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혜성에게 물수건이라도 얹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랍, 서랍에는...
그 와중에 상태가 깔끔해 보이는 여분의 이불도 발견했습니다.

(이불도 챙긴다.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약을 챙긴다)
당신은 서랍안에 들어있던 약들을 챙겨두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벌써 많은 것을 챙겨담느라 짐가방이 무거워지긴 했지만, 당신은 그런 것 따윈 아랑곳 하지도 않고 상자 속 물건들을 챙겨 넣었습니다.

물... 물은 나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싱크대의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 나옵니다.
<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싱크대 아래에 깨끗한 양동이 하나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물을 받아가면 되겠네요!

당신은 양동이 한 가득 물을 담았습니다.
깨끗한 덮을 것에 약, 그리고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 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요 오빠...!)
당신과 쥬드는 큰 수확을 얻고서는 혜성이 있는 교실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챙겨온 약을 혜성에게 먹이고, 담아온 물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식은땀을 닦아주고는 그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쥬드: ....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슬픈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열은 좀 내렸을까, 아픈 건 좀 덜할까...)
쥬드는 당신이 혜성을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말합니다.
쥬드: ...당신은 저 남자를 어디까지 믿어요?

쥬드: (머리를 몇 번 긁적이고는) ...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끝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오빠는.......
......
이제 우린 믿을 사람이 서로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니, 애초부터 우리 둘, 서로 뿐이었던 거였죠. 내가 오빠를 믿지 않으면, 오빠가 나를 믿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에게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반드시 함께 캘버리까지 갈 거예요.
쥬드: 뭐... 그래도 고민 좀 해보는 게 좋을 걸요. (구석에 자리를 잡아 눕고는 잠을 청한다.)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 때문일까요?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
혜성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혜성이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니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우고, 약을 찾아 돌아다녔으니
피곤한 게 당연하겠죠.

......잘자요, 오빠. 내일은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사랑해요.
(작게 웃고는, 눈을 감는다)
지금 잠에 든 혜성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혜성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듣기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둘의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오빠!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혜성과,
...얼굴에 총을 맞고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혜성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권 혜성:...현아.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둘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
오빠.
도망치자.

그 순간, 돌연 혜성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넷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오빠!
오빠!!!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캐비넷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뭘 끼워뒀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넷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혜성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렇게 말한 혜성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노래하는 곰인형’ 입니다.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로 혜성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로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철제의 캐비넷 안은 춥고 어둡기만 합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부터 그는 여차할 때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더,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혜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옥과도 같은 적막을 뚫고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아... 이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넷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혜성이 서있습니다



어떻게......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혜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집,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그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혜성은
감염자입니다

SANc 1d3

기준치: | 91/45/18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3
3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혜성은, 이제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도대체 언제...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혜성은,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가면서 이야기 해줄게, 현아.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멍한 눈으로, 비척비척 일어나 당신의 손을 꽉 잡는다)
6월 12일 6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혜성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그렇게 말하고 혜성은 품 안에서 요 몇 일간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 보여줍니다.


걱정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곧 완성되니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그는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내 세계는, 오빠인걸.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면, 당신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이 끈질긴 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신과 혜성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신이... 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신의 상징은 홀로 굳건하네요.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신은 과연 신일까요.


당신은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단상을 먼저 볼까.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들어올린 성경에는 중간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 (나의 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내가 더 가엾을까. ...아니야, 적어도 버림받는 쪽보단 낫지.) (현은 낮게 웃고는 고개를 들었다)
십자가...라...
(십자가 가까이로 다가가본다)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는 높고 까마득합니다.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뭔가 잠겨있는 곳이 있는 모양이네.
음...
그 외에 별다른 건 없나...
...
(피아노 쪽으로 다가간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 칸마다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 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 달 후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이래서야... 단체로 휴거라도 한 것 같아 보이잖아)
(계단 위로 올라가보자)
좁은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기도실]이라 적힌 팻말이 붙은 방이 있습니다.

(열어볼까?)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SANc 0/1

기준치: | 88/44/17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진짜로...
기도실이라니, 너무나도 절박한......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구원을 바라고 삶을 놓았겠죠. 당신들의 신이 그 영혼을 거두어주길 바라면서.
......나는 어쩌면 좋을까요. 나는......
나의 신이 ......
나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항상 같이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였을까.
내가 혼자 까무룩 잠이 들었을 때, 주변의 소리를 듣고도 깨지 못했을 때, ......

내가......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순간에, 그리 되었을까.
당신들의 신은, 당신들에게 어떤 답을 내려주었나요.
당신들의 생을 거두라는 답이었나요, 아니라면, 비참하게라도 살아가라는 답이었나요.
......이젠......
......

하지만, 아......
......
좀비가 되어도, 다시 돌아올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당신들은, 신을 잃고도 살아갈 수 있나요?

행복을 바라며 살아갈 수 있나요.
나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희망이 없는 삶은, 절망이 없는 삶은, 정말로 살아가는 삶일까요.
(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다시 고개를 든다)
......

< 관찰 판정 >

기준치: | 95/47/19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시체들 사이에서 [묵주]를 발견합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겠지요.

......
빌려갈게요. 나의 신에게,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도를 올리고,
...그리고... 나의 신이 구원받기를 바라기 위해서.
(묵주를 들고 기도실의 문을 닫는다. 눈가를 문질러 닦고는, 계단을 내려간다)
당신은 계단을 내려가 예배당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몸을 웅크리고 정신없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 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혜성의 뒷모습입니다.

힘들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혜성의 환한 미소입니다.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혜성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 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고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혜성을 가로지릅니다.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했기 때문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꼭 껴안고 당신의 품에서 잠든 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혜성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당신과 혜성이 함께 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 땐, 캘버리의 안전지대에서 혜성이 아닌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잠들어야 하겠죠.
그는 어째서 그런 거래에 응했던 걸까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이 끔찍한 인류 생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서?
아니요.
그에게 인류의 미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걸요.
당신은 알고 있죠.
그의 미래엔 오직 당신뿐이라는 것을.
당신이 그러하듯
그의 세계는 당신이라는 것을.
그러니, 그가 세계를 구원하고 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겠죠.
......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혜성입니다.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미안해요.
계속 옆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출발하자, 캘버리로.

둘은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혜성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6월 13일 6am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둘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게요...... (꾹 입술을 깨문다)










혜성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사랑해.
하고 온 힘을 다해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힙니다.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혜성은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있는 것은 좀비 사태 이후로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 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의 반응이 뒤집힌 것은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혜성의 이름과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내용에서 착안해
"Comet-H"라고 명명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 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혜성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 장에 적힌 것은...

END 1. 이것을 ‘희망’이라고 하자.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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