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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 혜성현 플레이로그




:: CoC 7th ::

:: KP - 비슬 ::

:: KPC - 권 혜성 ::

:: PC - 이 현 ::

:: 플레이 일자 - 2020.05.04.월 ::

:: 플레이 타임 - 약 7시간 ::






캘버리를 향해 가는 100시간
W. 시나
KPC. 권 혜성
PC. 이 현
.
.
.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는 혜성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이 현:...(조교님...) (혜성의 손등을 쓰다듬는다)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 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 사태가 발발한지 일 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혜성은 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든 혜성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혜성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혜성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약속해야해, 반드시..."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혜성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이 현:.......(악몽이라도 꾸는 걸까......)
조교님, 일어나봐요. ...악몽이라도 꾼 거예요...?
나 옆에 있어요, .... (혜성의 손을 꼭 잡는다)
당신은 잠든 혜성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혜성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합니다.
권 혜성:...현아.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당신을 보고 한결 나은 표정을 짓는다.)
이 현:......악몽이라도 꿨구나. (어딘가 서글퍼보이는 표정으로 작게 웃으며, 현은 당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권 혜성:...응. 기분 나쁜 꿈이었어. (잠시 가만히 당신의 손길을 느끼다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오전 11시 48분. 곧 정오였다.) 이제 내가 보초 설게. 너는 눈 좀 붙여, 현아. 피곤하잖아.
이 현:...괜찮아요? 나는 원래 잠이 많지 않으니까, 정말 괜찮은데... (말끝을 흐리며 당신을 바라본다. 눈엔 졸음이 가득하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현은 가볍게 눈을 휘어 웃었다) 악몽, 꿨잖아요. 자고도 피곤할 텐데 조금 더 자요. 내가 더 깨어있을게요.
권 혜성:아니, 괜찮아. 오히려 잠이 확 깼으니까. (애써 괜찮은 척 하는 모습에 손을 뻗어 당신의 눈가를 쓸어준다.) 억지로 버티려고 하지말고, 지금 자둬. (당신이 누울 수 있도록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준다.)
이 현:으응......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조교님, 그치만 무리하지 말아요. 알겠죠?
권 혜성:응. 시간되면 깨울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현아, 내겐 네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해. ...알고 있지?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 말고, 혜성은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이 현:......당연히 알고 있죠. 내게도 조교님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걸요. (작게 웃곤, 눈을 감는다) ...왜 이렇게 세계 멸망이라도 막으러 가는 히어로처럼 말을 해요. 그런 플래그 세우지 말아요. ...불안한 건 싫어... (졸린 탓인지 이것저것 말이 헛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권 혜성:(당신의 말을 듣고 작게 소리내어 헛웃음을 짓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자, 피곤하겠다.
혜성은 자리를 펴고 누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이 현:...조교님...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8일 7pm
권 혜성:...현아, 이제 일어나.
당신은 혜성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이 현:...으...
밤...이에요...?
권 혜성:응. 해가 지고 있어.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이 현:벌써...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이 현:(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슬슬 출발해야하죠.
당신과 혜성은 남은 식량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 현:......
(제 옷깃을 꾹 잡는다)
권 혜성:(현의 손을 꼭 잡고 숨을 죽인 채 이동한다.)
당신과 혜성은 조용히,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갑니다.
< 행운 판정 >
이 현:
행운
기준치:70/35/14
굴림:66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이 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턱, 하고 혜성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혜성의 손짓에 따라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당신의 발밑에 밟으면 소리가 날 것처럼 보이는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 현:......(놀라 눈을 크게 뜬다)
권 혜성:(놀란 표정의 당신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레 공장지대를 빠져나간다.)
둘은 공장지대를 빠져나와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이 현:...위험... 위험했죠...
큰일날 뻔 했어요... 조교님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권 혜성:여기서 빨리 더 멀어지는 편이 안전하겠어. 빠져나오긴 했지만... 언제 그들이 이쪽으로 움직일지 모르니까.
이 현:...어서, 출발해요.
당신과 혜성은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권 혜성:지도대로라면 이대로 길을 따라가면 이스트 베일이라는 마을이 나올 거야.
이 현:...마을이군요...
살아있는... '사람'들이 남아있을까요...
권 혜성:...글쎄.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으니. 마을에 사람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겠지...
그래도, 우리가 쓸만한 물건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현:...그래요... 그럴지도 모르니까.
(작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힘내서 가요.
권 혜성:응. 도착하면 상태가 괜찮은 집에서 쉬는 걸로 하자. (당신을 보고 마주 웃어보인다.)
이 현:...좋아요. 오늘은 조금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신의 손을 꼭 잡으며)
얼마나 더 길을 따라 걸었을까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트 베일에 어서오세요] 라고 적힌 간판이 새벽 어스름 너머로 보입니다.
권 혜성:동이 트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네. 쉬어갈만 한 집을 찾아보자.
이 현:그래요. ...어디가 괜찮으려나...
당신과 혜성은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이 현:......
둘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뒷골목으로 걷다가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현:저 쪽, 저 집이 안전할 것 같아 보이죠...?
들어갈까요...?
권 혜성:그러자. 해가 완전히 뜨면 실내에 있는게 더 안전하니까.
이 현:(고개를 끄덕이곤) ......(조심스레 집의 문을 연다)
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예전에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이 현:주방에... 먹을만한 게 있는지 먼저 찾아볼까요? ...내일 출발할 때에 챙겨먹고 가야할 테니까.
권 혜성:식량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래. 찾아보자.
이 현:(주방을 뒤져본다)
아니나 다를까 냉장고는 텅 비어있습니다.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있습니다.
이 현:......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검게 굳은 피가 잔뜩 엉겨붙어 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이 현:(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여, 여긴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ㄴ, 냄새도 심하고... 방으로 가볼까요...?
제일 큰 방을 먼저 살펴봐요, 우리.
권 혜성:...그게 좋겠다. (당신이 걱정되는 듯 손을 꼭 잡고 주방을 나와 가장 큰 방인 세번째 방으로 향한다.)
큰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인 것은 침실입니다. 거실이나 주방에 비해 비교적 깔끔해보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이 현:...여기서 자면 되겠어요... 꽤 깨끗한 편이네요...
권 혜성:그러게. 침대 상태가 꽤 괜찮은 거 같아. 오랜만에 편하게 잘 수 있겠어.
짐은 이곳에 풀어두고 다른 방을 살펴볼까?
이 현:그래요, 우리. 벽쪽 방부터 가볼까요?
(짐을 내려놓고, 문 앞으로 다가간다)
벽쪽의 방, 두번째 방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이 현:...닫혀있네...
옆방부터 볼까요...?
권 혜성:잠겨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문이 문틈에 뻑뻑하게 끼어있는 것 같아.
이 현:으음...
그냥... 불안해서요... 영화에선 이런 데에 뭐가... 항상 있던데...
권 혜성:(불안해 하는 당신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옆 방을 먼저 보고오자.
이 현:좋아요. (옆방의 문을 열어본다. ...이 방은 잘 열리나?)
끼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습니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이 현:와......
(책장을 살펴본다)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현:......?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
이 현:(책을 살펴본다)
책의 내용은 책 제목에 적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영어단어가 잔뜩 나열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어렵고요. 특별히 중요한 내용은 없어보입니다.
이 현:......
(안타깝게 됐네. 감염... 백신을 연구하던 사람이었던 걸까...)
(액자를 살펴보자)
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살아 있을까요?
이 현:(...살아있길... 바라야지...)
(책상엔 다른 게 없을까?)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이 현:(향초...?)
(서재에 초를 가져다 놓다니... 뭔 기능이라도 있나...)
(...음...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메모패드부터 보자)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or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무래도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장>
우리 가족이 향하려던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이 현:(...안전지대가 함락...?)
<다음 장>
20XX년 X월XX일. 제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 장>
일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이때 해열제나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이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삼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그 밑에)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 장>
제시를 방에 격리했지만 벨이 우리 몰래 제시를 보러 갔다,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 장>
제시와 벨을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 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 장>
내가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된다.
<마지막 장>
더이상 버틸 수 없다.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이 현:......
(주방... 역시...)
(거실에 있는 도끼는... 아...)
(저 방 문은 열지 말아야겠다. 조교님한테 말해서 앞에 뭔갈 쌓아두자고 할까...)
권 혜성:(책장에 꽂혀있는 다른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어느새 당신 옆으로 와서 당신의 눈치를 본다. 심상치 않아보이는 기색에 당신이 읽고 있던 메모패드를 흘겨보았다.) ...괜찮아? 힘들면 가서 쉬고 있을래?
이 현:......으응... 같이 가요. 괜찮아요. ...참, 조교님. 이거, 이 집 원래 주인이 적은 글 같은데...
(조금 괴로운 눈을 하고서, 다시 메모패드를 내려다보았다가, 당신을 바라본다)
...전부 좀비가 되어버린 모양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아마 잘 열리지 않던 옆방에, 있겠죠. 다들.
...방 앞을 막아둘까요? 막아둘만한 게 있을까.
권 혜성:방 문이 빡빡하게 닫혀있었으니까 문 앞에 책을 쌓아두는 정도로도 괜찮을 거야. 문을 열려고 하면 분명 소리가 날 테니까,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집을 나서면 돼. (괴로운 기색의 당신을 품에 끌어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를 서야겠다. 모처럼 좋은 침대를 발견했으니까 먼저 자, 현아.
이 현:응, 그렇게 해요...... (당신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서 깊게 숨을 들이쉰다. 언제든 당신의 품에 있을 때에는 마음이 놓였다. 이 1년 7개월의 시간은, 그래, 그렇게 버텨온 시간이었다. 나의 전부. 나의 세계. 현은 당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안고서, 숨을 뱉었다. 겨우 진정이 된 건지, 이내 고개를 들고서) ......피곤하지 않아요? 아까도 조교님이 보초를 서다 나왔잖아요. 내가 그러는 쪽이 나을 것 같은데.......
권 혜성:괜찮아. 피곤해지면 깨울테니까, 그 때 교대하자.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많이 피곤했을텐데... (표정에는 걱정어린 기색이 역력하다.)
이 현:......알았어요, 조교님...... (당신의 표정에 깃든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아이마냥 당신을 조금 더 끌어안고서, 뺨에 입을 맞춘다. 붉은 자안에는 당신을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무리하지 말아요. 자고 싶으면 꼭 나 깨우고. 알겠죠? 약속.
권 혜성:응, 약속. (당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작게 웃어보인다. 그 순간만은 현실의 상황, 현실의 걱정들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이 현:(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그럼 이따가 봐요, 하고 속삭였다. 그리곤 곧장 걸음을 옮겨 침대가 있던 방으로 들어간다)
당신이 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혜성은 잘자, 하고 짧게 인사합니다.
잘자, 라고 말하는 혜성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듯 보였지만
몰려오는 피곤함에, 오랜만에 눕은 푹신한 침대 위에서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
6월 9일 6pm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붉은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 할 나위 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이 현:......?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이 현:왜......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혜성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현:조교님은 어디에 있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니 혜성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59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무래도 혜성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현:......조교님......?
뒤늦게 인기척에 당신이 깨어난 것을 안 혜성이 당신을 돌아봅니다.
권 혜성:아, 현아. 잘 잤어?
이 현:뭐 하고 있었어요......?
깨우라니까, 깨우지도 않고...
잠도 못잤을 거 아니에요.
(부루퉁한 얼굴로 속상하다는 듯이 당신을 본다)
권 혜성:그냥, 옆 방에 좀비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잠이 안오더라고.
침실이 깔끔해서 그런지 별로 피곤한 기색도 못느꼈고...
이 현:...그게 뭐예요, 정말......
...그런데, 적고 있던 건 뭐예요?
내가 일어난 것도 모르고 열심히던데.
권 혜성:으음, 조금 부끄러운데... 너를 위한 책을 쓰고 있었어. 아직 미완이니까, 내용은 비밀이야. 완성하면 보여줄게. (방금 일어나 부스스한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넘겨 정리해준다.)
슬슬 출발할까?
이 현:나를 위한 책......? (미심쩍은 얼굴을 하지만, 이내 쓰다듬어오는 손길이 기분 좋은지 풀린 낯을 한다. 현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며, 작게 웃었다) ...출발해요, 부지런히 가야죠.
해가 완전히 지고, 달이 어스름히 보일 때가 되어서야 둘은 길을 떠납니다.
좀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현:...마트네요... 식량이... 남아있을까요. 있다고 해도 과연 썩지 않았을지......
권 혜성:...그래도 마을에 있던 다른 집들 보다는 가능성이 있겠지. 꽤 큰 마트니까, 유통기한이 긴 식품들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슬슬 식량이 다 떨어져가고 있었기에 실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탐색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굳이 그 말을 밖으로 꺼내어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애둘러 마트를 탐색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표현을 한다.)
이 현:그래요, 통조림같은 건 유통기한이 5년이나 된다니까, 운이 좋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니면 군용식량이라도. 군용식량도 기호식품으로 종종 팔던 걸 본 것 같으니까요. (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을 바라본다) 가볼까요?
가까이서 본 마트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이 현:선반...
선반부터 찾아봐요. 뭔가 먹을 게 있을지도 몰라.
첫번째 것부터 볼까요?
권 혜성:차례대로 살펴보자.
이 현:좋아요.
(첫번째 선반을 살펴본다)
첫 번째 선반은 장난감 코너인 것 같습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민첩 판정>
이 현:
민첩
기준치:30/15/6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선반에서 곰인형 하나가 떨어집니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어있는...
이 현:...........!!!!!!!!!!!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이 현:(어, 어떻게 꺼 어떻게?!)
(끄는 곳은 어디... 어디에 있지?!)
당신은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권 혜성:(당신을 끌어안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본다. 주변에 좀비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한다.)
...주변에 좀비가 없어서 다행이야.
이 현:.........미안, 미안해요, ...미안해요, 조교님...
(입술을 꾹 깨물며 소리 죽여 흐느낀다)
권 혜성:(많이 놀란 기색인 당신을 진정시키고자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며 한참을 당신을 끌어안고 있는다.)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 현:(눈물이 멎질 않아, 당신을 껴안고서 한참이나 그렇게 서있었다. 당신의 옷을 쥐는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다음부턴... 더 조심할게요... 미안해요... (불안, 그래, 그 목소리를 꽉 막고 있는 것은 불안이었다. 언제 당신과 내가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 ...더... 조심할게요... (목소리가 조금 더 잦아든다. 현은 겨우 숨을 삼키며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권 혜성:괜찮아, 현아. 네가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고있는 당신을 꽉 끌어안고 당신이 진정 될 때까지 등을 쓸어준다.)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당신의 목소리에 깃든 불안은 저를 슬프게 했기에 당신을 품에 끌어안고 있는 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것을 당신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당신을 더욱 품에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이 현:응... 전부... 전부 다... 캘버리까지만 가면... (거듭 당신이 속삭이는 괜찮다, 는 말이, 마치 진통제 같아서. 현은 당신의 품에 고개를 묻고서 가득 숨을 쉬었다. 그제야 현은 진정한 듯이, 허옇게 질릴 때까지 쥐고 있던 옷깃을 놓았다) ...고마워요, 조교님... .......
권 혜성:(이따금씩 불안에 질리는 당신을 볼 때면, 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안전지대에 도착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금도 마찬가지. 바닥에 떨어진 노래하는 곰인형을 챙겨두고는 마트 탐색을 마저하기로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을 쉬게 한 채로 혼자 마트를 탐색하고 싶었지만, 당신을 혼자 두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 쓰게 웃었다.) ...조금만 살펴보고 다시 캘버리로 가자.
이 현:...그래요, 어서, 어서 둘러보고 빨리 떠나요. (이제 기운을 차렸다는 듯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음 선반을 향해 조심스레 걸음을 디뎠다. 혹시라도 아까처럼, ...그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는 듯 잔뜩 움츠러든 걸음걸이였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 행운 판정 >
이 현:
행운
기준치:70/35/14
굴림:12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을 1개 발견했습니다. 유통기한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운이 좋네요!
이 현:...다행이다.
조교님, 먹을만한 게 있어요. 다행이네요. ...창고... 창고 쪽으로 가볼까요...?
권 혜성:다른 사람들이 식량을 찾으러 왔다가 미처 발견 못하고 간 건가 봐. 운이 좋네. (고개를 끄덕이고 창고쪽으로 향한다.)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불현듯 지난 번 들렸던 집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 현:...
안에, 있겠죠, ...좀비.
권 혜성:...아마. (문 가까이에 귀를 대고 들어본다.)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68
판정결과:실패
이 현:...뭔가 들리나요?
권 혜성:...글쎄. 잘 안들리는데.
이 현:...저도 들어볼게요.
< 듣기 판정 >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79
판정결과:실패
문에 귀를 대고 들어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 현:...음...
뭔가 들리는 건 없지만...
그래도 위험하니까요.
열어...볼 거예요?
권 혜성:...위험할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물자 하나하나가 귀하고, 언제 또 이렇게 큰 마트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현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내가 갔다올게.
이 현:...혼자는. ......혼자는 위험하잖아요. 무, 물론, ...힘이 센 건 아니라 짐이 될 지도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손이 둘이면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것도 쉬울 거예요. 같이 가요. (근처에 사용할만한... 무기 같은 느낌의 물건이 없을까?)
권 혜성:...정 그러면 내가 앞장 서서 갈테니까 뒤에 딱 붙어서 따라와, 현아. (이곳에 당신을 두고 가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였으니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 현:네, 조교님.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간다)
당신과 혜성은 숨을 죽이고 창고 문을 노려보았습니다.
짧은 눈빛교환을 주고받은 후 혜성은 끼익,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좀비의 희뿌연 눈과 마주칩니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회피 판정>
이 현:
회피
기준치:15/7/3
굴림:24
판정결과:실패
권 혜성:
회피
기준치:30/15/6
굴림:60
판정결과:실패
비슬 (GM):
rolling d100
(
35
)
=
35
무작정 달려든 좀비는 둘에게 1의 피해를 입힙니다.
이 현:....!
다음 순간 혜성은 쇠파이프를 들어 좀비의 머리를 강타했고 좀비는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않습니다.
권 혜성:...현아! 괜찮아?
이 현:읏......
괜찮아요... 조교님은요...?
권 혜성:괜찮아. 벽에 튀어나온 곳에 조금 스쳤어. (당신을 안심시키며 당신의 상태를 살펴본다.)
응급처치
기준치:70/35/14
굴림:81
판정결과:실패
(젠장...)
이 현:......다행이다... 크게 안 다쳐서...
얼른... 얼른 나가요. 소리를 듣고 더 몰려오면 안 되잖아요.
권 혜성:...빠르게 탐색하고 떠나자.
이 현:네.
(창고를 살펴보자)
창고의 벽면에는 좀비에게서 튄 썩은 살점과 피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 SANc 0/1 >
이 현:
SAN Roll
기준치:90/45/18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런 것... 익숙해.)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처참히 짓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뒤로 하고 당신은 창고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널찍한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상자1] [상자2] [상자3] 을 발견합니다.
이 현:(하나씩 전부 열어보면 되겠지...)
(첫번째 상자를 열어본다)
유행이 지난 옷들을 무더기로 세일할때 쓰였던 상자인가 봅니다.
상의, 겉옷, 바지, 속옷, 양말 등…
몇달 째 입고다니던 누더기 같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현:조교님, 여기 봐요. 갈아입을만한 옷이 있어요.
맞는 사이즈가 있을까요? 사이즈를 찾는다면 갈아입는 게 좋겠죠.
권 혜성:...마침 필요했는데, 잘 됐네. (피가 튄 자신의 상의를 흘겨보고 옷더미 속에서 당신과 자신의 사이즈에 맞을 법한 옷을 찾아낸다.)
이 현:(잠깐 당신을 보며 머뭇하다가, 이내 그런 게 이제와 무슨 상관인가 싶어 훅 옷을 벗어버린다. 당신이 찾아낸 옷을 걸치고서, 당신을 바라본다) ...다행이에요. 옷, 마침 찝찝했는데.
찝찝한 옷을 갈아입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집니다.
< SAN +1 >
이 현:(이제... 두번째 상자를 보자)
상자 안을 열어보자 단백질 바 한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맛이야 끔찍하겠지만...
이거면 족히 몇 주를 먹을수 있을 거예요.
이 현:먹을 게 생겼어요. 굶어죽을 일은 없겠네요. 다행이다.
권 혜성:그러게. 안전지대에 도착하기 전까지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이 현:게다가 단백질! 단백질은 좋은 식사원이랬어요. (잘 챙겨넣고서, 세번째 상자를 열어본다)
세 번째 상자 안에는 누군가에겐 정말 절실할… 술병들이 들어있습니다.
와인이네요.
마트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이지만 이 망해버린 세상에선 감지덕지일 것입니다.
이 현:...와인...
(아련한 눈으로 와인병을 바라본다)
추울 때 조금씩 마시면 불을 피우지 않아도 따뜻해지겠지...
1g에 7kcal... 소중한 열량 공급원...
...와인을 챙기던 당신은 문득 옆에 있던 혜성이 없어진 것을 눈치챕니다.
이 현:......?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혜성이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현:조교님...?
뭐 하고... 있어요?
권 혜성:...총이 있어. 아마 원래 이 마트의 보안요원이었다거나 했던 것 같아. (좀비의 시체 뒷주머니에서 꺼낸 권총을 챙겨둔다.)
소리 때문에 쓰기 쉽지 않겠지만... 챙겨서 나쁠 건 없겠지.
이 현:...그렇겠죠. 적어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우릴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총알은 충분한가요?
권 혜성:(가볍게 총을 살펴본다, 3개의 총알이 있다.)
3개 정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 현:...충분하죠.
권 혜성:이 정도면 여기서 찾아 볼만한 곳은 다 찾아본 것 같아. 슬슬 나가자.
이 현:그래요, ...부지런히 걸어야죠.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다)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혜성이 말을 꺼냅니다.
권 혜성:...현아, 조금 힘들겠지만 낮에도 이동하는 게 어떨까. 이 앞으로는 쭉 도로가 이어지니까 좀비는 거의 없을 거야.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이 현:...낮에도요...? (고민하는 표정을 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이 당신을 바라본다) ...그래요. 어차피, 시력이 나쁘다고 했으니까... 낮에도 꾸준히 걸어요. (당신을 향한 신뢰였다. 당신의 판단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다, 는)
< 심리학 판정 >
이 현:
심리학
기준치:50/25/10
굴림:76
판정결과:실패
혜성은 조금 조급해 보였지만, 그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그저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에 도착하길 바라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까 마트에서의 일도 있고 하니, 여러모로 빨리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 도착하길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당신은 혜성과 함께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이 현:......(낮... 햇빛을 제대로 보는 거구나...)
둘은 한참을 조용히 걸었습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한참이나 말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던 혜성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권 혜성:현아, 저기서 좀 쉬어갈까?
이 현:...아...?
혜성의 손가락을 따라가면, 멀지 않은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이 현:...그래요...
정 위험하면... 기름이라도 뿌리고 불질러버리고서... 도망치는 걸로 해요.
(작게 웃고서는, 지친 얼굴로 걸어간다)
6월 10일 11am
이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 정도라면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아보입니다.
주유소를 둘러보면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유기] 몇 대가 보입니다.
이 현:...으으...
...목 마른데...
자판기에 뭔가... 남아있을까요.
권 혜성:찾아보고, 없으면 가방에 생수가 남아있으니까 그걸 마시면 될 거야.
이 현:그래요. (당신에게 웃어보이곤, 자판기를 살펴본다)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깔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이 현:...다행이다.
물을 좀 아낄 수 있게 됐어.
(웃으며 당신에게로 다가간다)
생수를 찾았어요. 안에 있었나봐요.
권 혜성:다행이네. 아까부터 운이 좋은 걸. 이정도면 물자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작게 웃어보인다.)
이 현:(당신의 미소를 보고 활짝 웃고는, 생수를 따 적당히 목을 적실 정도로만 마신다) 조교님도 마셔요. 목마르지 않아요?
권 혜성:괜찮아. 주유소에 오기 전에 조금 마셔뒀으니까. (걱정말라는 듯 웃어보이며 사무실 쪽을 가리킨다.) 이쪽도 살펴볼까?
이 현:아... 이미 마셨구나. 다행이네요. (씩 웃고는) 아, 맞다. 그래요. 사무실도 봐요. (생수의 뚜껑을 꼭 닫은 후 챙겨넣고서, 당신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잠겨 있는 것 같네요.
하나 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이 현:음...
권 혜성:잠겨있네.
이 현:(열쇠가... 필요하겠네.)
주유기 쪽을 볼까요? 혹시 모르잖아요.
주유기는 평범해 보입니다.
이 현:별 거 없나...
당신이 기름을 챙겨가면 쓸모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이 현:,....!!
?: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이 현:(차마 비명은 지르지 못하고 겁에 질린 눈으로 아래를 바라본다)
당신이 시체인 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이 현:아...아......
감염자: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혜성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혜성는 그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몇차례고 발길질을 합니다.
이 현:......
조, 조교, ㄴ, ...!
퍽, 퍼억, 퍽,
감염자의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혜성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이 현:... 우욱... (치미는 토기에 제 입을 틀어막고는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
본다)
혜성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미 죽었을 게 분명한 그것에 몇 번이고 걷어차던 혜성은,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권 혜성:...현아, 괜찮아?
이 현:......
괜... 괜찮...아요...
당신을 바라보는 혜성의 표정에는 걱정만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섬뜩하고 이질적이게 느껴집니다.
< SANc 0/1 >
이 현:
SAN Roll
기준치:91/45/18
굴림:3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이 혜성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현:.........(어떤 모습이든... 그래... 조교님은, 조교님이야.)
......?
쥬드: ….와, 장난 아닌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이 현:누구...
쥬드: 저기, 우선 들어 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이 현:아, 그, 그래요... (머뭇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을 올려다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것도 같은 눈빛을 하고선...)
권 혜성:(저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큰 문제는 없겠지... 여차하면, 이쪽에는 총도 있으니까.)
이 현:실례하겠습니다. (현은 당신의 손을 꼭 잡고서, 사무실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당신과 혜성은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생존자인지 모르겠네. 쥬드라고 합니다.
이 현:쥬드... 씨군요. 반가워요. 저는 현이에요. 이 현. 그리고 이 쪽은...
권 혜성:...권 혜성입니다. 사무실 문이 잠겨있었는데, 쥬드씨가 잠가두었던 모양이네요.
쥬드: 아, 그렇죠. 뭐. 요즘같은 때엔 문단속이 중요하잖아요?
여러분도 캘버리의 안전지대를 향해 가는 길 맞죠?
이 현:...네, 맞아요. 쥬드 씨도 떠나던 길이셨나요?
쥬드: 뭐, 그렇죠. 혼자 출발한 건 아니었는데, 어느새 나만 남았지. 생존자를 만나는 건 3개월 만이에요.
이 현:3개월...... 그랬군요. 그 동안 혼자... 고생 많으셨겠어요.
쥬드: 그나저나, 캘버리로 향하는 거면 연합정부의 방송을 들은 걸 텐데, 당신들 왜 대낮에 움직이고 있는 겁니까?
이 현:...도로 쪽으로 쭉 걸어왔거든요. 낮에도 좀비가 별로 없었어요.
쥬드: 으음, 운이 좋았네요 그건. 앞으로는 되도록 해가 지고 움직이는 걸로 해요. 캘버리를 눈 앞에 두고 죽을 순 없는 거잖아요?
그나저나, 갈 길도 겹치는데 캘버리에 도착할 때까지 제가 동행해도 될까요?
이 현:...그건, 그렇죠. (작게 웃고는) 아, 그럴까요. 사람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조교님은 어때요?
권 혜성:...나쁘지 않지. 동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길이 겹치는 한 길 위에서 만날텐데, 그냥 처음부터 동행하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이 현:좋아요, 그럼 같이 가는 걸로. (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쥬드: 하하, 캘버리까지 잘 부탁해요. (웃으며 화답한다.)
혜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한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 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마트에서 구한 칼로리바와 참치캔, 쥬드가 꺼낸 무화과 등.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트 창고에서 챙겨온 와인을 지금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현:...음. 뭔가 풍성한 식사니까요.
와인도 마실래요?
아까 마트에서 챙겨온 게 있어요.
쥬드: 오오, 세상에.
이게 얼마만의 술이야.
(사무실 서랍 안을 뒤적거려서 종이컵을 세 개 꺼낸다.)
술이 있는데 건배가 빠지면 섭하죠. 건배나 하죠, 우리.
이 현:좋아요, 건배. (와인을 종이컵에 채우고서, 유쾌한 손짓으로 종이컵을 든다)
건배사는 쥬드 씨가 하는 걸로?
쥬드: 오, 좋죠.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이 현: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권 혜성:...미래를 위하여
건배! 하고 셋은 잔을 가볍게 부딪힙니다.
세 사람은 음식과 와인을 나눠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이어갑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에, 금세 기분 좋을 정도의 적당한 술기운이 오릅니다.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취기에 흐려진 시야를 통해 어제처럼 등을 돌린 채 노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혜성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이내 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이 현:......으......
머리야...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혜성입니다.
아무래도 밤새 그 ‘책’이라는 걸 쓴 모양입니다.
이 현:......
권 혜성:일어났어, 현아?
이 현:조교님, 또 안 잤죠.
권 혜성:으음... 나는 정말 괜찮아.
이 현:정말요?
권 혜성:그래.
캘버리로 가야지, 하루라로 빨리...
이 현:(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다가, 가까이 다가간다)
...하루라도 빨리... 가야죠...
(작게 웃으며 당신의 어깨에 툭 머리를 기댄다)
...얼른 가서...
샤워도 하고, 같이 푹 잠도 자고.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서...
이 현:둘이 같이 지내면 좋겠어요.
...1년 7개월 전처럼.
권 혜성:(제 어깨에 기댄 당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러려면 빨리 출발해야겠는 걸.
이 현:그럼요, 얼른 가서... 여기 생존자가 더 있다고 알려야지.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현은 당신을 꼭 껴안고서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사랑해요, 조교님. ...우리 대학 나온지도 한참인데, 이제 조교님 말고 다른 걸로 불러야하나?
권 혜성:하긴. 이제 조교님은 아니니까. (장난스레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당신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는 평화를 되찾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럼, 뭐라고 불러주려고?
이 현:글쎄요, 뭐가 좋을까아, 하고 고민 중이었는데...... (간질간질한 기분. 현은 느리게 웃으며 당신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혜성 오빠?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올곧게도 부르는 호칭. ...이내 부끄러웠는지 확 얼굴을 붉히며 당신의 품에 고개를 파묻어버린다)
권 혜성:(얼굴을 빨갛게 하고서는 제 품에 고개를 묻는 당신을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듯 끌어안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현아, 너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쥬드: ...둘이 분위기 좋은 건 알겠는데, 이제 짐도 다 챙겼고 슬슬 출발하는 편이 좋겠어요. (뾰루퉁한 투로 말하고는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이 현:으... 몰라, 부끄러워요... (당신의 웃음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현은 어린애마냥 품에 파고들어서 뺨을 부비고, 나른하게 웃었다가, ...쥬드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아, 앗... 깨, 깨어계셨네요!
권 혜성:...빨리 챙겨서 나가봐야겠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현:...얼른 가야지... (당신의 입맞춤에 씩 웃고는 짐을 챙겨 뒤따른다)
당신과 혜성, 그리고 쥬드까지.
셋은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이 문득 옆에서 걷는 혜성을 돌아보니, 혜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혜성을 바라보는 당신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 ...저 친구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데요.
이 현:...정신이요?
행여 혜성이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쥬드: 내가 이래 봬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은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에 독일어, 스페인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거 같은걸 보니...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 인 거 같거든
이 현:...으음.......
혜성 오빠가 천재긴 한데요...
(20개... 까지 하던가...?)
......
그러고보니 최근의 혜성은 여러모로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책을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동안의 혜성은, 마치 당신이 알던 혜성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이라, 그 또한 미쳐가는 걸까요.
쥬드: 뭐, 너무 걱정 말아요.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이 현:.......
그건, 그렇죠.
쥬드: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이 현:아무튼 그런 세상이니까요.
길을 걷는 동안 쥬드는 당신에게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들의 이야기, 자신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야기 등….
한참동안 당신에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쥬드: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거 같네.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이 현:내 이야기요?
......으음, 어디서부터 해야할까......
궁금한 거라도 있어요?
쥬드: 아, 그렇지. 척 봐도 미국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이곳에 있게 된 거예요?
이 현:아, 유학을 왔거든요. 한국에서. ...둘이 같이 왔어요. 미국에서 이것저것 배워보고도 싶고, 또, 단 둘이서 모르는 사람 뿐인 곳에서 함께 지내보고도 싶고. ...꼭 신혼부부같은 느낌이었다니까요. (작게 웃는다) 그래서 저는 미술을 공부하고, 오빠는 천문학을 공부하고... 꽤 유명했는데. 권 혜성, 나사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은 천재, 라고... (뿌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이 혜성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을 때,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혜성이 쓰러집니다.
이 현:......!
오빠!
가까이 다가가 혜성을 살펴보니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밤새 잠도 안 자더니 결국 쓰러져 버린 걸까요.
이 현:아... 세상에...
쥬드: ......이 친구를 어디에 좀 눕혀야 할 것 같은데...
이 현:어쩌면 좋아요... 감기일까요? 몸살? 너무 무리한 걸까요...?
...어디에...
쥬드: 우선은 건물을 찾아보죠.
이 현:그래요...
(슬픈 얼굴로 당신을 한 번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혜성을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동이 트는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이 현:...하아...
건물이 있네요...
저 쪽으로 가볼까요.
쥬드: 지금은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6월 11일 5am
가까이 가보니 멀리서 본 건물은 초등학교였습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이 현:......
쉴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관찰 판정>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1층에 위치한 한 교실에는 움직이는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네요.
이 현:저 쪽이 비어있어요. 창문쪽으로 들어가요.
쥬드: 마침 1층이라니. 운이 좋네요.
이 현:그러게요. 다행이에요...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혜성을 눕혔습니다.
쥬드: 일단 해가 뜨니까 우리도 좀 쉬어야 겠어요.
이 현:그래요... (걱정스러운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쥬드의 말에 대꾸한다)
당신은 혜성의 곁에 누웠습니다.
혜성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혜성은 갑자기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은 혜성과 함께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선잠에 들었습니다.
……..
권 혜성:현아... 현, 아...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혜성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이 현:......!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혜성이 보입니다.
이 현:오빠, 나 여기 있어. 오빠 옆에.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이 현:(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는다)
권 혜성:...현아, 아파... 너무, 아파...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여 뺨을 타고 흐른다.)
그의 몸에서는 불덩이 같이 열이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현:......(당신의 눈물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느껴졌다. 현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옷소매로 당신의 땀을 닦아낸다) 약... 약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괜찮아질까...? ...오빠, 아, 조금만, ... 조금만 참아... 여긴 초등학교니까... 약을... 약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혜성의 신음 소리를 듣고 깬 쥬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혜성을 살펴봅니다.
쥬드: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학교니까, 양호실이 있을지도 몰라요.
이 현:...진통제는 다 가지고 있을 테니까...
쥬드, 양호실은 보통 1층 건물에 있으니까 여기서 가까울 거예요.
함께 나가자고 하면, ....... 따라와줄건가요?
*건물 1층...
쥬드: 그러죠. 마침 학교에 쓸만한 게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었으니까요.
이 현:좋아요. ......문을 꼭 닫아놓고 가면... 괜찮겠지... (불안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술을 꾹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빠,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약을 가지고 올테니까... (그 사이에 당신이 죽을 수도 있다, 는 건, 애써 떠올리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할 수 없는 명제다. 현은 교실 문에 손을 대었다) 좀비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오죠.
조심하자는 말이 무색하게도 복도로 나오자 저 멀리서 2마리의 좀비가 당신들에게 달려듭니다.
이 현:읏...
<회피 판정>
이 현:
회피
기준치:15/7/3
굴림:41
판정결과:실패
비슬 (GM):
rolling d100
(
91
)
=
91
당신을 향해 달려든 좀비는 당신을 공격하지 못하고 발에 걸려 그대로 곤두박질칩니다.
이 현:......(심장이 미친듯이 쿵쾅댄다. 겨우 진정을 하며 쥬드를 바라보았다)

그 틈을 타 뒤에서 따라나온 쥬드가 쇠지랫대로 좀비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이 현:...큰일날 뻔 했네요.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좀비들이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좀비들이 당신들을 향해 달려오기 전에 빠르게 양호실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치고, 일렬로 늘어진 교실을 지나면 [캐비넛]과 [사물함], [학교약도]가 보입니다.
이 현:약도... 양호실 위치가 있을까...
약도를 살펴보자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그을림 사이로 희미한 글씨들이 보입니다.
이 현:글씨가...
잘 안 보이긴 하는데...
약도와 사물함, 캐비넷이 있는 게 이쪽이니까...
양호실은 다른 건물에 있는 것 같아요.
다행히 1층이네요.
빨리 다녀옵시다. 거쳐야하는 곳이 좀 많으니까요.
이 현:(양호실이 있는 건물로 가자)
둘은 건물 밖에서 양호실이 있는 쪽의 창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그 안에 좀비는 없는 것 같아보입니다.
이 현:(안으로 들어가자)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넘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이 현:...
일단 침대쪽부터... 혹시 덮을만한 걸...
(침대를 살펴본다)
좀비 사태 이후 환자들을 뉘였는지 정돈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침대를 쓰는 건 어려워 보이네요.
<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1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침대들을 살펴보던 당신은 침대 아래의 서랍에서 비교적 깔끔한, 쓰지 않은 수건들을 발견합니다.
이거라면 혜성에게 물수건이라도 얹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현:...다행이다...
서랍, 서랍에는...
그 와중에 상태가 깔끔해 보이는 여분의 이불도 발견했습니다.
이 현:앗.
(이불도 챙긴다.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이 현:진통제... 해열제... 지금 필요한 약들이야.
(약을 챙긴다)
당신은 서랍안에 들어있던 약들을 챙겨두었습니다.
이 현:(이제 상자를 열어보자)
상자 안에는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이 현:(앗... 이것도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챙기자)
벌써 많은 것을 챙겨담느라 짐가방이 무거워지긴 했지만, 당신은 그런 것 따윈 아랑곳 하지도 않고 상자 속 물건들을 챙겨 넣었습니다.
이 현:싱크대엔? 뭐가 있지?
물... 물은 나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싱크대의 손잡이를 돌려보니 물이 나옵니다.
<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싱크대 아래에 깨끗한 양동이 하나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물을 받아가면 되겠네요!
이 현:(양동이에 물을 받는다!)
당신은 양동이 한 가득 물을 담았습니다.
깨끗한 덮을 것에 약, 그리고 물까지, 정말 큰 수확이네요.
들어갈 때와 다르게 양호실에서 나갈 땐 짐이 양손 가득 입니다.
이 현:(이제 조심해서 돌아가야지)
(조금만 기다려요 오빠...!)
당신과 쥬드는 큰 수확을 얻고서는 혜성이 있는 교실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챙겨온 약을 혜성에게 먹이고, 담아온 물을 이용해 물수건을 만들어 식은땀을 닦아주고는 그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쥬드: ....이런 사람을 데리고 이동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이 현:...네...
(슬픈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열은 좀 내렸을까, 아픈 건 좀 덜할까...)
쥬드는 당신이 혜성을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말합니다.
쥬드: ...당신은 저 남자를 어디까지 믿어요?
이 현:...무슨... 의미인가요?
쥬드: (머리를 몇 번 긁적이고는) ...당신들이 둘도 없는 소중한 관계라는 걸 아주 잘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수록 끝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이 현:......
오빠는.......
......
이제 우린 믿을 사람이 서로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니, 애초부터 우리 둘, 서로 뿐이었던 거였죠. 내가 오빠를 믿지 않으면, 오빠가 나를 믿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에게 신뢰받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반드시 함께 캘버리까지 갈 거예요.
쥬드: 뭐... 그래도 고민 좀 해보는 게 좋을 걸요. (구석에 자리를 잡아 눕고는 잠을 청한다.)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 때문일까요?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
혜성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이 현:......다행이다.......
혜성이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니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우고, 약을 찾아 돌아다녔으니
피곤한 게 당연하겠죠.
이 현:으으...
......잘자요, 오빠. 내일은 건강한 모습으로 봐요.
...사랑해요.
(작게 웃고는, 눈을 감는다)
지금 잠에 든 혜성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혜성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듣기 판정>
이 현: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둘의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지만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이 현:........!!!!!!!1
오빠!
당신이 황급히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혜성과,
...얼굴에 총을 맞고 즉사한 쥬드입니다.
이 현:..................!
당신과 눈이 마주친 혜성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이 현:오, 오빠......

권 혜성:...현아.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둘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이 현:......아......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 현:......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이 현:여기까지...일까... ......그 오랜 시간을... 걸어왔는데...
..............
오빠.
도망치자.
권 혜성:...
그 순간, 돌연 혜성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캐비넷으로 달려가,
당신을 캐비넛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이 현:......!
오빠!
오빠!!!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캐비넷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뭘 끼워뒀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넷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혜성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 현:아... 아.... 제발... 제발.................
권 혜성:미안해, 현아
그렇게 말한 혜성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노래하는 곰인형’ 입니다.
이 현:오빠.....................제발.................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로 혜성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이 현:제발..........흐윽.....................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로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이 현:(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아, 세상이,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온 몸의 피가 싸하게 식어버리는 것 같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하늘 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이 현:.....................................
철제의 캐비넷 안은 춥고 어둡기만 합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부터 그는 여차할 때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이 현:아........
(더,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혜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 현:(......오빠가...... 기어코 나를 살렸는데...... 나는... 살 의미를... 잃고야 말았는데...)
지옥과도 같은 적막을 뚫고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이 현:......
(아... 이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넷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혜성이 서있습니다
이 현:......!
권 혜성:...현아.
이 현:오빠......?
어떻게......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혜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현:(왈칵 눈물이 터져나왔다. 더 이상 흐를 눈물도 없을 정도로... 흘렸다 생각했는데.)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집,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 현:..................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그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는 것도 같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있는 혜성은
감염자입니다
이 현:어째서?
SANc 1d3
이 현:
SAN Roll
기준치:91/45/18
굴림:94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3
(
3
)
=
3
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혜성은, 이제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이 현:우리 항상 함께 있었잖아...
도대체 언제...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혜성은, 몇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권 혜성:...최대한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어.
...가면서 이야기 해줄게, 현아.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이 현:......
(멍한 눈으로, 비척비척 일어나 당신의 손을 꽉 잡는다)
6월 12일 6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혜성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권 혜성:...일단, 쥬드는.... 내가 잠에서 깼을 때, 그 자식이 우리 가방을 뒤지고 있었어.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고 한 것 같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이, 내가 감염자라는 걸 너에게 말하겠다고 협박하길래...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말하고 혜성은 품 안에서 요 몇 일간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 보여줍니다.
이 현:......잘했어, 오빠. .......? 이건...
권 혜성:현아, 때가 되면... 전부 네게 말해줄게...
걱정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곧 완성되니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이 현:......
그는 당신에게 그저 기다려달라고만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현:오빠를 잃는 것만 아니라면, 언제든.
오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신에게 감염자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겠죠.
이 현:백만 년도 더 기다릴 수 있어.
......내 세계는, 오빠인걸.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면, 당신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이 끈질긴 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신과 혜성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좀비들을 막기 위해 창문에 나무 판자를 덧댄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꽤나 오래전의 것인지 먼지가 끼어 있어요.
권 혜성:(지도를 들여다보며) ...이제 곧 캘버리가 나와.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면 이동하자.
이 현:...그래요, 해가 지면. ...몸은 괜찮아요?
권 혜성:...(아무말 없이 당신을 보고 웃어보였다.)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이 현:......
신이... 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신의 상징은 홀로 굳건하네요.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신은 과연 신일까요.
권 혜성:글쎄. 한 명이라도 그를 믿어준다면, 그 한 명에게는 신으로 존재할 수 있겠지... (예배당의 십자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현아, 나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그동안 너는 여기서 쉬고 있어. 교회를 둘러봐도 좋겠네. 위험해보이진 않으니까.
이 현:...맞아요, 달리 말하면, 하나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존재는 신이라 불려도 좋겠죠. 단 한 사람이라도, 절대적인 믿음을, ......받고 있다면.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돌아본다) 그러니 나의 세계, 나의 신, 나의 혜성, ......오빠. 나는 오빠가 나를 잊는다고 해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내 삶의 신은 오빠 뿐이니까. (작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빠는 해야할 일을 해요. 나는 좀 교회를 둘러볼게요.
당신은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이 현:...
단상을 먼저 볼까.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이 현:성경...
먼지를 걷어내고 들어올린 성경에는 중간에 펜이 끼워져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치자,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당신은 이 문장으로 이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현:...그렇겠지... 가엾기도 하지...
...... (나의 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내가 더 가엾을까. ...아니야, 적어도 버림받는 쪽보단 낫지.) (현은 낮게 웃고는 고개를 들었다)
십자가...라...
(십자가 가까이로 다가가본다)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는 높고 까마득합니다.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 뒷면에 손을 넣어보니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이 현:열쇠...
뭔가 잠겨있는 곳이 있는 모양이네.
음...
그 외에 별다른 건 없나...
...
(피아노 쪽으로 다가간다)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 칸마다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 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 달 후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이 현:(동그라미...?)
(이래서야... 단체로 휴거라도 한 것 같아 보이잖아)
(계단 위로 올라가보자)
좁은 나선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기도실]이라 적힌 팻말이 붙은 방이 있습니다.
이 현:...기도실이라...
(열어볼까?)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현:(열쇠로 열어본다)
당신은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았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SANc 0/1
이 현:
SAN Roll
기준치:88/44/17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
진짜로...
기도실이라니, 너무나도 절박한......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이 현:......
구원을 바라고 삶을 놓았겠죠. 당신들의 신이 그 영혼을 거두어주길 바라면서.
......나는 어쩌면 좋을까요. 나는......
나의 신이 ......
나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항상 같이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였을까.
내가 혼자 까무룩 잠이 들었을 때, 주변의 소리를 듣고도 깨지 못했을 때, ......
이 현:그 때 홀로 싸우다 그리 되었을까.
내가......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순간에, 그리 되었을까.
당신들의 신은, 당신들에게 어떤 답을 내려주었나요.
당신들의 생을 거두라는 답이었나요, 아니라면, 비참하게라도 살아가라는 답이었나요.
......이젠......
......
이 현:홀로 남는 건 싫어요.
하지만, 아......
......
좀비가 되어도, 다시 돌아올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당신들은, 신을 잃고도 살아갈 수 있나요?
이 현: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믿음을, ......더이상 줄 대상이 사라지고도,
행복을 바라며 살아갈 수 있나요.
나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희망이 없는 삶은, 절망이 없는 삶은, 정말로 살아가는 삶일까요.
(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다시 고개를 든다)
......
이 현:(기도실의 시체들은, 아무것도 남기질 못하고 죽었나?)
< 관찰 판정 >
이 현: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1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시체들 사이에서 [묵주]를 발견합니다.
이 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겠지요.
이 현:이게, 당신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구원을 바라고 쥐고 있었던 거군요.
......
빌려갈게요. 나의 신에게,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도를 올리고,
...그리고... 나의 신이 구원받기를 바라기 위해서.
(묵주를 들고 기도실의 문을 닫는다. 눈가를 문질러 닦고는, 계단을 내려간다)
당신은 계단을 내려가 예배당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몸을 웅크리고 정신없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 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혜성의 뒷모습입니다.
이 현:......오빠.
힘들지?
권 혜성:(당신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어보인다.) 괜찮아, 이제 다 됐어, 현아.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혜성의 환한 미소입니다.
이 현:......응, 다 했구나.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마주 웃어보인다. 환한 미소였다)
권 혜성:(애써 환하게 웃어보이는 당신을 말없이 끌어안았다. 이제 되었다. 이제 캘버리에 당신이 캘버리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현아, 꿈에서 어떤 남자가 내게 거래를 제안했어.
이 현:......거래요? (당신에게 안긴 채로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무슨... 거래였어요?
권 혜성:...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파이로젠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더라. (씁쓸하게 웃으며 당신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시간만에 좀비가 되어버리는데, 치료제의 공식을 완성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그랬더니 그 남자가, 내게 100시간을 주겠다지 뭐야. 그래서... (당신을 끌어안은 그의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였어. 여기 적힌 것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야. 공식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 것이 그의 조건이여서... 그래서 네게 말하지 못했어. 치료제의 공식이 나왔으니.. 빠르면 반년내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겠지... (반년, 이라는 말을 꺼내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고 있었기에 그는 헛기침을 했다. 빠르면 반년, 인적 자원이 박살났으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이 현:......그랬구나...... 오빠가, 치료제를...... (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었다. 자신을 끌어안고서 떨고 있는 당신의 등을 토닥이고, 천천히 웃어보였다) ...나만의 신인줄로만 알았는데, 오빠, 결국 모두의 신이 되어버렸네요. 나만의, 우리 둘만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게 될 줄로만 알았는데.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가득 물기가 배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 현은 손을 뻗어 당신의 두 뺨을 소중하게 쥐었다) 아, ......반년. 그 안에 치료제가 만들어진다면....... 오빠, 돌아올 수 있는 걸까요? 우리 다시, 둘의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 시간 동안, 오빠를 내 곁에 둘 수 있게 된다면, 그러면...... (현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절박함이 어려있었다. 한 줌의 희망, 어떠한 바늘구멍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이 절망을 물감 삼아 희망을 그리는 화가가 해오던 것이었으므로.)
권 혜성:...... (눈물이 그렁그렁한 당신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주며 말없이 웃었다. 이 세상에서 오직 서로가 서로의 믿음이기에, 기약없는 약속을 뱉기엔 그 믿음의 크기를 알기에, 그는 가만히 웃어보였다.) ...현아, 감염자는 안전지대에 들어갈 수 없어. 연합정부의 방송 기억해...? (감염자는 발견 즉시 처단하라던 연합 정부의 방송을 떠올린다. 옅은 웃음을 흘려보이고는 문득 손목 시계를 내려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거래에 응한 다음 바로 100시간의 카운트 다운을 맞춰뒀어. ...이제 16시간 남았네. 캘버리까지는 하룻밤만 걸어가면 될 거야. 최대한 빨리 가고 싶지만... 조금, 쉬어야 할 거 같아. 해가 지면 출발하자. (명백한 말돌리기였지만, 그는 그저 흐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현:......(현은 서러운 얼굴로, 결국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당신을 잃는 건 싫어. 그러나 현은 결국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자신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내가. 현은 당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매만졌다) ...조금, 쉬었다 가요. 여기서 자고, 해가 지면 출발해요. ......함께. (울음이 가득한 웃음이었다. 현은 당신을 당겨 제 무릎 위에 뉘였다.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위에 덮어주고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권 혜성:(흐릿한 시야로 올려다 보는 당신의 모습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사랑스러웠다. 저 웃음에 담긴 울음이 저로 인한 것임을 알지만, 그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항상 최악만을 선택하던, 후회로 가득찬 삶. 마지막 선택만은 후회가 아님에 서서히 시야가 멀어지며, 수마에 빠지는 것을 느낀다.) ...현아, 잘 자라고 말해줄래...?
이 현:...잘자요, ......잘자요, 오빠. 좋은, 꿈, ......꿔요. (현은 소리죽여 흐느꼈다. 잠드는 당신을 바라보며, 작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릴 때까지 몇 번이고 잘 자라는 말을 반복했다. 현은 당신의 손을 잡고서, 멍하니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1년 7개월, 당신과 내가 단 둘이 이 세계를 버텨온 시간. 그보다 더 오래, 우리가 평범한 세게에서 사랑했던 시간. ......그리고, 당신이 나의 절망이었고, 희망이었던, 그래서 그저 바라는 것만을 할 수 있었던, 그 시간. 현은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 무수한 시간들을 헤었다. 울고, 웃고, 또 괴로워하고, 외로워하고, 슬퍼했던, 그 시간들. 그 행복했던, 오로지 당신과 함께였기에 행복했던 시간들. 현은 잠든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당신이 나의 신이니, 나도 당신이 신일 테지. 그러니 이것은, 당신의 신이 내리는 축복이 될 것이다. 현은 제가 목에 걸고 있던 초커를 풀어 당신의 손목에 감아주었다. ......당신이 모든 걸 잊고, 오로지 무언가를 해치고 먹기 위해 존재하게 될지라도. 이 증표는 내가 당신을 찾게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나에 대해 전부 잊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팔목에 남은 흔적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살아가는 이유를 바라보며, ...웃었다)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혜성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 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고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혜성을 가로지릅니다.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했기 때문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꼭 껴안고 당신의 품에서 잠든 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혜성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당신과 혜성이 함께 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 땐, 캘버리의 안전지대에서 혜성이 아닌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잠들어야 하겠죠.
그는 어째서 그런 거래에 응했던 걸까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이 끔찍한 인류 생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서?
아니요.
그에게 인류의 미래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걸요.
당신은 알고 있죠.
그의 미래엔 오직 당신뿐이라는 것을.
당신이 그러하듯
그의 세계는 당신이라는 것을.
그러니, 그가 세계를 구원하고 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겠죠.
......
언제 잠이 든걸까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혜성입니다.
권 혜성:잘 잤어, 현아?
이 현:......아, 오빠......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이 현:깜빡... 잠이 들었었나봐...
...미안해요.
계속 옆을 지키려고 했는데.
권 혜성:괜찮아. 피곤한 일정이었어.
...이제 진짜 마지막이야. 출발하자, 캘버리로.
이 현:......네.
둘은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처럼 한참을 걸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혜성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권 혜성:현아, 저길 봐. 도착했어.
6월 13일 6am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둘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권 혜성:...한 시간 정도 남았네. 아슬아슬하지만, 시간 내로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다.
이 현:......
그러게요...... (꾹 입술을 깨문다)
권 혜성:...현아, 남은 한 시간 동안... 같이 있어줄 거지...?
이 현:......그러지 않으면, 내가, 내가 어떻게, ...견디겠어요... 나의, ... (목이 매여 더이상 말이 나오질 않았다)
권 혜성:(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끌어안았다.) 미안해, 현아. (그 역시도 말이 나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끝을 앞두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그 좋다는 천재의 머리로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현:...미안해하지 말아요, 오빠. 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 알고 있으니까... (당신의 품에 기댄 채로 숨을 뱉었다. 사랑, 도대체 무엇일까. 이토록 아프고 괴로운 것이, 사랑일까. 현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키스해줄래요, 오빠. ...그렇게하면, 오빠가 이렇게까지 한 의미가 사라질까...
권 혜성:... (그는 말없이 흐릿하게 웃고는, 당신의 이마에, 뺨에 천천히 입을 맞추고, 당신의 입술 위로 제 손을 포개어 그 위로 입을 맞추었다.) ...이걸로 봐주겠니, 현아? (자괴감이 일었다. 자신은 참, 못난 연인이다. 천재가 다 무슨 쓸모인가, 사랑하는 이에게 괴롭고 아픈 것만 떠넘기는 자신이 끔찍했다. 네게는, 반드시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슬픔이나 절망에 사로잡혔던 일은 온전히 과거의 일로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또 다시 자신이 방아쇠가 되어 당신의 심장에 차디찬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런 자괴감 속에서도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를 위해, 너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한 번 잔인하고 이기적인 약속을 입에 담았다.) ...현아, 약속해줘. 끝까지 살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살겠다고. '잘' 살겠다고... 그리해서, 내 선택이 후회스러운 선택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이 현:......(당신의, '입맞춤'을 받고서, 현은 천천히 웃었다. 그 붉은 자안 속에 가득 슬픔과 괴로움을 담은 채였으나, ...어쨌든 현은 당신에게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로지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연인에게 사랑받는, 신뢰받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 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머리가 툭 떨어져나간다고 해도 납득이 갈 정도로, 망설임이 가득한 몸짓이었다) ...그럼요, 끝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나는 오빠를 기다릴 거니까요.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 그 때까지 살아서 오빠를 기다려야하니까요, 그러니 잘 살거예요. 잘 지낼 거예요. 언젠가의 미래에 오빠가 다시 내게 오면, 그 때, 내가 이렇게... 이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해줘도 부끄럽지 않게... 잘 지낼 거예요. 그러니까 부디 걱정하지 말아요. 부디, ...미안해하지도, 괴로워하지도 말아요. (현은 당신의 손목에 찬 손목시계를 풀어 제 손목에 채웠다) ...이건 그 때까지 내가 맡아둘래요. 그 때까지, ...적어도 내가 오빠를 보고 싶을 때 혼자 울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건 갖고 있어야할 것 같아요. (현은 조심스레 당신의 손을 잡았다) ...이제까진 계속 내가 오빠를 기다리게 했으니까, 이젠 내 차례인 거죠? 내가 기다리면 되는 거죠? 병원에 누워있던 나를 몇 년이고, ......기다려줬으니까... 나도,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내가 죽어서도... 기다릴 테니까... 부디 언젠간... 돌아와야해요... 그래도 늦지는 않게, ...돌아... 와줘야해요... (그리고서 현은, 제 초커를 감아주었던 당신의 손목에 아까 교회에서 찾은 묵주를 감아주었다) ...나, 매일 나의 신인 오빠에게 기도를 할 테니까... 이 묵주가, 내 기도를 전해줄 테니까... (감은 묵주와 초커 위에 입을 맞춘다) 잊더라도, 잃지 말아요. 우리가 사랑하던 시간도, 우리가,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도...
권 혜성:(참아왔던 눈물이 순식간에 눈가에 맺혀 뺨을 타고 떨어져내렸다. 잔뜩 일그러진, 그러나 당신에게 웃어보이려 필사적으로 입가를 끌어올린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흉한 것일 터였다. 되었다. 네가 살아준다고 약속해주었다. 어떻게든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잘 지낼 거라고 약속해주었다. 당신의 약속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당신이 제 손목에 채워준 묵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들고 다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응. 절대로, 잃지 않을게. 약속할게. 너를 잊더라도...반드시... (잊는다고? 내가, 너를? 당신을 잊어버리게 된다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은 이제 눈 앞에 당신이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가 있을까. 그러니, 당신을 잊더라도 결코 잃지는 않으리라. 그제야 깜깜해지던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 들며 당신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조금이라도 도 기억해두기 위해, 흐린 눈동자 위로 당신을 선명하게 새겨둔다. 저녁 어스름의 하늘처럼 붉은 보라빛의 두 눈을 하고 세상 무엇보다도 저를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짓는, 자신이 가장 사라하는 사람, 나의 세계, 나의 신.) ...사랑해, 현아.
이 현:...사랑해요, ...사랑해, 오빠. (약속을 받아내었다. 절대로, 잃지 않겠다고 했다. 반드시, 그러겠다고. 현은 당신의 손을 꼭 쥐고서 흐려지는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 뜨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금발, 자신을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푸른 두 눈, 저 안경과, 입술과, 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한참이나 그리 바라보았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앞둔 '남겨질 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은 그것 뿐이었다. 현은, 이제 인류의 신이 될, 자신의 신을 가득 제 눈 속에 담았다. 이 기억으로 그 시간을 견딜 것이다. 몇 번이고, 당신을 종이 위에 그려넣으며 그 시간을 견딜 것이다. 그리 하다 보면, 시간은 흐를 것이고,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다시....... 현은 숨을 뱉었다) 한 시간이 다 되어가거든 여기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요. 잡히지 말아요. 죽지 말아요. 망가지지도 부서지지도 말아요. 온전하게 돌아와요. 나 욕심부리는 거 맞아요. 하지만, 오빠는 날 사랑하니까, 이 욕심, 분명 다 들어줄거죠. 그렇죠. 그렇게 건강하게 돌아와줄거죠.(현은 거듭 다짐하듯 묻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견뎌보겠다는, 당신에게, ...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처럼 보였다)
권 혜성:(기억 속 당신이 잊혀지더라도, 결코 잃지는 않도록, 그는 한참이나 당신을 영혼에 새겨넣듯 바라보았고, 그런 자신을 눈에 담으며 다짐하는 당신의 강인함에 그는 아스라이 웃었다.) 약속할게. 망가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을게. 네게 돌아가기 위해서... 네가 헛된 기다림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멸망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결좋은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동이 터 주변이 환해져오고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이겠지. 품에서 때묻은 노트를 꺼내어 당신에게 건네준다.) 또 보자, 현아. 꼭, 다시 만나자. 억겁의 시간이 흐르더라도, 반드시 또 만나자.
이 현:반드시, 꼭,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러도, 다시... 다시 만나요, 내 사랑하는 희망. 내 사랑하는, 나의, 신....... (당신이 건넨 노트를 소중하게 품에 안는다. 안녕, ...안녕. 이별은, 강제된 이별은 그토록이나 고통스러웠다. 현은 애써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 잘 지내요, 나의 첫사랑. 나의 마지막 사랑. 현은 캘버리로 걸어가며, 계속해서 당신을 돌아보았다. 몇 번이고, 당신을 돌아보았다. 사랑, 아,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이 모든 인류보다도 더 소중한, 나의, ....... 기어이 쏟아지는 눈물을 삼키며 당신을 떠나보낸다. 불덩이를 집어 삼킨 것마냥 속이 뜨거웠다. 손끝은 차갑게 얼어갔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삶과, 그리고 가장 소중한 시간과 맞바꿔 만들어낸 것만은 꽉 쥐고서, ......현은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혜성오빠! 나, ... 정말로 오빠를 사랑해요!! (곧장 쏟아지는 눈물에 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서 미친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혜성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사랑해.
하고 온 힘을 다해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고,
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힙니다.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혜성은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있는 것은 좀비 사태 이후로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 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들의 반응이 뒤집힌 것은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혜성의 이름과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내용에서 착안해 

"Comet-H"라고 명명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 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혜성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 장에 적힌 것은...
권 혜성:...현아,
END 1. 이것을 ‘희망’이라고 하자.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수고하셨습니다.





이 현:사랑해요.
권 혜성:사랑해